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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로 온 세렝게티 사자

김광희
 
눈부신 충돌이 풍선처럼 떠오른다
앞서 나간 철가방 튕겨나가고
시간에 쫓겨 달려온 택시와 크앙!
허공 갈리고 찢어발기고
허연 이빨 드러내며 회심의 미솔 짓는 횡단보도
굶주린 식욕이 획! 먹잇감을 낚아챈 걸까
핏빛 살점 깨물고 있는 저 득의만만한 세렝게티의 사자!
훅, 끼치는 피비린내 식욕을 몰고 온 걸까
쏟아지는 햇빛에 번들거리는 이빨의 날
 
비명들이 놀란 얼룩말 새끼처럼 튀어 오르고
철가방이 날라야 할 한 그릇의 식사
길바닥에서 허길 찾아 지렁이처럼 기어간다
희고 검은 이빨 틈새에 끼인 두 속력이
누운 오토바이바퀼 허공에 헛발질 시키고
물어뜯긴 차체, 부들부들 한 덩어리 두려움으로 떨고 있다
 
목 꺾인 그가 가려했던 곳일까
파라다이스에버빌아파트, 쳐다보다 스르르 눈 감은 가로등
이윽히 허리 굽혀 귀 기울인다
충돌은 재빨리 수습되고
붉은 등이 켜진 횡단보도 너머의 시간까지 침묵하며
두런두런 몰려든 사람들 쓰윽 둘러본다
또 다른 먹잇감 찾아 이빨 실룩거리며
 
● 김광희 시인- 경주출생, 방송통신대학교 국문학과 졸업했다. 2005년 월명문학상 수상, 2006년 전북도민일보 신춘 시 당선, 2013년 경주문학상 수상, 2015년 오누이시조신인상 수상, 2016년 농민신문 신춘문예 시조부분 당선, 한국문협, 경북문협, 경주문협회원, 시in동인, 이목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황지형 시인

콘크리트 정글에서 늘 생사의 틈새를 지나치며 살아가는 현대인들, 치열한 경쟁의 구도는 속도전을 일으키고 우리는 그 속도에 짓눌려 살아간다. 횡단보도 근처, 배달부 오토바이와 택시의 사고 현장을 목격한 화자는 사자가 얼룩말을 물어뜯는 상상을 한다.
 택시의 삶과 철가방 배달부의 삶, 양쪽 모두 현실에 충실한 생을 살아 왔으리라. 횡단보도에서 생을 마감한 목숨의 처참함과 문명의 질감인 택시의 이빨, 현대인의 삶이란 때로는 택시가 되고 때로는 철가방 오토바이가 되는 것이다.
 사고 수습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눈동자들, 안타까운 듯 두런두런 모여들어 지켜보지만 그들 또한 한순간 지나가면 현장을 잊어버리고 다시 치열한 정글로 되돌아간다.
 피비린내가 훅 풍기는 사고현장, 문명이라는 이름을 건 도시 또한 야생의 정글과 별반 차이 없이 살기위해 좌충우돌 뛰어다니는 세렝게티인 것이다. 황지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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