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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히죽 웃을 때가 있다. 울산공업센터 기공식에서 군복차림의 박정희 전대통령이 읽은 치사문을 볼 때마다 "제2차산업의 우렁찬 수레소리가 동해를 진동하고 공업생산의 검은 연기가 대기 속에 뻗어 가는 그 날엔 국가민족의 희망과 번영이 도달하였음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하는 바로 이 구절 때문이다. 우리는 이 검은 연기로 인하여 바다의 자원을 잃어야했고 주렁주렁 탐스럽게 열리던 과원의 과목을 불 아궁이로 밀어 넣어야 했었다. 가슴 아픈 공해의 참상에 얼마나 땅을 쳐야했던가? 그러나 위대한 울산시민은 모두가 하나 되어 산업도 살리면서 공업도 살리고 바다의 자원도 살렸을 뿐 아니라 삶의 원천인 문화예술, 그리고 시들어만 가던 도시 환경을 살려 활기찬 도시로 꾸며놓았다. 4천년 빈곤의 역사를 씻기 위해 강을 죽게 하고 그 강에 서식하던 물고기의 등뼈를 굽게 하며 대기 속의 검은 연기를 뻗게 한 것이 태화강의 제1차 기적이라 한다면 그런 것들의 시행착오를 바로 잡고 세계적인 도시로 전진하고 있는 울산광역시는 제2 태화강의 기적을 이루어낸 도시로 당당하게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돌아보면 유구한 세월 속에 영원한 우리의 젖줄이었던 태화강!

 시민들에게 혈관의 피가 되어 시민들과 함께 애환을 같이 해온 태화강이었다. 더욱이 이 자랑스러운 시민들의 위대한 승리를, 자존심으로 가슴 부풀게 하는 사람이 있어 태화강을 세계만방에 거침없이 흐르게 하고 있다. 그 인물이 공업화의 과정에서 사라져버린 과수원을 탯자리로 태어나 자란 세계적인 원예학자 심경구 박사다. 그는 나라꽃 무궁화의 신품종을 개발하고 그 나무의 이름을 태화강이라 부르게 하고 있다. 그 심 박사가 지난 2일 모교인 울산제일중학교 역사관 개관식에 다녀가기 전 서울에서 전화를 걸어왔다.
 나와는 중학동문의 학연이지만 내가 경상일보에 재직하고 있을 때 시행한 외솔상 수상자로 심경구 박사와 김순권 박사 등 향토출신 두 학자에게 외솔상을 드린 적이 있다. 그 후 심 박사의 연구 실적이 크게 향상되고 국가를 상징하는 나라꽃의 의미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을 때 고향에도 많이 심고 알리면 좋겠다는 뜻을 심박사에게 권유한 바 있었다. 그런 나의 뜻을 심박사가 깊이 받아들였던 모양이다. 좀처럼 짬을 낼 수 없는 그가 이번에는 장생포에서 고래고기로 점심을 하고 대공원과 고래특구의 5D영상관에 심어놓은 무궁화정원도 같이 돌아보자는 것이었다. 약속한 장소에서 만나자마자 곧장 심박사는 울산대공원의 무궁화동산과 장생포고래특구의 5D영상관을 찾아 자신이 개발한 나무를 설명해주었다. 이 두 곳의 정원에는 그가 개발한 무궁화태화강외에 학성 문수봉, 처용 매암, 야음 굴화동이 내년 6월 꽃을 피울 양으로 자라고 있었다.

 나는 무궁화동산을 돌아보며 그가 얼마나 고향을 사랑하며 고향발전을 염원하고 있는가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심 박사가 오늘처럼 세계적인 원예박사가 되어 그 진디물이 많아 나라꽃으로 적당한가 하는 것이 더러 문제가 되고 있던 나라꽃을 이토록 훌륭한 꽃으로 변신시키기 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동안 각고의 노력을 해야했을까? 그리하여 고향사랑의 애틋한 마음을 내보여 고향의 지명을 붙여놓았듯이 이제는 시민들이 그에게 노고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작은 성의를 보여야하지 않을까?

 무궁화태화강동산을 더 늘리고 이미 조성된 무궁화동산을 더 아름답게 꾸며 이를 울산을 찾는 사람들이나 시민들에게 나라사랑과 향토사랑의 터로 삼아야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다.

 현재 세계에는 250종의 무궁화신품종이 개발되었다고 한다. 이 중 80종을 심경구 박사가 개발한 것이다. 미국 미시간주에 가장 많이 식재되어있는 무궁화태화강은 미국에서만 매년 5만주가 팔려나가 로얄티 오천불을 받고 있다. 캐나다와 유럽에도 보급돼 우리의 태화강은 세계를 흘려서 울산광역시를 알리고 있는 것이다.

 물은 높은 곳에서 얕은 곳으로 흐른다. 그러나 태화강은 지금 새로 태어나서 아름다운 자태로 향기를 풍기면서 세계인의 가슴에 안겨 흐르고 있다. 이 어찌 울산의 영광스런 자랑이 아니겠는가? 심경구 박사의 만세가 곧 울산의 만세인 것 같아 마냥 기쁘기만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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