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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창섭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다."

며칠전 모 방송프로그램에서 전 청와대 수석을 지냈던 분이 범인들은 남 잘되는 건 참아내기 어렵다는 것을 이렇게 정리했다. 제프 쿤스 작품과 자료를 보다가 불현듯 배가 아픈 것도 아픈 거지만 어떻게 저렇게 뻔뻔하고 폼 나게 행동하면서도 그 어렵다는 예술가의 길을 저렇게 화려한 부자로 걸어갈 수 있을까.

작품을(대다수가 비웃는 말이긴 하지만) 좋게 말할 때는 감상자가 지내온 삶의 누적에 대한 반추와 다가올 시간을 다양하게 상상하게 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 보통으로 말할 때는 (대다수는 이렇게 생각한다) 작품(作品)은 무신소리, 그저 하나의 물품으로 보고 할 일없는 어떤 사람이 만든 것으로 치부한다. 그렇지만 아주 소수는 특히나 문화를 이해한다는 이들은 아주 다른 측면에서 쿤스의 작품을 바라본다. 내가 다다르지 못하는 일을 하고 그만큼 평가를 받는 일이 배가 아픈 것은 사실이지만, 어쩌겠나, 그의 작품이 비싸게 아주 비싸게 팔리는 하이-엔드(high end) 예술제품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 대략 '풍선 개' 하나가 몇 백만 달러가 넘는 가격에도 유수의 미술관과 콜렉터에게 팔리고 있다. 하이-앤드가 뾰족한 끝, 정점이라는 뜻을 가진 것으로 보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이해력을 발휘하게 만든다. 누군가는 그것을 이해하고 못 사서 안달하는 것이다. 금액에 관계없이 말이다. 제프 쿤스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하이-앤드 작품을 생산할 뿐만 아니라 그만한 의미를 품고 있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 

▲ 제프 쿤스, 풍선 개, 스테인리스에 크롬도색 유리막 코팅, 307.3×363.2×114.3m, 1994~2000

그의 『풍선시리즈』는 작품이면서 제품이고, 첨단이면서 구식이다. 긴 막대풍선으로 '강아지'며 '꽃'으로 변하는 모습을 아이들은 신기해하며 눈은 반짝인다. '우와'하며 손을 벌리는 모습이 상상된다. 이런 경험 혹은 알고 있는 어른들은 거대하게 확대된 그의 풍선작품을 볼 때 향수를 자극하고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당연하다. 막대풍선이 이미 친숙한 물건인데 어릴 때 받았던 느낌을 다시 받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풍선보다 더 풍선 같게 만들었다는 사실에 감탄한다.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신제품이다. 누구도 쉽게 이렇게 만들 수 없다. 그의 작품처럼 만드는 일은 엄청난 비용이 들뿐만 아니라, 기술이야 잘 알려져 있는 거지만, 그의 작품만큼 연마할 수 있는 기술은 아무나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만드는 공장은 따로 있다. 정확한 계약내용은 모르지만 아마도 그와 특별한 계약을 맺은 공장일 것이다. 공장에서 만드는 것은 분명하지만 쿤스는 자신만의 고유한 예술적 감성을 덧붙여 제품에서 작품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그게 뭐 그리 대단한가 싶기도 하지만, 현대인이 가지고 있는 물욕과 욕망 이런 것을 적절히 건드리며 자신의 작품을 엄청나게 비싸게 어필하는 재주가 있는 이가 바로 쿤스이다. 그의 작품소재는 현대사회가 가지는 다양한 모습을 대표하는 물건을 골라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다. 치치올리나와 함께 만든 『메이드 인 해븐』이나 'BMW' '루이비통'과 함께 한 콜라보레이션 등은 현대인의 욕망을 건들기에 충분했다. 생긴 것도 배우 정도는 아니지만 충분히 매력 있는 외모를 가지고 있다. 키도 큰 미국인 부류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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