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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견 두 마리를 키우고 있다. 키우고 싶은 마음에 사거나 얻어서 온 것이 아니다. 두 마리다 버려진 개들이다.

'쭁'은 비 오는 저녁 슈퍼 앞에서 떨고 있었다. 누가 잃어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데리고 와 다음날 '개 주인을 찾습니다'라고 쓴 전단지를 만들어 동네 전봇대마다 붙였다. 일주일이 지나도 아무런 연락이 없어 정식 절차를 통해 입양되었다.

'봄'은 누가 봐도 버린 개였다. 버스 정류장 표지판에 묶여있었고 옆에는 반쯤 비워진 개 사료가 함께 놓여 있었다. 그 상황은 "나는 개를 버렸으니 아무나 데리고 가도 됩니다"라는 말을 대신하고 있었다. 늦은 밤이라 안고 들어왔다.

개를 처음 안아올렸을 때 반항하거나 도망가려고 하지 않았다. 떨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 여운은 지금까지도 남아있다.
애완견을 키우면서 얻는 기쁨이 많다. 그 중에서 언제라도 반겨주는 것이 제일 기쁘다. 생명체이니 기분이 나쁠 수도 있고 아프기도 하겠지만 항상 반겨준다. 무료한 날, 내 주위를 어슬렁거리는 걸 보면 나는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산책을 가고 운동을 하며 그렇게 같이 더불어 지낸지 여섯 해가 지났다.

개를 키우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먹는 것은 기본이고 털을 깎는 비용도 제법 든다. 다양한 예방 접종 비용도 제법이다. 어디 멀리 다녀오려면 동물병원이나 애완견 매장에 맡겨야 하는데 하룻밤 재우는데 3만 원에서 많게는 5만 원이다. 부담이 크다.
얼마 전에는 큰 걱정거리가 생겼다. 모든 생명체는 성장하면서 아프기 마련이다. 애완견도 병을 피할 수는 없다. 봄의 눈에 흰색 점이 보이기에 병원을 찾았다.

검진 결과 백내장으로 판정받았다. 수술하면 된다는 말에 안심하다가 비용에 화들짝 놀랐다. 수술 비용이 검사비까지 합쳐 300만 원이나 든다고 했다. 여기저기 알아봤지만 300만 원 근처였다. 사람 수술 비용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었다.

많은 생각이 들었다. 수술을 시키지 않고 개 팔자로 살게 할까. 심지어는 나도 전 주인처럼 늦은 밤 버스 정류장에 묶어두는 생각도 했다. 개를 데리고 온걸 처음으로 후회까지 했다. 더불어 지내면서 누린 행복은 수술비 앞에서 맥없이 무너져 내렸다.
버려지는 개들의 이유를 짚어봤다. 경제적 어려움이 제일 큰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치료비가 없어서 버리는 경우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 수술비에 300만 원을 들였다면 쉽게 수긍하기 어려울 것 같다. 수술을 시키면서 애완동물도 의료보험이나 몇 종류의 보험이 있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보험이 있다면 애완동물 유기가 줄어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치료비 문제로 안락사 당하는 일도 있을 것 같다.

예측되는 사회적 상황은 앞으로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더 늘어날 거라고 한다. 대한민국의 의료보험 제도는 세계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나라다. 동물 의료보험을 의료보험 제도나 보험회사에서 살펴봤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봄 날 개꿈을 꾸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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