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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면 떠오르는 그림책 '할머니 머릿속에 가을이 오면'을 올해도 음미한다. 독일작가 '다그마 H. 뮐러'가 글을 쓰고, 뮌헨에 거주하는 그림 작가 '베레나 발하우스'가 그림을 그렸다. '파울라, 리하르트, 지나' 세 이름들이 정겨운 인사를 건넨다. 점점 어린아이로 변해가는 할머니를 정성과 사랑으로 돌보는 파울라 가족의 일상이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할머니는 알츠하이머 환자다. 파울라 아빠는 아픈 할머니를 위해 손수 다락방을 만들어주는 멋진 사위다. 엄마 또한 절대다정의 성품으로 할머니를 돌본다. 초긍정소녀 파울라도 엄마아빠 못지않은 사랑을 퍼붓는다. 뽀뽀와 포옹은 기본, 할머니 침대를 장악, 그림책을 함께 읽는 등 동고동락을 마다않는 멋쟁이 손녀다.      
 알츠하이머에 대해 궁금해 하는 파울라에게 엄마는 '가을 나무' 비유를 든다.
 "할머니의 머릿속에 가을이 왔다고 상상해보렴. 나무에서 나뭇잎들이 하나둘 떨어지는 거야. 시간이 흐를수록 더 많이 떨어지지"
 "나뭇잎들은 동시에 떨어지는 게 아니라, 맨 위에 있는 것부터 떨어진단다"
 "할머니 머릿속에 온 가을은 오래 되지 않은 기억의 나뭇잎부터 날려 보내지"
 그러다 보면 가장 밑에 있는 나뭇잎들만 남게 되고, 자연 할머니 머릿속의 기억도 어린 시절에 머무른다는 쉽고도 철학적인 비유다. 엄마는 덧붙여 누구도 달에서 할머니를 데려올 수 없다고! 아무도 할머니 머릿속의 가을도 막을 수 없다고! 그저 달에 사는 할머니가 덜 외로우시게 거듭거듭 할머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려 주려고 노력하는 것만이 최선이라며 파울라를 위로한다.


▲ 남은우 아동문학가
 풍랑주의보가 내린 오늘, 나무들이 수난을 겪었다. 막 물들기 시작한 나뭇잎을 미치광이 바람이 털어대는데도 속수무책 바라봐야만 했다. '알츠하이머=요양원'을 떠올리게 되는 게 우리 정서다. 누구나 가을을 맞을 것이요,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알츠하이머. 비록 동화지만 '할머니 머릿속에 가을이 오면'이 다큐를 보는 듯 생생하게 다가오는 것은 머잖아 찾아들 내 인생의 가을을 직감하기 때문일 게다. 저자 밀러는 말한다. '알츠하이머는 병이다. 가족의 관심과 보살핌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사랑한다고 말하고 또 말하라고'
 깊어가는 가을만큼이나 아름다운 그림책을 만나서 행복하다.
 남은우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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