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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쟁이는 욕을 잘하고, 멋쟁이는 멋을 잘 내고, 소리쟁이는 소리를 잘 낸다는 이야긴데. 소리쟁이는 정말 소리를 잘 낼까요? 소리쟁이의 소리를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맞습니다. 소리쟁이는 소리를 잘 내는 식물입니다. 요즘은 사람들이 자기를 알아주지 않으니 더 큰 소리를 냅니다.

소리쟁이는 어디에서 소리를 낼까요? 열매에서 낼까요?, 꽃에서 낼까요? 줄기에서 낼까요?, 잎에서 낼까요? 정답은 열매에서 소리를 냅니다. 열매가 익으면 바람에 소리를 냅니다.

 

이 소리쟁이가 태화강에서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강가에 자라던 소리쟁이가 아예 강 속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징검다리를 건너 강 속 뭍으로 갔습니다. 일종의 하중도입니다. 저 멀리 선바위가 사진 속에서 보입니다. 선바위보 어도 사이 하중도에 사람 키보다도 훨씬 큰 소리쟁이들이 무섭도록 자라고 있습니다. 물냉이도, 환삼덩굴도 자랍니다. 물속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소리쟁이도 있습니다.

 

수영
수영
애기수영
애기수영

한 때 벌겋게 익은 소리쟁이 열매를 보고 저렇게 형편없는 식물이 또 이 세상에 있을까? 익은 열매가 마치 제초제를 쳐서 말라죽은 것처럼 보기가 흉합니다. 그렇다고 꽃이 예쁜 것도 아닙니다. 이 친구는 꽃 색이 녹색으로 잎 색과 같습니다. 그러니 꽃이 꽃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꽃 색이 녹색인 꽃을 한번 떠올려 보십시오. 찾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소리쟁이를 알고 찾아다니니 이만큼이나 흔한 식물이 또 있을까요? 공해에 강한 식물이다 보니 길가에도 소리쟁이, 담장 밑에도 소리쟁이, 강가에도 소리쟁이, 도로가에도 소리쟁이 온 천지가 소리쟁이입니다.

태화강에 하도 많아 이 글을 쓰기 위해 소리쟁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동의보감에서는 패독채(敗毒菜)라 하여 민간에서 긴히 쓰이는 약초로 나와 있으며 항염작용이 뛰어나 무좀, 습진, 피부염 환자들에게 소리쟁이로 만든 연고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오래 먹으면 장이 깨끗해지고 피가 맑아지며 살결이 고와진다고 합니다.

소리쟁이는 우리 주변에서 이렇게 흔하게 볼 수 있는 잡초지만 옛날에는 서민에서 사대부 식탁에까지 즐겨 올랐던 나물이고, 약용으로도 일반대중에서 최고의 권력자까지 두루 사용했던 보물 같은 식물이었다고 합니다. 추사 김정희도 부인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제주 유배시절 소리쟁이를 먹고 고난의 세월을 이겨냈습니다. 그러나 소리쟁이를 과용하면 구토나 설사를 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대접 받던 식물이 최근에 와서 천대를 받으니 반란을 일으킨 것 같습니다.

소리쟁이와 사촌 쯤 되는 '수영'이라는 식물이 있습니다. 소리쟁이가 물을 좋아해서 습지나 강가에 주로 자라는 반면 수영은 소리쟁이와 모양은 비슷하지만 습기가 비교적 적은 밭둑이나 산자락으로 가야 볼 수 있습니다. 소리쟁이는 싱거운 맛이지만 수영과 애기 수영은 신맛이 나고, 소리쟁이는 곧은 뿌리를 갖고 있지만 수영은 수염뿌리를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수영은 줄기의 윗부분이 고들빼기처럼 잎이 줄기를 감싸고 있습니다.

수영은 류마티스성 관절염에 특별한 효험이 있으며 맛이 싱아와 비숫해서 개싱아라 부르며 실제 '박완서 선생이 어릴 때 먹은 싱아가 수영이었을 것이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태화강변에서 수영을 찾다가 제주도로 날아갔습니다. 중산간 도로를 오르니 얼마 되지 않아 도로가에 수영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벌써 제주는 수영이 도로변을 점령하고 있었습니다. 조금 더 오르니 어느 목장 입구엔 수영이 애기수영을 거느리고 있고 목장 안쪽엔 애기수영이 목장을 여기저기 차기해 붉게 물들고 있었습니다. 한라생태숲에도 여지없이 수영과 애기수영이 들어와 있었습니다.

태화강변을 걷고 계십니까? 주변을 둘러보십시오. 소리쟁이가 보일 것입니다. 아니면 제주를 여행하고 계십니까? 도로가에 노란 개민들레와 수영이 한데 어울린 모습이 차창 밖으로 보일 것입니다. 소리쟁이 식구들이 나물과 약용으로 우리에게 사랑받을 날을 생각해 봅니다. 태화초등학교장·녹색지기단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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