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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다. 매화, 목련에 이어 개나리, 진달래, 벚꽃이 다투어 인사를 한다. 만발한 벚꽃에 탄성을 지르며 자전거 길을 달리다 보니 어느새 선바위 근처에 닿았다. 강물은 소리 없이 흘러가고 가로수 꽃잎들 사이에는 벌들의 잔치가 야단스럽다.

 

봄 꽃 릴레이로 흐드러진 태화강
그 빛나는 속살속으로 난 자전거길
전국에서 이름난 라이딩 코스지만
곳곳서 보이는 오물에 부끄러움만


태화강 백 리 길 요소요소에는 라이더들이 쉬었다 가기에 안성맞춤인 데크들이 놓여 있다. 참새가 방앗간에 들리듯 벤치에 앉았다가 발아래 숨은 쓰레기 꽃들을 보는 순간 얼굴이 화끈거린다. 페트병이며 과일 껍질, 과자봉지, 종이컵들이 그야말로 난장판이다.

들풀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쓰레기들까지 겨울 동안 말라버린 풀 사이로 형체를 드러내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그동안 시민 모두가 환경을 외치며 가꾸어온 태화강이지 않은가. 반감된 기분을 벚꽃 향기로 환기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왕 나섰으니 울산역을 지나 언양 시장까지 갔다 올 생각이다.

선바위에서 유니스트까지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코스다. 긴 겨울을 보낸 들녘이라 아직은 휑하지만, 텅 빈 논에도 새봄은 찾아왔나 보다. 논두렁에서 쑥을 뜯는 아낙네가 보이고 부지런한 농부는 벌써 비닐하우스를 걷어내고 있다.

사연교를 건너 아담한 정자에 닿자, 이번에는 빈 캔 맥주 세 개가 나란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언뜻 봐도 버려진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인다. 공공장소까지 버젓이 방치된 캔을 보면서 누군가의 행동에 절로 고개가 돌아간다.

버려진 건 캔뿐만이 아니다. 벌어진 기둥 틈으로 신문 종이, 비닐, 휴지들이 끼워져 있고 바닥에는 담배꽁초가 불록 사이마다 잡초처럼 코를 박고 있다. 누가 버렸는지는 몰라도 우리 모두 환경의식에 각성하지 않을 수 없다.

유니스트에서 울산역까지의 길은 순수와 현실의 양면성을 보는 듯하다. 한쪽에는 때 묻지 않은 산새의 화려함이 극치를 보이고, 다른 한쪽은 도심의 차들로 매연과 소음이 코와 귀를 자극한다. 흐르는 강물을 사이에 두고 자동차가 달리는 둑길 아래에는 끝없이 버려진 쓰레기들이 줄을 잇는다. 그나마 다행인 건 드문드문 소꿉장난처럼 가꾸어 놓은 길가 텃밭에 풋마늘, 상추들이 주인의 손길에 힘을 얻고 있다.

땅에는 제비꽃 민들레가 오종종히 올라오고 나뭇가지에는 연둣빛 잎들이 별처럼 돋아나는 봄이 아닌가. 어찌 된 일인지 태화강 상류를 달릴수록 봄꽃보다 쓰레기 꽃들이 더 많이 눈에 띈다.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든 각종 오물이 무방비 상태로 춤을 추고 있다. 너저분하기 짝이 없는 둑길도 오뉴월이 지나면 무성해진 풀들로 대부분 가려지겠지만, 한 번 버려진 쓰레기가 어디 가겠는가.

'나 하나쯤' 하며 슬쩍 투척한 쓰레기들이 환상적인 자전거 길을 망치고 있다. 딱히 도시 미관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지키고 가꾸어야 할 삶의 터전이다. 환경과 생명을 함께 살리고자 개설된 자전거 길이기에 결여된 시민의식이 안타까울 뿐이다. 우리가 자연을 돌보지 않으면 자연도 우리에게 베풀지 않는다는 경각심이 몰려온다.

최근 중국에서 폐자원 수입을 규제한다는 뉴스를 접했다. 하루만 안 치워도 넘쳐나는 쓰레기를 보면서 그 심각성을 실감했다.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되도록 양을 줄이는 일부터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일례로 내가 본 지인 한 분은 여러 해전부터 1인 1컵을 주장하며 어디를 다녀도 자신의 컵을 들고 다닌다. 처음 그 모습을 볼 때는 약간의 억지스러움도 없지 않았다. 저러다 말겠거니 했는데 수년을 한결같이 실천하는 모습을 보면서 옳은 일이라면 작은 일부터 실천하는 그가 귀감이 되고 있다.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 휴지 한 조각으로 애써 가꾸어 놓은 생태를 그르쳐서는 안 된다. 조금 번거롭고 수고스럽더라도 후손에게 물려줄 땅이라 생각한다면 함부로 사용하고 버리는 습관부터 고치는 게 급선무다. 당장 오늘부터 실천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보자. 우선 시장 갈 때 장바구니 들고 가기, 음식물 남기지 말기, 한 번 쓴 비닐 재사용하기 등 둘러보면 얼마든지 있다. 말보다 실행이 답인 건 두말 할 필요도 없다.

태화강 백 리 길은 전국 자전거 마니아들이 선호하는 곳이다. 울산의 자랑인 태화강이 생태적으로 더욱 건강해지려면 우리의 의식부터 바뀌어야 할 것이다. 언양 장터에서 국밥 한 그릇으로 배를 채우고 연어가 그랬던 것처럼 회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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