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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항을 뜬다' 또는 '부항을 붙인다'고 표현하는 부항은 한의학 치료 기구의 하나이다. 흔히 타박상을 입었을 때, 삐끗했을 때, 특별히 다친 곳은 없지만 통증이 있는 부위 등에 부항을 한다. 집에서 스스로 부항을 붙이기도 하고, 의료기관이 아닌 목욕탕 등에서 디톡스나 혈액순환 개선 등을 목적으로 부항을 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타박 등 외상성 질환에 부항은 시술 부위에 혈액을 공급해 재생을 촉진하고, 통증을 감소시킨다. 적용 범위가 넓어져 만성적인 내과 질환에도 사용된다. 피부를 통한 가스 교환에 의해 신진대사가 활발해지고 혈액 순환과 조혈 작용이 증가하며, 영양소가 각 세포로 보내지고 노폐물이나 독소가 배설되는 효과가 있다. 이 밖에도 체액의 산·염기 평형, 면역 기능을 증진시키는 데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항요법은 관, 즉 부항을 피부 표면에 흡착시켜 내부의 공기를 제거하여 생긴 음압을 이용하여, 체내 여러 요소를 체외로 배출시키는 치료법으로 각법(角法)이라고도 한다. 동양에서 언제부터 부항요법이 시작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52병방>에 '소각(小角)'으로 기재된 것이 최초의 기록이다. <외대비요>에는 죽관(竹罐)의 제작과 사용방법이 적혀 있는데, 대나무를 잘라서 물에 넣고 끓이거나 대나무 통 안에 불을 피워 공기를 팽창시킨 후 피부에 단단하게 붙게 하였다. 서양에서도 부항 요법을 사용하였는데, 나폴레옹은 위통이 심하면 환부에 물소 뿔 부항기로 시술을 받았고, 당시 유럽 상류 사회에서도 피로 회복과 회춘을 위하여 부항을 애용하였다고 한다.

부항요법의 종류는 관을 흡착하는 방법, 부착하는 관의 수, 관을 유지 및 조작하는 방법 등에 따라 다양하다. 그중에서 크게 혈액 등 체액의 배출을 목적으로 하는 습식부항과, 체액을 배출시키지 않고 음압만 주는 건식부항의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습식부항은 해당 혈자리나 압통점(눌렀을 때 아픈 부위)에 1회용 멸균 사혈침을 이용하여 혈액을 배출시킨다. 침을 사용하기 때문에 감염의 우려가 있어 반드시 의료기관에서만 시술을 받아야 한다. 건식부항은 압력차에 의해 피부를 통한 가스 교환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플라스틱 소재의 부항이 다양한 크기로 만들어져 있어 가정에서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시술을 할 때에는 피부나 근육, 부착 부위의 함요를 잘 살피고 부위에 따라 적합한 크기의 관을 선택해 음압의 정도나 유관시간(관을 붙이고 있는 시간)을 정해야 한다. 굴곡이 심한 부위나 피부나 근육이 얇은 부위, 털이 많은 부위에는 부항이 잘 붙지 않기 때문에 적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 집에서 스스로 시행할 때에는 비교적 넓고 함요가 심하지 않은 통증이 있는 부위에 피부가 약간 당겨지는 정도의 강하지 않은 압력으로 5분정도 부착한 후 떼는 것이 좋다. 골절부위에는 시술을 삼가고, 한 부위에 지나치게 많은 관을 부착하거나, 오랜 시간 관을 부착하고 있는 것은 피해야 한다.

간혹 부항 자국을 훈장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자국의 개수가 많고, 진할수록 치료를 잘 받은 것처럼 느끼고 만족스러워한다. 물론 통증이 심한 곳이나 강자극을 한 부위에는 자주빛이나 멍이 든 것처럼 진하게 반응이 나타나기도 한다. 시술 후 부항을 부착한 부위에 붉은 색의 색소반응은 정상적인 반응이나 자국이 거의 남지 않아도 시술 효과는 충분하다. 흔히 '불부항'이라고 하는 도자기나 유리로 만든 부항컵 안쪽으로 불을 넣었다 빼 시술하는 부항요법은 화상의 위험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 배기벨브가 있는 플라스틱 부항컵과 달리 압력의 세기를 조절하기도 어렵다. 유리 부항컵의 경우 잘 깨질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부항을 떼고 난 후 해당 부위 모공이 확대되어 딸기와 비슷하게 보이거나, 누르면 딱딱하게 뭉친 느낌이 드는 것은 나타날 수 있는 정상반응이다. 피부가 약한 사람이나 부항기의 압력이 너무 센 경우에는 부착 부위에 수포가 생기기도 하는데, 수포가 터지면서 2차적인 감염 및 관리가 문제되기 때문에 수포가 생기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환자의 체력 상태에 따라 피로감을 느낄 수 있는데 이 경우 무리하지 말고 2-3일정도 간격을 두고 시술하는 것이 좋다. 추운 겨울, 부항 요법을 통해 긴장된 근육을 풀더라도 항상 지나치지 않도록 주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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