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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끝나고 봄이 시작되려는 순간이 왜 이리도 긴지 변덕스러운 날씨가 계속된다. 이 시기에 가족과 이별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은 것 같은 것은 기분 탓일까. 우리 아빠도 봄이 되려는 이 즈음 우리 곁을 떠났다. 그리고 요 며칠사이 내가 아끼는 사람들의 가족들이 연이어 그들의 곁을 떠나게 되면서 그 친구들의 눈물을 보며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먼저 떠난 분이 안타까워서 남겨진 사람들이 안타까워서….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안타까워서 가슴이 아팠다. 장례식, 고인을 떠나보내는 날 해가 비쳐 슬펐고 비가 내려 슬펐다.

죽음을 애도하는 여러 종류의 음악 중 가장 먼저 떠오른 노래는 <장송행진곡> 이었다. 실제 장례식의 행진을 위한 것이라기 보단 그러한 분위기를 표현 한것인데 지금은 실제 장례식에 많이 쓰이게 되었다. 베토벤 3번 <영웅>교향곡 중 '2악장'과 쇼팽 피아노 소나타 2번 중 '3악장'은 가장 많이 연주되는 장송행진곡 이다. 베토벤의 영웅 교향곡은 클래식톡 '내일은 없다'편에서 한번 소개한 적이 있는데 베토벤이 존경했던 나폴레옹의 성을 딴 '보나파르트' 교향곡이 될 뻔 했지만 그에게 실망한 베토벤은 제목을 바꾸어 발표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는 곡이다. 그리고 4개의 악장으로 구성된 쇼팽의 피아노소나타 2번은 그의 걸작 중 하나로 손꼽히는 곡으로 이 소나타는 1839년 쓰여 졌지만 3악장 장송행진곡은 그보다 앞서 1836년 쇼팽이 16세연하의 제자이자 친구의 동생이었던 마리아 보진스키와 헤어지며 큰 상처를 겪고 1837년 작곡 되어졌다고 한다. 장송행진곡 이후의  짧은 마지막 악장은 미스터리하기 까지 하는데 그가 지시한 걸 요약하자면 '빠르게 목소리를 낮추어 한숨에 치시오' 이다. 정말이지 웅웅거리다가 끝나버린다. 사람들은 4악장을 두고 죽은 자들의 떠도는 영혼 이라고도 하고 교회묘지를 휩쓸고 지나가는 바람이라고도 하고 슈만은'비웃는 듯한 미소를 머금은 스핑크스와 같다'라고 평하기도 했는데 어찌됐건 기존의 소나타하고는 너무나 달랐던 혁신적인 걸작이었음에는 틀림없었다.

그럼 <레퀴엠:Requiem>은 뭐지? 하고 연상되어 떠오르는 건 나뿐인 걸까? 레퀴엠=진혼곡 같은 말로 '죽은 이를 위한 미사곡'이다. 레퀴엠은 카톨릭 미사에서 시작된 음악으로 가사의 첫 시작이 레퀴엠…(안식을…)이라고 시작되면서 이렇게 부르게 되었다고 하는데 미사구성에 따른 곡들로 이루어진 고전시대의 레퀴엠을 거쳐 낭만시대에는 연주를 위한 레퀴엠도 많이 작곡되어졌다. 모차르트의 마지막 작품이 된 미완성 레퀴엠은 너무나 유명한 일화를 가지고 있다. 1791년 어느 날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으로부터 레퀴엠의 작곡의뢰를 받은 모차르트는 석연치 않았지만 막대한 선수금을 받고 작업을 하기로 하는데 그의 양호했던 건강이 갑자기 악화되면서 모차르트는 어느 순간 자기를 위한 레퀴엠을 쓰고 있다고 말하며 죽음을 예견하게 된다. 모차르트가 죽자 큰 금액의 계약금 때문에 그의 부인 콘스탄체는 어떻게든 이 곡을 완성시켜야만 했다. 그의 절친한 친구였던 요제프 레오폴드 아이블리 에게 이곡의 완성을 부탁했지만 어느 정도 작업을 진행하다 중단하게 된다. 결국 전반부를 완성한 모차르트에이어 오케스트라 부분을 추가한 아이블리 그리고 모차르트를 도왔던 제자인 프란츠 하베르 쥐스마이어가 이곡을 완성하게 된다. 그렇게 무사히 완성된 레퀴엠은 프란츠 폰 발제크 백작에게 전달되는데 이는 죽은 아내를 위해 자신이 작곡했다고 하며1793년 자신의 지휘로 연주했다. 그 당시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리도 힘들게 세상에 나온 모차르트의 <레퀴엠>이 그리도 쉽게 남의 것이 될 수 있었겠는가. 이후 브람스, 베를리오즈, 베르디, 포레와 같은 낭만시대의 자유로운 양식의 레퀴엠이 만들어졌다.

아빠랑 나는 살가운 사이는 아니었다. 대화가 부족해 서먹하다 못해 못되게 구는 그런 딸이었다. 그래도 우리아빠는 날 참 예뻐했다. 아빠가 떠난 지 4년이 지난 지금 가끔 나는 기다린다. 문득 문득 생각날 때 그냥 기다린다. 언젠가 어떤 식으로든 날  찾아올 거 같아서 내가 그 순간을 놓치지 않도록…
물망초 꿈꾸는 강가를 돌아 / 달빛 먼 길 님이 오시는가/ 갈숲에 이는 바람 그대 발자췰까/ 흐르는 물소리 님의 노래인가/ 내 맘은 외로워 한없이 떠돌고/ 새벽이 오려는지 바람만 차오네/ <님이 오시는지- 박문호 작사·김규환 작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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