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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는 나비에게로 가

신용목
 
거미줄은 나비의 몸이다 거미 뱃속을 통과한 나비가 허공에 그려놓은 날갯짓이다 나비가 거미에게 선물한 허공이다 먹혀서 내어주는 밥그릇이다 나비가 나비를 불러 파닥이는 허공의 지진을 끄덕끄덕 바람이 허락한다 허기의 바닥을 파보면 돌멩이처럼 그리움이 받친다는 것을 쨍쨍 부딪침으로 전하는 햇빛 거미와 거미줄 사이에 나비의 생이 있다 거미의 몸을 지나 거미줄로 서서 거미 이전의 자신을 부르는 것 그것이 어머니가 아버지를 닮은 형을 미워하는 사연이며 내게는 사랑이 매번 얼굴을 바꿔달고 오는 이유이다 나비는 나비에게로 가 세상을 흔든다 흔들려 非情을 완성한다
 
● 신용목 시인- 1974년 경남 거창 출생. 2000년 '작가세계'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 '바람의 백만 번째 어금니' '아무 날의 도시'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가 있다.

 

 

 

 

 

 

 

▲ 황지형 시인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온 건 몇 주 전의 일이 되었다. 딸이 보고 싶다고 목이 빠져라 기다리실 때마다 나는 겨울이라 밖에 나가면 감기 걸린다는 핑계를 찾곤 했다. 어릴 적, 팔 남매 중 여섯 번째인 나는 집 앞 돌계단 어디쯤에서 어머니를 마중하곤 했다. 그때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쭈그리고 앉아 참고서 값이며 용돈을 받아 내었던 일들은 이제 기억조차 하지 않는다. 하지만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생선을 팔고 돌아오는 어머니의 품 속 비릿한 냄새는 너무도 또렷하다. 팔남매를 입히고 먹이느라 마땅한 간식거리가 없었기에 집에 돌아오는 시간이 늦어질수록 고무대야 안 주전부리는 많이 들어있었다. 우리들은 한줌이라도 더 얻으려고 승강이를 벌이곤 했다.
 내일 정오엔 아귀찜을 들고 어머니에게 가봐야겠다. 이 세상에 들어오게 해 준 어머니가 생선 장사를 할 땐 아귀탕도 많이 먹었다. 콩나물에 무를 썰어 넣은 아귀탕은 참 맛이 좋다. 누군가에게 맛있게 먹힌 의미로써 아귀는 어머니에게서 우리에게로 받아들여진 것인가. 아니면 이 세상에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내가 아귀가 된 것인가. 몸뚱어리보다 큰 입을 도려낼 땐 어머니에게 부리나케 달려들어 허기를 채우던 일들이 생각난다. 입안이 까실까실해 입맛이 없어졌다는 어머니 찜보다 탕으로 조리를 했던 이유를 그땐 왜 몰랐을까. 한 입 베어 물면 쫀득한 그런 먹이가 될 수 있을까?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먹다보면 금세 물리어 뱉어 버리지 않을까. 허공의 지진을 끄덕끄덕 허락해 주는 바람을 나도 경험해보고 싶다.  황지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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