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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의 계절이다. 벚꽃마라톤, 복사꽃마라톤, 해변마라톤, 호반마라톤, 숲길마라톤, 안전공감마라톤, 평화마라톤 등 저마다 다른 색채를 띤 마라톤 대회가 한창이다. 마라톤은 그리스의 한 병사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처음 시작되었다고 한다. 페르시아와의 전쟁에서 이겼다는 소식을 아테네에 전하기 위해 4만2.195㎞를 쉬지 않고 달려와 승리의 말만을 남기고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둔 병사의 애국정신은 마라톤의 이름으로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올림픽의 꽃이 되었다.

얼마 전 세계적으로 가장 오래되고 권위 있는 보스턴 마라톤 대회의 122회 우승자가 탄생했다. 체감온도 영하권의 비 내리는 보스턴 한복판에서 땀과 눈물로 범벅이 된 일본인 가와우치 유키였다. 그는 일본의 고등학교 행정실에 근무하는 공무원 마라토너였다. 대회출전으로 자리를 비운 자신의 마라톤 인생을 응원하는 꽃다발을 안겨주는 고마운 일터로 빨리 돌아가 개교 100주년 기념잡지 만드는 일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어느 청소부는 이렇게 말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한없이 긴 거리를 홀로 비질해야 할 때는 바로 앞 시야의 거리만큼만 생각한다고. 그렇게 정성들여 쉬지 않고 조금씩 청소하다보면 해질 무렵 어느새 거리의 끝에 와 있다고. 처음부터 욕심내어 많은 양을 한꺼번에 하려들면 몸이 쉬 지쳐 힘들어 진다고. 조금씩 꾸준히 한 단계씩 완수해 가면 완성도도 높아지고 이루어 내는 과정 중에 느끼는 보람도 커진다는 것이다.

마라톤도 마찬가지다. 경기 초반에 체력을 너무 소진해버리면 끝까지 완주하기 힘들어질 뿐 아니라 지쳐버린다. 일정한 페이스를 유지하며 쉬지 않고 달리는 것이 포인트다. 26년 마라톤 인생의 인내와 끈기로 강약의 완급 조절의 달인이 된 가와우치 유키는 강조했다. 어떻게 달리는 것이 부상을 예방하고 나의 몸과 마음이 즐거운지를 늘 고민한다고.

교육도 마라톤과 같다. 출발을 빨리 했다고 좋아할 필요도 없다. 오히려 늦게 핀 꽃들이 더 풍성하고 아름답게 피는 경우도 많은 법이다. 서두르지 말고 다그치지 말고 조바심 내지 말자. 아이의 학년 수준에 맞게 조금씩 꾸준히 배우고 익혀 단계를 밟아 가면 된다. 지식의 목마름도 채워보고 배움의 즐거움도 느껴보자. 더 멀리 더 높이 더 넓게 보며 아이와 함께 결승선까지 뛰어 보자.

우리는 한 번 뿐인 긴 여정의 인생 마라톤을 '울산교육가족' 이라는 같은 팀으로 앞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마라톤에서 힘들어 하는 학생들이 있으면 토닥토닥 위로해 주자. 놓았던 연필을 다시 잡고 운동화 끈을 조여 맬지도 모르기에. 수업에 지친 선생님들이 보이면 힘내라 응원해 주자. 지쳤던 어깨를 감싸주는 진심어린 격려일지도 모르기에. 자녀 걱정에 잠 못 이루는 학부모들이 있다면 잘 될 거라 말해 주자. 자녀를 믿고 교사를 믿는 학부모의 신뢰가 교육의 원동력이기에.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논의로 교육계가 어수선한 지금, 개편된 제도로 첫 입시를 치르게 될 중학교 3학년생을 비롯한 대한민국 청소년들에게 새롭게 시작되는 밝은 교육의 미래를 기대해본다. 모두 함께 손잡고 끝까지 완주하는 승리의 교육 마라토너가 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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