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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의 <3-Ⅱ-72 #220>(코튼에 유채, 254×202cm, 1972)가 경매에서 100억 이상으로 낙찰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85억에 그치고 말았다. 지난달(5월 27일) 서울옥션(홍콩경매)은 기대를 모았으나 예상은 빗나갔다. 개인적으로 100억이 넘을 것으로 기대했으니 아쉬움이 남는 기록이다.

한국 경매시장은 박수근과 김환기 작품이 이끌어왔다. 이중섭 작품도 있지만, 워낙 경매에 나오는 작품이 적어 시장을 이끄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200점 정도가 현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희소성 때문에 관심은 끌지만 또 그 때문에 시장성(유통이라는 면에서)이 취약하다. 박수근 작품 수도 적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중섭 작품보다는 많고, 높은 대중인지도 때문에 항상 최고 경매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최근에는 크기가 작은 작품만 경매에 나와 기록을 세우는데 한계가 있다.

현재, 김환기 작품이 한국 경매기록을 1위부터 5위까지 차지하고 있다. 2015년,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19-Ⅶ-71 #172>가 47억2천만 원,  '16년에는 서울옥션 홍콩경매애서 <무제 12-Ⅴ-70 #172> 63억3,000만 원,  '17년 K옥션 경매에서 <고요 5-Ⅳ-73 #310> 65억5,000만 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들 작품크기는 대략 2m가 넘는다. 

 

김환기作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17-Ⅱ-70, 면에 유채, 205×153cm, 1970, 개인소장
김환기作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17-Ⅱ-70, 면에 유채, 205×153cm, 1970, 개인소장

 


무슨 그림이 그렇게 비싸냐고 할지 모르겠다. 결론부터 말하면 김환기를 비롯해 박수근, 이중섭의 작품은 여전히 비싸지 않다. 단순하게 한국 경제력이 세계 10위라는 것과 비교하면 이들 작품은 여전히 낮게 평가되어있다. 굳이 유럽이나 미국의 미술작품을 비교하지 않고 중국, 일본과 비교해도 훨씬 저렴하다. 작품을 단순하게 숫자만으로 비교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지만, 중국 현대미술은 말할 것도 없고, 일본도 국내에서 현대미술이 상대적으로 약세라고 해도 100억이 넘는 작가가 여럿이다. 그래서 중국, 일본작가의 작품은 우리나라 작가작품보다 비싼 이유가 무엇이지 하고 질문하는 것이 논리적이다. 작품 값은 작가 개개의 평가가 가장 중요한 요소이겠지만, 미술시장 전체를 놓고 보면 충분히 의문을 가질만한 일이 된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이들 국가보다 우리 미술시장 규모가 작다는 것이다. 즉 경매에 들어오고 나가는 돈이 이들 국가와 비교가 안 되게 적다. 또 화랑이 만드는 시장도 작을 수밖에 없다. 이 원인은 컬렉터 즉 미술작품 수집가, 그 숫자가 극소수라는 말과 같다. 시장은 물품이 유통되는 공간이다. 이 공간이 작다는 것은 그만큼 물품의 유통량도 적다는 것과 같은 의미인 것이다. 또 다르게 말하면 미술이라는 예술을 감상하고 즐길 수 있는 여건이 부족하다는 말과 같다. 

세계를 휘젓고 다니는 우리나라 기업은 미술작품에 별 관심이 없다. 당연히 수집하거나 관심을 두는 기업도 별로 없다. 루이비통 파운데이션은 수십 년 동안 현대미술작품을 체계적으로 수집해서 최근 미술관을 개관했다. 카르티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니 외국에서는 경매뿐만 아니라 갤러리, 아트 페어 같은 미술시장이 열리는 곳에는 항상 열기가 뜨거울 수밖에 없다. 또 개인은 얼마나 우리와 차이가 나는가? 미술관과 박물관에서 감상을 즐기는 것은 일상이다. 특별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유치원 아이부터 머리 허연 노부부가 손잡고 미술관을 다닌다. 우리는 아직이다.  

다시 김환기 작품 값으로 돌아가서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이 정도까지 오를 거라고 많은 이들이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25년 전, 후쿠오카아시아미술관은 저렴하게(?) 수집했지만, 우리나라 공립미술관은 하지 않았다. 그때도 쉽지 않았겠지만, 이제는 꿈도 못 꿀 작품이 되고 말았다. 공립미술관이 구입하기에는 말이다. 대구미술관에서 김환기전이 5월 22일부터 8월19일까지 열린다. 소장은 못하지만 눈 행복을 위해 다녀올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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