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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의 첫 번 째 달이다. 큰아이가 작은 손을 활짝 펼치며 이제 자기는 몇 살이냐며 거듭 물어댄다.

나는 몇 살이더라…. 언젠가 부터 아무도 나에게 몇 살이냐고 묻지 않으니 나도 나에게 묻지 않게 됐다. 문득 딸아이의 얼굴에 내 얼굴이 그려지며 어릴 적 생각이 떠올랐다. '엄마, 몇 살이야?' 하고 물어보자 엄마가 '몇살이더라…. 내가 몇 살이지?' 하니 엄마 나이도 모른다며 깔깔거리고 웃었던 나의 모습이 지금 내 앞에 있는 이 꼬맹이랑 너무나 똑같은 게 우습고 재밌고 또 알 수 없는 감정들이 몰려들어 생각에 잠긴다. 한 가지 정확한 사실은 세월이 많이도 흘렀다는 거. 돌이켜보니 너무나 시간이 가지 않아 애태웠던 적도 반대로 쌩하고 도망 가버려서 야속했던 적도 많았다. 내가 용을 쓰던 안 쓰던 상관없이 시간은 유유히 흐른다. 이렇게 말하고 괜히 벽시계를 한번 쳐다보니 열심히도 초침을 움직이네. 그런걸 보면 시간이 애를 쓰며 열심히 흐르는 것 같기도 하다.

모든 것에는 시작이 있기 마련이다. 나의 시작은, 무엇인가에 대한 나의 처음은 어땠었나…? 긴장되고 기대되고 걱정되고 설레기도 하고 무언가를 시작하는 모두의 처음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피아노를 처음 쳤던 건 언제였던지 기억나지도 않지만 처음 연주회를 했던 건 기억난다.  피아노학원을 다닌 지 얼마안지나 학원연주회를 했는데 곧잘 따라했던 나도 함께 참여했다.  초등학교 입학하기 며칠전이였을까? 아이보리색 드레스를 입고 부르크뮐러의 '순진한 마음'이란 곡을 쳤는데 얼마나 떨리던지 첫 음도 헷갈리고 건반도 어디서 시작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고 결국 '솔'로 시작해야하는데 '파'를 치며 첫 음을 틀리며 시작했다. 그 이후에는 큰 실수 없이 연주를 끝낸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런데 어찌 '파'를 누를지 '솔'을 누를지 고민했던 그 짧은 순간은 그리도 또렷이 기억이 나는지…. 더 어릴 적 기억도 있다. 7살 유치원 학예회에서 동시를 외워 낭송해야 했었는데 부끄러움 많던 나는 사람들 앞에 서서 발표하는 게 어려웠다. 결국 선생님이 거의 다 읽으시고 난 옆에 서서 마이크에 대고 겨우 입을 움찍거리는 정도만 할 수 있었다. 아마도 개미가 소리를 낼 수 있다면 나보다 더 크게 냈을 거다. 이렇게 적다보니 내가 대견하네. 그리도 겁 많던 아이가 많은 것들을 이겨내고 지금 사람들 앞에서 연주도 하고 말도 하는 것 보면…. 하지만 지금도 무대에서 연주 하는 건 늘 어렵고 힘들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란 말을 떠올리면서도 피할 수 있을 때까지 피하다 매도 먼저 맞는다는 심정으로 올라가는 심정을 알까? 처음의 실수는 설렘의 추억이지만 노련함이 생겨서의 실수는 무서운 두려움의 기억으로 날 괴롭혀서 더더욱 그런 것 일거다. 수많은 훈련을 통해서도 떨리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최근 몇 년간의 '처음'에 대한 생각을 떠올리니 사소한 것부터 시작해서 인생에서 다시 오지 않을 순간까지 떠오르며 이리도 많은 일들이 있었나 싶다. 꼬맹이들을 보며 모든 게 처음이라 얼마나 신기하고 좋을까 생각했는데 글을 적다보니 나이가 들어서도 처음이었던 게 많았단 생각에 그냥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서아름의 클래식 톡'을 2016년에 시작했으니 연재한지 벌써 2년이나 흘렀다. 처음 제의를 받았을 땐 내가 할 수 있을까란 생각도 있었지만 새로운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굉장히 설레는데 또다시 2018년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계속해서 설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좋고 또 감사하다. 누구나 자신만의 처음은 다 가지고 있다. 잊어버린 것들도 있고 마음속 어딘가에 기억하고 있는 것들도 있다. 2018년 첫 달이 다 지나가기 전에 자신의 처음을 꺼내어 다시 기억해 보는 건 어떨까? 더 시간이 지나 잊혀 지기 전에 잊어버렸던 설렘과 감사함을 다시 느낄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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