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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첫 달, 구월이 되자 나는 자꾸 편지 쓰고 싶어졌다. 하늘이 새파랗다고, 구름이 자꾸 피어오른다고, 국화봉오리가 피려고 간질간질 거린다고, 바람이 찬물처럼 차가워서 여러 장의 편지를 쓰고 싶었다. 이렇게 이미 오십 번 넘게 맞이했는데도 감동하고 골똘하게 하는 가을이다.


 이렇게 가을이 되면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내게 동무 같은 그림책이 있다. 이미애 글·한수임 그림의 '가을을 만났어요'다. 이 책은 색연필로 그린 거친 듯 부드러운 색감으로 가을을 나타내는 색은 다 들어 있을 것 같은 그림이 아름다운 색이다.
 산골 아이의 손을 잡고 가을 속을 걸으면서 가을이 주는 기쁨과 설렘, 선물, 향기 등등 세심하게도 챙겨주고 나직나직 가르쳐 준다. 울림이 크면서도 저 아래를 훑는 첼로 같은 가을 목소리가 들려주는 가을은 매혹적이다.
 우리가 어릴 적부터 자란 자연이고, 늘 보아오던 가을하늘이고, 고추잠자리이고, 남쪽으로 날아가는 제비 무리이고, 물든 나뭇잎이고, 산비탈 사과밭에서 익어 가는 사과이고, 멍석 위의 털다 만 콩이랑 참깨 등이다. 그런데도 한 바닥, 한 바닥 읽으면 가슴에 도토리 같은 기쁨이 소복해진다.


▲ 조희양 아동문학가
 가을 손님이 온 때부터 시작해 떠나는 날까지의 가을이야기들이 편편이 아름다운 시이다.
 읽을 때마다 행복해져서 따라 적어보면 두 배의 행복이 될 것 같아서 적어보기도 하는, 가을을 아름답게 노래한 그림책 '가을을 만났어요'를 이렇게 소개하면서 올해의 가을은 세 배로 즐긴다. 쓰고 싶은 가을편지 대신 이렇게 가을 그림책에 대해 적는다.
  조희양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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