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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양극화 문제 해소는 현 정부의 중요 국정 과제 중 하나다. 양극화 중심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사회적 차별이 자리잡고 있다. 결국 비정규직 처우를 정규직 수준으로 올리든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조치가 뒤따라야 잠잠해질 문제다. 사회 양극화 해소는 노동계 핵심 정책이기도 하다. 최근 새로 선출된 민주노총 위원장이 올해 노동계 기조 중 하나로 이 문제를 거론했다.

우리나라 비정규직 근로자 수는 지난해 8월 기준으로 655만 명에 달한다. 전체 임금 근로자 1,990만 명의 32.9%를 차지하는 수치다. 2012년 8월 33.3%를 기록한 후 최근 5년 사이에 가장 높아졌다.

비정규직 문제의 더딘 개선은 고용의 질적 저하로 연결되므로 서둘러 손질에 나서야 한다. 그러나 사회가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떠들어왔지만 정작 별 효과없이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최근에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의 질 저하를 더욱 부추기고 있어 오히려 양극화 해소를 궁지로 몰고 있는 판이다. 올 들어 최저임금이 시간당 7,530원으로 역대 최고율로 인상되면서 상당수 중소기업과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인력 감축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국민 삶의 질 개선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 역풍을 맞고 있는 실정이다. 최저임금 인상 초기라 더 두고 봐야 하겠지만 현재로서는 최저임금 인상 카드가 고용 불안을 조장, 양극화를 부채질하는 부작용에 휩싸여 있다.

이런 가운데 얼마 전 현대차가 대규모 사내하도급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특별 채용하겠다는 발표는 우리 사회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현대차는 지난해 임단협 노사 합의에 따라 2021년까지 사내하도급 근로자 3,500명을 정규직으로 뽑기로 했다. 타 기업이 별도 직군 전환, 무기계약 갱신 등 제한적 정규직 전환 방식을 택한 것과는 달리 임금·복지 등 근로 조건까지 기존 정규직과 동일하게 적용할 것이라고 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양질의 일자리 확대 정책기조, 즉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도 맞아떨어진다.

게다가 2012년부터 작년까지만 6,000명의 사내하도급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이미 고용한 바 있어 사실상 1만 명에 가까운 정규직 전환의 특별 사례로 박수 받을 일이다. 아직까지 우리 기업 중에 이처럼 통 큰 결단을 내린 바가 없어 더 큰 주목을 받는다.

또한 같은 업종이면서도 한국GM과는 완전히 상반된 길을 걷고 있어서 그 의미가 더욱 크게 다가온다. 한국GM의 경우 최근 하청업체와의 재계약 과정에서 인천 부평공장 비정규직 근로자 60여 명을 해고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엔진 포장 아웃소싱 업무를 정규직으로 돌리는 인소싱(insourcing)을 단행하는 조치 때문이다. 결국 정규직 일자리 보호를 위해서 비정규직을 해고하는 고용 악폐를 답습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이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는 정부 정책에 역행하는 조치다. 물론 회사 경영난을 어떻게든 극복해보겠다는 취지의 고육지책일 수도 있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자동차 업계의 전반적인 위기로 역시 심각한 경영 부진을 겪고 있는 동종사 현대차가 사회적 문제를 대하는 방식과는 확연히 다른 것은 분명하다.

이에 앞서 현대차는 그룹 차원에서도 앞으로 5년간 자율주행차, 인공지능(AI) 등 5대 신사업에 23조 원을 투자하고, 일자리도 4만 5,000명 늘리겠다고 했다. 기업의 투자와 고용 창출을 적극 유도하고 있는 정부 입장에서는 든든한 후원자나 다름없다.

또한 현대차그룹은 협력사가 새로운 기술 분야에 투자하고 더 많은 인력을 뽑도록 해 일자리가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가 되도록 협력사를 돕겠다고도 했다. 어제는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2·3차 중소 부품 협력사들에게 1,500억 원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 또한 양극화의 한 축으로 고려할 때 현대차그룹이 사회 문제를 제대로 읽고 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일단 현대차가 일자리 창출과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한 큰 포문을 열었다. 그렇다고 모든 기업들이 분수에 넘친 정책을 내놓아서는 곤란하다. 그렇다고 이 문제에 나 몰라라 등을 돌려서도 안된다. 각 기업의 형편에 맞게 동조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현대차 사내하도급 정규직 채용을 신호탄으로 우리 사회에 질 좋은 일자리가 더 많이 생겨나고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는 데에 사회적 바람이 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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