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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산을 다 적시고
사람 사는 마을을 지나
바다에 당도했다    

여기에 이르기까지
볼멘 말들 없었으랴 

바다는
출신도 이력도 묻지 않았다 
천 갈래 만 갈래 물길을 쓰레질하는
푸른 이랑마다
날카로운 첫 키스 같은 쟁기 날이 꽂힌다   

출렁임이 온 바다를 흔들었다

한 물결이 다른 물결의 잔등을 밀어주며
소리쳤다
우리 모두 힘을 모아 큰 바다로 길을 열자  

한 물결이 몸을 부딪쳐 해안을 박차고 몸을 날렸다 
파도가 솟구쳤다
솟구친 파도가 스러지며 다른 파도를 일으켜 세웠다
한강이 합류했다
낙동강이 가세했다 
대동강 압록강도 합류했다 
출신도 이름도 묻지 않았다

바다가 몸을 뒤척이자
큰 파도가 일어났다
태평양이 출렁거렸다

먼 바다로부터   
여명의 빛이 온 바다를 붉게 물들이며
일용할 하루치의 희망이 떠올랐다   

산고를 끝낸 바다가
갓 태어난 파도를 해안에 
철썩 안기는 새날 새 아침  


 

전정희 시인
199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겨울사북행 당선. 2005년 중앙시조 대상 신인상 수상. 2005년 울산문학 작품상. 정형시집『 물에도 때가 있다 』『 자작나무에게 』. 오늘의시조회원, 한국문인협회, 울산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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