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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상윤 동강병원 마취통증의학과 통증클리닉 과장이 내원한 환자에게 스테로이드 주사 주의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통증클리닉 외래진료실에서 환자분들이 궁금해 하시는 내용들 중에 두 가지를 꼽으라면 첫 번째는 "이게 '뼈주사'인가요?" 라는 질문이고, 두 번째는 "단순히 일시적으로 통증만 줄여주는 것 아닌가요?" 이다. 이런 질문에 대해 간단하고 시원스럽게 답하기란 쉽지가 않다. 그래서 이 지면을 통해 통증클리닉을 포함해 근골격계 질환을 치료하는 많은 병의원에서 행해지는 스테로이드 주사와 이와 관련된 편견과 오해를 동강병원 마취통증의학과 통증클리닉 전상윤 과장에게 들어봤다.


# '뼈주사'로 오인, 실제론 관절 내 약물 투여 
스테로이드 주사에 왜 '뼈주사'라는 이름이 붙었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몇 가지 합리적인 추측을 해보면, '관절강내, 인대의 부착부위 또는 척추' 등뼈와 인접한 부위에 약물이 주입되므로 쉽게 뼈주사라고 부르게 된 게 아닐까라고 먼저 생각해볼 수 있다. 한편,  스테로이드의 장기적인 사용이 골다공증 등과 같이 뼈와 관련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부정적인 의미로 '뼈주사'라 부르게 된 것이라고 추측해 볼 수 있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간에 의미가 명확하지도 않고 여러 가지 오해의 소지가 생길 수 있는 '뼈주사' 보다는  '관절강내 스테로이드 주사' 또는 '경막외강 스테로이져 주사'와  같이 보다 정확한 이름으로 고쳐 부르는 것이 좋겠다.
'뼈주사'로 알려진 '스테로이드 주사'는 조금 더 자세히 표현하면, 부신피질에서 분비되는 스테로이드 호르몬 중 하나인 "당질코르티코이드" 라는 성분이 포함된 주사를 의미한다. 이 호르몬은 여러 가지 대사작용에 관여하는 한편, 우리 신체에서 염증반응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흔한 근골격계 질환은 많은 경우 염증성 반응으로 인해 통증이 유발되기 때문에 통증완화를 위해서 스테로이드 주사를 사용하면 그 효과는 매우 강력하고 신속하다. 스테로이드 주사 이후 환자는 1~2일 이내에 증상 호전을 경험하게 된다. 스테로이드 주사는 매우 안전한 약제이지만, 장기간의 반복적인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게 되는 경우 내분비계 이상, 골다공증, 면역저하 또는 기저에 가지고 있던 고혈압과 당뇨가 악화되는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고용량이 직접 주입되면 인대나 근육이 약화, 변성되거나 심하면 괴사가 발생하기도 한다.

# 급성 외상·근골격계 질환 통증에 '명약'
한편, 스테로이드 주사는 이러한 부작용뿐만 아니라 치료적 한계도 명확히 가지고 있다. 급성 외상이나 일시적인 과도한 사용에 의한 근골격계 통증에 사용할 경우 장기적인 증상 호전에 효과적일 수 있으나, 퇴행성 질환을 가지고 있거나 원인이 되는 병변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수개월내 유사한 증상이 다시 발생하게 된다. 스테로이드 치료로 증상 호전경험이 있는 경우 증상의 재발 시 다시 스테로이드 주사를 찾게 되지만, 이 경우 이전보다 효과가 적거나 통증 완화기간이 점점 짧아진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얼마나 자주, 어떤 질환에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아도 되는 것일까? 일반적인 권고기준은 꼭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하고 3~6개월 정도의 치료간격을 유지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비수술적 척추통증 치료를 위하여 통증클리닉에서 많이 시행하는 경막외강 스테로이드 주사의 경우 처음에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 2~3주 간격으로 2~3회를 시행하여 치료 효과가 있는 경우 유지요법으로는 3~4개월 간격으로 치료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만일 고혈압, 당뇨, 등의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라면, 용량을 줄이고 환자 상태에 따라 간격을 더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프롤로테라피(인대강화술), 고주파 열응고술 등 스테로이드를 사용하지 않는 치료법을 고려해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지만, 무작정 스테로이드 주사는 나쁘다는 극단적인 선입견을 가지는 것은 더욱 좋지 않은데, 적절하게 사용된다면 스테로이드 주사만큼 효과적이고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약제가 없기 때문이다.

# 퇴행성 질환은 일시적 호전, 수개월 내 재발
안전한 치료를 위해서 상담 시에 의료진에게 본인의 병력과 현재 투약상태 등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정확히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혈압이나 당뇨와 같은 내과적 질환은 물론 스테로이드 투약(투약, 흡입제 등)을 하고 있거나, 면역억제제를 투여 받고 있는 환자 등은 반드시 이 내용을 의료진에게 알려야 한다.
결론적으로, 본인의 상태를 잘 아는 의료진에게 계획적으로 치료를 받는 것이 좋겠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자신이 다니던 병원에서 주사를 많이 맞았다고 주사치료를 해주지 않으면, 다른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본인의 치료 사실을 숨기고 주사를 맞는 경우이다. 이런 경우 합병증 발생은 물론이고, 수술적 치료를 필요로 하는 질환에서 적절한 수술시기를 놓치게 되어 회복의 기회를 놓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부 환자들의 이러한 행태로 인해서 어쩌면 '뼈주사'는 좋지 않은 것이라는 낙인이 찍혀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진료를 하다 보면 예전에 비해 통증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많이 늘었음을 느끼게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통증치료에 대한 오해들은 여전하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단순히 통증만 호전시킨다면 치료를 받지 않겠다거나, 치료제가 아닌 진통제는 먹지 않겠다며 마치 '통증을 잘 참는 것이 미덕'이라는 생각이다. 서두에 언급했던 두번째 질문, 즉 '일시적 통증조절이 의미가 있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대부분의 경우에 '그렇다'이다.

# "통증 참는 것 미덕 아냐, 방치땐 만병의 근원"
통증이란 것을 단순히 신체적으로 아픈 느낌뿐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생각이다. 통증은 우리의 생활에 장애를 유발하고, 정신을 병들게 할뿐만 아니라 자신을 사회와 격리시키며 행복한 가정을 파괴하는 아주 무시무시한 질병이다. 게다가 통증은 참는다고 나아지기는커녕 더 심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대부분의 퇴행성 질환의 호전을 위해서는 적당한 재활운동이 필수적인데, 심한 통증이 지속되는 상태에서는 운동은 고사하고 식사나 용변보기와 같은 가장 기본적인 일상생활도 불가능해진다. 예전에는 수술을 받으면 아픈 게 당연하고 의료진조차도 수술 후 통증을 외면하고 적극적으로 치료하지 않았지만, 최근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수술 후 통증을 매우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합병증도 줄어들고 입원기간도 단축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수술의 예후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괜히 아픈 거 참아봐야 얻을게 하나 없다.
 정리=차은주기자uscej@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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