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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이강하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되는 항구다
네 모습이 붉다
내 모습도 붉다
 
무수한 생명이 남겨놓은 소리
양면성을 지닌 발자국 소리가 빛의 균열에 순응하면
파르르 오감을 느끼는 노을 속 구멍들
먼 바다를 향해 붉은 깃을 세운다
 
펄럭거리던 돛, 아득히 밀려드는 섬의 물결
지나간 시간, 어스름의 메아리는
그리움보다 쓰라린 공터의 사색을
즐기겠구나, 검은 울음을
다 토해낸 구멍 많은 어느 당산나무처럼
 
너와 나의 거리가 멀수록
은밀히 포효하는 형상인가, 끼룩끼룩
거리떼 날아올라 우리 자리를 힘차게 다독여도
자꾸만 다른 모습이다
 
앞뒤가 충문한 황홀함으로
더 깊이 더 가벼운 안식으로
 
또 다른 계절의 문이 숨을 크게 몰아쉰다
네 모습이 편안하다
내 모습도 편안하다
 

● 이강하 시인- 경남 하동에서 태어나 2010년 계간 '시와 세계'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화몽(花夢)이 있다. 제4회 백교문학상을 수상했다. 울산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

 

 최종두 시인

시인은 영감과 상상을 절묘하게 표현함으로써 천재성을 발휘한다. 그 천재성을 발휘한 시인은 정서와 상상력을 통해서 시를 간추려 알리고 보통 사람이나 또 다른 시인들 보다 다른 능력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이강하 시인의 시를 대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바로 이런 점이다.
 그의 시집 '붉은 첼로'에서 해설을 쓴 평론가 유성호 교수도 시인의 이 장점을 지적해 주었지만 분명 이강하 시인의 시 속에는 천재성을 풍기면서 읽는 사람의 감정에 자극을 주는 무엇이 있는 것 같다. 결국 시라는 것이 그 시를 쓴 시인이 독자적으로 자신을 담아 보이는 것으로부터 탄생되는 것일진데 천재성을 풍길 정도로 긴장되게 만드는 시인은 벌써 시업을 위한 고개에 이르지 않았을까? 한다. 그것은 시인의 명예이기도 하지만 울산 문단의 자랑이라 여길 것이다. 최종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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