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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이 세간의 화제다.

 아무래도 그 재판이 박근혜 전대통령과 연관이 되어 영향을 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일 테지만 법처리과정을 밟고 있는 사건을 두고 이렇다 저렇다 할 일이 아닐 것이란 생각을 하면서 나는 또다른 기억을 살펴보는 기회가 된다.

 울산mbc가 TV방송 없이 라디오 방송만으로 운영할 때의 일이다. '이 사람과 함께'란 인터뷰 프로그램의 제작을 위해 서울로 가서 이 고장 출신의 박관수 선생과 이후락 대통령 비서실장을 만나 60분 동안의 단독 대담프로를 녹음한 적이 있었다. 박관수 선생께는 대구사범의 은사로 박정희 대통령의 학창시절에 관한 것이었고 이실장께는 울산공업센터를 지정하는데 있어 대통령을 제외하고 누가 제일 공로자인가? 하는 것이었다. 울산mbc의 사주이면서 당시로서는 그 앞에서 숨소리조차 낮추어야할 처지여서 나로서는 순전히 그분의 공으로 몰아가고 이었다. 그런데 녹음을 끝내고나서 일어서려는데 그분이 갑자기 손을 저으며 틀렸다면서 녹음을 다시 하자는 것이었다.

 1차 산업인 농업을 공업으로 바꾸는 일은 박 대통령 각하의 의지인 동시에 자문교수들의 건의로 결정한 것이지만 공장을 집단화하여 효율성을 높이는 공업센터의 입지선정은 경제인협회에서 힘을 썼다. 그는 자신도 힘을 보탰지만 그러나 자신보다는 전경련의 전신인 경제인협회의 이병철 회장을 비롯한 이정림, 남궁련, 정재호 이런 분들이, 끝까지 밀어붙이려는 삼천포와 물금의 후보지를 밀치고 이병철 경제인협회장이 현지조사 끝에 각하께 강력히 건의했기 때문에 울산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각하께서는 산업화에 전념하시면서 경제인의 의견을 높이 사셨는데 그 중에서 이회장을 신뢰하시고 비료공장도 세우게 하여 경제발전과 울산발전에 크게 기여한 사람으로 기억 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후 이병철은 세계 최대의 비료공장인 한국비료를 울산에 세우게 되었다. 당시 일본이 연간 18만톤이었고 소련이 연간 30만톤 규모의 비료공장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그보다 훨씬 큰 규모의 비료공장을 세웠으니 그의 배포도 알만한 일이었다.

    그러나 한국 최고의 부자답게 내 외자를 자력으로 해결하고 세계가 놀랄 연산 36만톤 규모의 비료공장을 세웠던 그가 울산에서 큰 화를 입고 말았다. 일본으로부터 들어온 자재더미 중에 통관허가 없이 들어온 물품이 시중에 나돌자 이를 이상하게 여긴 대구매일신문의 한종오 기자가 울산의 보안부대 요원을 따라 군복을 입고 공장안에서 촬영취재한 기사를 송고했던 것이다. 사건은 핵폭탄처럼 커지면서 신문방송이 다투어 보도하게 되었다. 회사 측은 요소비료제조공정의 하나인 탄산가스의 흡수재생과정에 쓰이는 화공약품 6톤 정도라고 해명했으나 사카린을 밀수했다는 한종오 기자의 기사가 이미 대서특필되고 연일 신문방송이 떠들어 대는 여론을 덮을 길이 없었다.

 필생의 사업으로 완성한 비료공장 한국비료는 이렇게 하여 주식 51%를 국가에 헌납하게 되었다. 그때 이병철은 너무도 의연하여 주위를 놀라게 했다. 이병철은 조금도 괘념치 않고 박정희 최고회의 의장과 만나 경제발전에 따른 자신의 소신을 주장했다.

 이런 일도 있었다. 경제에 관한 것이면 무슨 말을 해도 되니 다해보시오! 하는 박정희 최고회의 의장에게 그가 말했다. "기업하는 사람의 본분은 사업을 일으켜 많은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생계를 보장해주고 세금을 납부하여 나라살림을 꾸려가게 하는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인을 벌주고 가두어버리면 바로 경제빈곤을 자처하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눈을 돌려 이재용 부회장을 생각하면 초등학생들도 알아들을 이 평범한 말이 머리를 내리치며 들려온다. 경제에 관한 것이면 무슨 말이든 다해보시오! 하는 그 아버지를 따른다고 하던 딸이 어찌하여 아버지가 묻고 소통하던 모습을 따르지 못했던고…. 그런 마음이 곧 충격으로 변하고 만다. 한국의 최고부자이자 이 나라 경제발전과 울산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거목 이병철의 애먼 손자까지 고난을 겪게 만들었단 말인가? 어찌하여 혈육도 장관도 마주앉아 소통하지 않으면서 또 바른 말을 하면 배신자가 하는 말로 단정하고는 그 순실의 망령에서 헤어나지 못했던지 참으로 딱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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