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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동차산업을 둘러싼 글로벌 경영환경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발 무역전쟁 선포로 세계 경제가 전쟁 양상으로 흐르면서 자동차산업의 향후 전망은 더욱 어두운 지경이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 자동차산업 특성상 최근 글로벌 기류는 심각한 위험군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도 국내 자동차산업은 한국GM 여파까지 겹치면서 도무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한국GM에 몰아치고 있는 위험 불똥이 자동차산업 전반으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되는 실정이다. 과거 대우조선에 대한 정부 지원 후 대우조선의 덤핑 수주 등으로 다른 조선업계마저 피해가 발생해 조선업이 급추락하는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GM에 대한 무분별한 정부 지원이 현실화 될 경우 자동차산업 경쟁력 추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군산공장 폐쇄와 대규모 구조조정 작업에 돌입한 한국GM은 노사의 엇갈린 주장으로 회생조차 장담할 수 없다. GM본사는 한국GM에 대한 재투자와 신차 배정 조건으로 정부 지원과 노조 비용절감(기본급 동결, 올해 성과급과 일시금 지급 불가) 합의를 내걸고 있다.

지난 4년간 누적 적자가 3조 원에 달하면서도 한국GM 노조는 올해 임단협 시작 당시 금속노조 지침대로 기본급 5.3%인상을 안건으로 확정했다. 이것도 모자라 추가 복리후생과 정년연장, 노조원 1인당 3,000만 원씩 주식 분배를 요구하고 있다. 최근 협상에서 노조가 기본급 동결과 성과급 포기에 동의했지만 복리후생비 절감은 수용하지 않는 상황이다.

한국GM 지원을 두고 막대한 세금만 낭비할 수 있다는 여론이 팽배하다. 한국GM을 위기상황으로 몰고 간 주역 중 하나가 노조라는 것을 대다수 국민이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노조의 뼈저린 반성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따라서 고임금 저생산성으로 무장한 노조 폐해에 대한 국민적 반감에 노조가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한국GM 노조의 지향점은 현대차 체코공장에서 발견할 수 있다. 현대차에 따르면 체코공장에서 차량 한 대를 생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3.9시간에 불과하다. 한국GM 군산공장의 59.31시간과 비교자체가 안된다. 이처럼 생산성이 높은 데에는 노사관계 안정이 핵심역할을 했다. 현대차 체코공장 노사는 장기간 임금협상에 따른 소모전 방지를 위해 2년 주기 임금협상과 4년 주기 단체협약 협상 실시에 노사가 합의했다. 공장 설립 10년 동안 단 한 차례도 파업이 일어나지 않은 것도 노조의 양보와 회사의 화답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GM을 비롯한 국내 자동차업계 노조가 장기간 교섭과 파업을 남발하는 것과 매우 대조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미국, 유럽연합, 일본, 중국 등 주요국과 세계경제의 성장률 전망을 일제히 올렸다. 하지만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은 종전과 같은 3.0%로 유지해 세계경제 회복세 흐름에서 한국만 소외되고 있는 듯한 분위기다. 미국 안팎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발 무역전쟁은 본격화되고, 트럼프 행정부의 한미 FTA 압박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이런 흐름은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경쟁력 위기에 직면한 국내 자동차업계에는 생존 위협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

얼마 전 영국 최대 노조인 '유나이트'가 자동차 기업과 정부에 구체적 일자리 창출 전략을 제안해 눈길을 끌고 있다. 디젤차 수요가 급감하고 경쟁국들이 전기차 개발 경쟁에 나서자 위기감을 느낀 노조가 구조조정이 닥치기에 앞서 전향적으로 대안을 들고 나온 것이다. 이처럼 유나이트가 자동차산업 미래 전략 보고서까지 직접 내놓은 데에는 강성 노조와 고비용 생산구조로 고전한 아픈 과거에서 얻은 교훈 때문이다.

구조조정에 직면하기까지 임금만 쫓은 나머지 미래 대비에는 소홀했던 한국GM 노조는 물론 국내 차업계 노조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대차 체코공장과 영국노조와 같이 다가올 위기를 사전에 막고 생존하기 위해 회사와 협업하는 모습을 보여야만 롱런(long-run)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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