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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위기에 울산지역 지자체들이 '너도나도' 출산장려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소아들이 생사의 고비를 넘길 때 소아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응급실은 한 곳에 불과해 개선이 시급하단 지적이다. 현재 지역의 소아전용 응급실은 2013년 문을 연 울산대병원 소아전용응급실 한 곳으로, 주말 야간이면 50여 명까지도 몰려드는 통에 시민 불편과 의료질 저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대한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두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 울주지역, 부산대양산병원으로
울산 남구에 사는 최모(41) 씨는 지난 주말 4살난 아이가 벌레에 물린 뒤 간밤에 두 눈이 퉁퉁 붓기 시작하자 깜짝 놀라 급히 병원으로 향했다. 지난 번 동네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제대로 치료를 못 받은 기억이 떠오른 최 씨는 동구의 울산대학교병원 소아전용응급실까지 가기로 했다. 오후 10시 찾은 병원 응급실과 대기실은 환자와 대기자로 가득찬 상황. 최 씨는 우는 아이를 달래며 한 시간 반이나 기다려 서야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19일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울산지역 많은 부모들이 야간에 아픈 아이를 데리고 갈 수 있는 소아전용 응급실은 울산대병원 소아응급실 한 곳 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아전용응급실은 소아를 위한 연령별 의료장비를 갖추고 소아응급 전담의사가 상주해 진료하는 곳이다. 전국적으로도 이러한 소아응급실을 갖춘 곳은 10군데에 불과하다. 그러나 문제는 울산의 경우 울대병원을 빼면 소아응급실 자체가 없다는 점이다.

인근 대구만 해도 경북대병원 등 종합병원 7곳이 응급실에서 소아진료도 보고 있다. 아동병원 2곳도 오후 9시~11시까지 운영하며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달빛어린이 병원도 1개소가 운영 중이다.
아동병원과 달빛어린이병원을 통해 경증환자들을 분산할 뿐 아니라 응급치료에 비해 치료비도 저렴하다.

# 인건비 등 경제성 떨어져 설치 기피
반면 울산은 지역응급의료센터나 응급의료기관으로 지정된 종합병원들조차 소아과 당직의사도 없는 실정이다. 소아과 전문의를 야간에 고용할 만큼 환자가 있지도 않을 뿐 아니라, 이에 대한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어떤 지원도 없기 때문이다. 낮에 퇴근한 소아과 의사를 야간에 콜을 해 진료할 수 있게 한 병원들은 있지만, 의료진이 병원 도착까지 20~30분은 걸리려 위급시 대처는 힘든 상황이다.

이 때문에 남구나 북·동구 시민들은 울산대병원을, 울주군 주민들은 더 가까운 양산부산대병원 소아전용응급실을 이용하는 형편이다. '2017 주민등록인구통계'에 따르면 만 19세 울산지역 소아·청소년 인구는 23만 9,335명으로 전체 인구의 20%가량을 차지한다.
그럼에도 소아응급실은 한 곳이다보니 환자가 몰려 주말 야간이면 1시간 대기는 기본이다.

울산대병원 소아응급실에는 평일기준 일평균 20~30여 명, 주말이면 40~50여 명 환자가 찾고 있다. 면역력이 성인에 비해 낮은 소아환자들도 병원에서 치료까지 2~3시간은 머물게 되는 것이다. 전문 응급실이다보니 증상이 심하지 않은 환자들은 뒤로 밀리기도 일쑤다.

실제 지난 17일 오후 10시 찾은 울산대병원 소아응급실은 한정된 시설로 대기공간에 병상을 놓고 치료받는 환자도 있었고, 소아전문의 1명은 혼자서 쉴새없이 이어지는 환자들을 진료하느라 몸이 열개라도 부족한 모습이었다. 게다가 이런 쏠림현상은 중대형급 종합병원 소아응급의료 서비스에 대한 재투자를 줄이는 결과로 이어지며 문제점이 악순환되는 양상이다.

# 지자체 운영비 지원 등 대책 목소리
그럼에도 현재로선 특단의 대책 마련이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보건복지부가 소아전문응급실이나 센터 지정을 할 때 해주는 지원만으로는, 사실상 '돈 안되는' 소아 응급의료에 뛰어들만한 병원이 없다는 것이 지역 의료계의 중론이다. 별도의 소아과 당직의사 마련도 경영상 불가능에 가깝다.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요즘엔 삶의 질이나 만족도를 따지기 때문에 야간 당직 의사나 간호사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며 "연간 운영비를 5년간 지원해주는 복지부의 소아응급센터 지원으로는 하루 수 십만 원인 의사 당직비도 감당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최근 포항시가 포항성모병원에 운영비 일부를 지원해 소아전용응급실 설치에 힘을 보탠 것처럼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다양한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주영기자usk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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