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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 앵무새, 꾀꼬리, 학 등은 문학적 비유의 대상으로 줄곧 등장한다. 공작은 화려함, 앵무새는 변사(辯士), 꾀꼬리는 가수(歌手) 등으로 표현하고 있다. 특히 학은 멋진 춤꾼으로 비유된다. 공작은 과시 행동으로 활짝 펼쳐 보이는 깃털의 화려함은 대단하다. 반면 울음소리는 악마의 소리라 할 만큼 듣기가 아주 거북하여 매력적이지 못하다. 공작은 크고 아름다운 깃털을 지니다보니 역대 화가들에게는 좋은 그림의 소재로 사랑받는 것도 사실이다. 앵무새는 사람의 말을 잘 흉내 내지만, 울음소리는 특별히 매력적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꾀꼬리는 노래잘하는 새로 표현한다. 흔한 비유로 은쟁반에 옥구슬 구르는 소리를 꾀꼬리 울음소리에 비유한다. 울산 울주군 두서면 열박령 자락에 묻혔다는 기록으로 전하는 신라 예기(藝妓) 전화앵의 예명에 꾀꼬리'앵(鶯)'자가 들어있는 것은 예인의 목소리를 아름다운 꾀꼬리 울음소리에 비유한 것이다. 학은 공작, 앵무새, 꾀꼬리 등과 다르게 표현됨을 찾을 수 있다. 군계일학(群鷄一鶴·특별하게 뛰어 남), 학수고대(鶴首苦待·오랜 시간의 기다림), 자친학발(慈親鶴髮·흰 머리로 변한 어머니의 모습), 구고학명(九皐鶴鳴·깊은 습지에서 우는 학 울음) 등으로 나타난다.

학이 조류지만 다른 새와 차별이 있기 때문이다. 생물학적 학을 가까이서 관찰하다보면 한가지만을 부각시키는 것이 아니라 다양하게 비유 표현된 이유를 알 것 같다. 특히 2월부터 3월사이 번식 기간의 관찰은'학은 멋진 춤꾼'임을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만큼 춤을 잘 춘다. 큰 키에 점잖은 걸음걸이 학보(鶴步), 예리한 부리, 부리부리한 눈동자, 길쭉한 다리, 넓고 긴 날개 장삼우(長衫羽), 정수리의 붉은 정열 단정(丹頂) 등 어떤 것 하나 빠짐이 없는 한량의 몸집이며 멋진 춤꾼의 자격을 갖추었다. 학은 동양화에서 두 날개를 활짝 편 멋진 춤꾼 모델로 등장한다. 일반적으로 산수화에는 한 쌍의 학이 해돋는 곳으로 날아가는 것으로 묘사된다. 운보 김기창 화백(1913∼2001)의'바보산수화'에서 확인할 수 있다. 때로는 부부 학이 마주보며 대무하는 그림도 찾을 수 있다. 소장하고 있는 월천 진강백 화백(1935∼2007) 작품, 쌍학의 대무는 일상에서 늘 보아도 지겹지가 않고 새롭다. 청산을 날아가는 한 쌍의 학과 마주보며 어루는 학춤은 그림이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청량제의 역할을 한다. 멋진 춤꾼으로 표현되는 학은, 민요<사발가〉에는 양친(兩親)으로 비유하고 있다. 일망무제 넓은 들에 가득히 심은 곡식은 농업 보국 다한 후에 '학발양친(鶴髮兩親)을 봉양하세'가사의 학발양친은 부모가 늙어 학의 깃처럼 머리가 하얗게 센 것이 마치 학의 하얀 깃에 비유한 사자성어이다. 북당(北堂)의 자친학발(慈親鶴髮)이라는 표현도 같은 표현이다.

학은 사슴과 함께 상서로운 동물로 상징되고 있다.'백두산 천지 가엔 백학(白鶴)이 너울대고 한라산 백록담엔 사슴이 뛰 논다.'학은 민요뿐 아니라 산수화에 사슴과 함께 그려진다. 그 이유는 둘은 십장생으로 상징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학과 사슴은 같은 우리에서 키워도 서로 방해하는 사례가 없이  함께 어울려 지내는데 무리가 없다. 백두산 천지와 한라산 백록담에서 백학(白鶴)과 백록(白鹿)이 함께 등장하는 자연 풍광을 상상만 해도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 같다. 물론 백두산 천지에 백학이 너울 될 가능성은 적다. 학이 멋진 춤꾼임을 민요에서 확인된다.'학도 뜨고 봉도 떴다. 강상 두루미 높이 떠서 두 나래를 훨씬 펴고 우줄우줄 춤을 춘다.'앞에 소개한 몇몇 민요 사례 가운데 경기민요<태평가〉만큼 학이 춤꾼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는 가사도 드물다. 가사에 등장하는 봉은 운율을 맞추기 위함도 있지만 학의 암컷으로 봄이 합당하다하겠다. 학은 키와 날개가 크며, 붉은색, 검은 색, 흰색 등 삼색 깃이 뚜렷하다. 특히 번식 시기에는 두 날개를 자주 활짝 편다. 그리고 편채 높이 튀어 오르기도 한다. 이를 본 사람들은 학춤이라 말한다.

이러한 행동을 본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우아함과 신비함에 공감(共感)하며 학춤을 안무하는데 영감(靈感)을 얻기도 한다. 날개깃을 한껏 부풀어 추켜올리는 모습은 창(唱)으로 치면 절창(絶唱)의 순간이다. 가끔은 공중으로 가볍게 튀어 오른다. 학이 멋진 춤꾼으로 소개되는 이유이다. 학이 멋진 춤꾼이지만 그 자태, 그 울음소리 또한 대단하다. 때문에 학은 여러모로 매력적인 새임을 단정해도 무리가 없다. 학은 걷는 모습도 우아하지만 날아가는 폼새도 여유가 있다. 정수리의 붉은 색 단정(丹頂)은 마치 새색시 이마에 찍힌 곤지 같다. 특히 숫컷이 목을 길게 빼고 두 날개깃을 한껏 부풀어 치켜 세우고 젊잖게 눈을 부라리며 걸어가면서 우는 과시 행동은 자주 보는 사람도 볼 때마다 경이롭게 느껴진다. 학은 승려의 법복 장삼처럼 깃이 넓고 긴 장삼우(長衫羽)를 천성으로 타고났다. 학은 날개를 활짝 펴거나, 날개를 한껏 치켜세우는 등 날개짓의 풍부 성을 한껏 활용하기에 멋진 춤꾼의 위치에 자리매김했다. 춤은 누구나 춘다. 멋진 춤은 학춤이다. 학춤은 아무나 출 수 없다. 학은 학춤을 춘다. 학은 멋진 춤꾼이다. 춤추지 않으면 학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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