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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이 영하를 밑돌며 날씨가 급격히 추워졌다. 이럴 때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는 것은 얼었던 몸을 녹여주는 좋은 방법이다. 예부터 목욕은 청결 외에 치료의 목적으로도 행해졌다. 고려시대에는 왕이나 고관들이 병에 걸렸는데 약을 써도 낫지 않거나 병의 원인이 분명하지 않을 때 온천물에 몸을 담그고 요양을 하도록 했다. 조선시대의 왕들은 피부병으로 온천욕을 했다는 기록이 있다. 서양에서도 그리스인들은 목욕을 의학의 관점으로 연구했는데, 히포크라테스는 목욕물의 온도 차이에 따른 치료효과를, 피타고라스는 냉수욕으로 우울증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주장했다. 19세기 상하수도관이 정비되고 위생적인 목욕탕의 모습이 갖춰지면서 목욕용 약재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었다고 한다.

한의학에서는 중국의 편작이 "두한족열(頭寒足熱)" 이라는 말을 남겼는데, 머리는 차고 발은 따뜻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보았다. 네덜란드의 브르하페(Hermanaa Boerhaave)라는 의사는 "머리는 차갑게, 발은 따뜻하게, 몸은 거북스럽지 않게 하라. 그리하면 당신은 모든 의사들을 비웃을 수 있을 것이다"라는 문구를 남겼다고 한다. 이렇듯 하체를 따뜻하게 하여 체온의 균형을 잡아주는 데에 반신욕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반신욕을 할 때에는 자신의 체온보다 약간 높은 37-40도 정도의 물에서 목욕을 하는 것이 좋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40도 이하에서는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고, 42도 이상의 물에서 목욕을 하면 교감신경이 흥분된다.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 우리 몸은 휴식을 취하는 상태로 혈관이 확장된다. 따라서 미지근한 물에서의 반신욕은 근육을 이완시키고 긴장이 완화하며 혈액순환을 도와준다. 반신욕을 할 때 물의 높이는 배꼽 위 정도까지 잠기게 한다. 추운 겨울이라 욕실 온도가 낮아 약간 쌀쌀하게 느껴지면 어깨에 마른 수건을 걸쳐 체온을 잃지 않게 한다. 욕조에 앉아있는 자세가 조금 불편하다면 욕조 안에 작은 의자를 두고 앉아도 좋다.

반신욕을 오래 한다고 해서 더 효과가 좋은 것은 아니다. 건강한 사람의 경우 20분 정도가 적당하고, 체력에 따라 10-30분 사이로 시간 조절을 해준다. 시간을 짧게 나누어 반복해도 되는데, 3-5분정도 물에 몸을 담갔다가 2-3분 쉬는 과정을 3-5회정도 하면 된다. 반신욕을 마친 후에는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하고, 몸을 천천히 식혀주는 것이 좋다. 물기를 잘 닦고 옷을 입어 체온을 갑자기 잃지 않도록 보온에 신경 쓴다. 뿐만 아니라 땀을 흘리기 때문에 물이나 차를 충분히 마셔 수분 보충을 해준다. 
반신욕 중에 아로마 오일이나 한약재와 같은 입욕제를 넣어주면 약재나 오일의 효과도 부가적으로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라벤더 오일을 첨가하면, 숙면에 도움이 된다. 반신욕을 하면 높은 습도가 코막힘에 일시적으로 도움이 되는데 이때 유칼립투스 오일을 떨어뜨려주면 비염으로 인한 코막힘이 있을 때 더욱 좋다. 손발이 찬 여성이라면 전신 혈액순환에 도움을 주는 당귀를 입욕제로 활용해볼 수 있다.

평소 더운 물로 샤워만 해도 어지러움을 잘 느끼거나 사우나나 목욕을 답답해하는 사람, 땀을 흘렸을 때 몸이 가뿐하지 않고 오히려 피곤한 경우라면 꼭 반신욕을 할 필요는 없다. 식사 직후 소화가 다 되지 않았을 때 반신욕을 하면 오히려 구역감을 느끼거나 소화불량을 겪을 수 있다. 술 마셨을 때에도 반신욕을 삼가야 한다. 숙취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으나 알코올과 반신욕 모두 혈관을 이완시켜 저혈압을 유발할 수 있고, 알코올 분해로 인해 몸 안의 수분이 부족한 상태에서 다량의 땀 분비는 탈수를 가중시킬 수 있으므로 음주 후에는 간단한 샤워만 하는 것이 좋다.

목욕을 하는 동안 혈압이 올라가고, 물에서 나오면 혈압이 떨어지는데 앉아있다 일어서면 하체의 혈관으로 혈액이 몰려 기립성 저혈압이 생기기 쉽다. 핑 도는 듯 어지럼을 느끼면서 2차적으로 넘어지게 되면 뇌진탕이나 골절 등이 발생할 수 있다. 감기 등의 질병으로 열이 나는 상태이거나 물이 닿는 부위에 상처가 있는 경우라면 반신욕은 피해야 한다. 나이가 들어서 또는 고혈압을 비롯한 심혈관 질환이나 당뇨와 같은 질환으로 혈관 탄력이 떨어져 있는 경우에는 반신욕을 할 때 반드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무작정 반신욕이 좋다고 따라 하기보다 본인의 체질과 몸 상태에 따라 건강한 방법으로 목욕을 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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