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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얗고 투명한 피부에 대한 열망은 시대를 막론하고 계속되었다. 창백해 보이기 위해 그리스와 로마에서는 납 성분의 백연을 발랐으며, 영국에서는 계란 흰자를, 일본과 중국에서는 쌀가루를 미백을 위해 사용하였다고 한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중국의 미인 서시처럼 아름다운 얼굴로 만들어 준다는 뜻의 '서시옥용산'이라는 외용제를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최근에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미백 기능성 화장품이나 화이트닝 시술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잡티가 생기거나 피부 톤이 검어지는 원인은 물론 맑고 깨끗한 피부를 위한 관리법까지 알아보자.

피부가 햇빛에 그을려 검어지거나 기미나 주근깨 등이 생기는 것은 모두 멜라닌 색소와 관련이 있다. 멜라닌색소를 만드는 멜라닌세포는 표피의 맨 아래 기저층에 있다. 피부가 자극을 받으면 멜라닌세포 안의 티로신이라는 단백질이 산화되어 멜라닌 색소를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멜라닌이 각질층의 피부 세포에 들어가 표면으로 올라오면 피부가 검게 보이는 것이다. 아래층에서 만들어진 멜라닌 색소가 피부 표면으로 올라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30일 이상이다.

멜라닌 색소가 들어있는 피부 세포가 각질이 되어 떨어져 나가면 검어졌던 피부가 본래의 색을 찾을 수 있다. 멜라닌 색소는 배출이 되고 새로운 피부세포가 자리하기 때문이다. 여름철에 태운 피부가 겨울이 되면서 다소 하얘지는 것은 자외선에 덜 노출되어 멜라닌 색소가 없는 피부세포들이 올라와서다. 같은 이유로, 임신이나 경구피임약 복용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기미가 생겼는데 출산 후나 피임약을 중단한 후 기미가 없어지는 것은 멜라닌 색소가 없는 피부 세포가 만들어져 올라왔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자연적으로 옅어지는 것을 제외하고, 환한 피부를 위한 미백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멜라닌을 만들지 못하도록 유발 요인을 제거하는 것이다. 자외선은 멜라닌세포를 자극해 멜라닌 색소의 생성을 촉진한다. 따라서 자외선 차단제를 꾸준히 바르는 것은 멜라닌 색소가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확실한 미백 방법이다.

두 번째는 멜라닌 색소가 만들어져 각질 세포에 들어가는 각각의 단계를 차단하는 것이다. 일본 화장품 회사에서 특허를 가지고 있는 알부틴, 한국 화장품 회사에서 특허를 가지고 있는 닥나무추출물을 비롯해 상백피 추출물, 감초 추출물 등이 티로시나아제의 작용을 억제한다. 멜라닌을 생성하는 효소인 티로시나아제에 직접 작용해 티로신이 산화되어 멜라닌색소를 만들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티로신이 멜라닌 색소를 생성하는 과정 중에서 도파(DOPA)의 산화를 억제하는 물질에는 비타민C와 글루타치온이 있다. 최근에는 멜라닌세포에서 멜라닌색소를 만드는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멜라닌세포에서 주변 각질세포로 색소가 이동하는 것을 억제하는 나이아신아마이드 성분도 많이 이용된다.

마지막으로 각질 세포를 인위적으로 벗겨내 멜라닌 색소가 있는 세포는 빠르게 탈락되고, 새로운 세포가 재생되도록 유도하는 방법이 있다. AHA, 살리실산, 아젤라익산 등이 있다. AHA라고 불리는 과일산은 글라이콜릭산, 락틱산, 시트릭산 등을 총칭하는데 필링 성분이 있거나 미백 효과가 있는 화장품에 주로 포함되어 있다. 각질제거 성분은 자주 사용하면 피부에 자극이 되거나 건조해질 수 있으므로 피부 상태에 맞게 사용 주기를 조절하고 보습을 잘 해주어야 한다.

다양한 미백 제품들이 있지만, 쌀뜨물로 세안하거나, 녹차, 율피, 당근 등을 이용해 천연팩을 만들어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다만 아무리 좋은 제품이나 천연팩이라 할지라도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으니 피부가 붉어지거나 따가운 등의 불편한 증상이 있으면 즉시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

각각의 성분들이 작용하는 원리는 다르지만 미백 관리는 이미 만들어진 멜라닌을 분해해 본래의 피부색을 하얗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멜라닌 색소만 골라서 분해하는 미백 방법은 현재까지는 개발되지 않았고 멜라닌 세포 자체를 죽이는 치료용 물질은 있지만 화장품에 사용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미백 관리는 피부 톤을 균일하게 해주며, 멜라닌의 생성을 예방하여 피부를 좀 더 깔끔하게 보이도록 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따라서 극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보다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고 안색을 맑게 하는 정도를 미백 관리의 목표로 삼는 것이 좋다. 봄을 기다리며 밝아진 색의 옷차림처럼 피부에도 빛을 밝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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