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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지나는 동안 우포늪에는                                              

박동덕
 
우포늪은 오래전부터
하루가 저물 무렵이면 산 그림자를 끌어안는다
 
고요한 수면을 정화하는 수초들이
별들을 끌어당겨 왕버들 가지에 매달고 있다
 
이런 밤은 온갖 생명들이 조용히 몰려들어
서로의 어둠에 부딪치며 끌어안거나
서로에게 기도이거나
 
이 세상에 반짝 왔다가
사라지는 별똥별처럼 한생을 거두고 가면
 
은하처럼 흐드러진 생각들이 물속에 잠기고
밤새 기도소리만 파문으로 일렁일 때
 
어제의 절망이
오늘의 희망 앞에 꼬리를 내리고
안개 속으로 사라져 간다
 
● 박동덕 시인- 경남 창녕출생. 2004년 '시인정신'으로 등단, 시와 여백 작가회 회원, 시집 '나의 솟대에게'.

 

▲ 박성규 시인

달포 전에 우포를 다녀왔다. 혼자서 예닐곱 번 정도 다녀왔지만 갈 때마다 코끼리 다리 만지듯 슬쩍슬쩍 다녀와서 그런지 이번에는 단체에서 실시하는 행사로 인해 제대로 우포의 맛을 느끼고 올 수 있었다.
 우포늪은 국내 최대의 자연 늪으로 창녕군 대합면 주매리와 이방면 안리, 유어면 대대리, 세진리에 걸쳐있으며 1997년 7월 26일 생태계 보전지역 중 생태계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됐으며 국제적으로도 1998년 3월 2일 람사르협약 보존습지로 지정됐다. 그리고 1999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다. 우포늪은 그 중요성으로 인해 2011년 1월 13일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천연기념물 524호)됐고, 2012년 2월 8일에는 습지개선지역 지정 및 습지보호지역으로 변경됐다.

 


 이런 우포늪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친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기회가 오면 제대로 늪의 느낌을 받고 오리라 작정을 한 탓에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포는 국내 최대 그리고 최고의 내륙 자연습지이며, 가시연, 가물치, 큰고니, 대칭이, 나비잠자리 등 2,000여종의 온갖 식물, 곤충, 어류, 조류 그리고 인간을 품에 안은 곳으로 주민과 가시연꽃이 같이 살아가고 있는 곳이다. 원시적 저층 늪을 그대로 간직한 마지막 자연 늪인 살아있는 '생태계 박물관'이다.
 저녁노을이 깃드는 시각부터 아침이 될 때까지의 숨 막히는 시간 속에서 만난 하늘과 바람과 구름과 비와 이슬과 철모르고 보채는 풀벌레 울음과 간드러진 빛으로 마중을 나온 개똥벌레와 별빛 그 모두가 하나 되어 있는 우포의 밤은 삶의 보금자리였다. 박성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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