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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

이형기
 
찔레꽃 피고 지는 이 언덕 이 고개
혼자 넘는 가슴에 함박눈 온다
가고 없는 사랑의 먼 그림자는
여름철 그윽한 찔레꽃 향기
 
설움도 잊었더라 이 모진 세파도
사랑하기 때문에 지켜온 순정
헤어지는 오늘은 혼자 가려네
찔레꽃 한 아름 가슴에 안고
 
그대의 복을 빌며 돌아서는 날
눈 내리는 자하문 추억의 터전
순정일로 외줄기 가고 또 가도
찔레꽃 피는 길은 끝이 없어라
 

● 이형기- 1933년 경남 진주 출생. 동국대학교 불교학과 졸, 1963년 첫 시집 '적막강산' 출간. 1975년 '꿈꾸는 한발' 출간, 1986년 수필집 '바람으로 만든 조약돌' 출간, 2000년 '존재하지 않는 나무' 출간, 부산산업대 교수, 동국대 국문과 교수 역임. 2005년 별세, 1990년 대한민국 문학상 수상.
 

▲ 박성규 시인

찔레꽃. 찔레꽃은 과연 슬픔의 대명사인가. 귀에 익도록 들었던 가요 중에 일제강점기시절 백난아씨가 불렀던 찔레꽃이나 장사익 씨가 불렀던 찔레꽃이나 이연실 씨가 불렀던 찔레꽃이 한결같이 슬픔으로 포장되어 찔레꽃이 슬픈 꽃으로 묘사 되었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찔레꽃의 꽃말이 고독이라는데 슬픔과 고독이 통한다고 봐야 할는지.
 며칠 전 지인들을 만나 이야기 하던 도중에 찔레꽃 이야기가 나왔다. 그렇지 않아도 가수 박남일 씨와 이동순시인과의 토크콘서트가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도 가보지 못한 서운함이 가슴에 남아 있었는데, 찔레꽃이 하얗다니 붉다는 이야기로 시작되어 한참을 이야기 했지만 백난아씨의 노랫말 중에 나오는 찔레꽃은 해당화라고 보는 것이 맞는다고는 하나.
 찔레꽃은 해맑은 햇살을 좋아하여 음침한 그늘에서는 잘 만날 수 없다. 그래서 해마다 5월이면 따사로운 햇빛을 잘 구슬려 향긋한 꽃 내음을 만들어내는 장미과의 식물이다. 다섯 장의 꽃잎을 활짝 펼친 다음 가운데에 노란 꽃술을 소복이 담아둔다. 꽃의 질박함이 유난히도 흰옷을 즐겨 입던 우리 민족의 정서에도 맞는 토종 꽃이다. 찔레꽃의 다른 이름으로는 야장미(野薔薇), 우리말로 들장미다. 합창곡으로도 귀에 익은 '들장미'가 있고, 만화 영화'들장미 소녀 캔디'도 많은 사람들이 어린 날의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으나 서양의 들장미는 우리의 찔레꽃처럼 하얀 꽃이 아니라 붉은 꽃이 많아 우리가 느끼는 정서와는 다르다.
 이형기 시인의 '찔레꽃'은 김대현 작곡의 가곡으로도 알려져 있지만 가시 때문에 감히 근접하지 못해 꽃향기에 취해 먼발치에서 바라보곤 했던 시절이 새록새록 가슴을 울려오는 지금 꽃잎 따다가 떡 빚은 기억은 지금도 새록새록 떠오른다. 찔레꽃은 정말로 슬픔을 대변하는 꽃일까. 오늘도 찔레꽃향기에 젖어 긴 밤을 지새우고 있긴 하지만. 박성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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