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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안 오 나 했더니 폭염주의보가 발령됐다. 다시는 해가 뜨지 않을 것처럼 비가 오더니 별안간 해가 뜨니 그새 빗소리가 그리워진다.

뜬금없이 빗방울 소리를 어떻게 적으면 좋을까? 하고 골똘히 생각하다 후배에게 물어보니 '후두둑' 이라는데 전혀 낭만적이지 않고 '토독' 이라는 대답은 맘에 든다. '토독토독…토도도독' 입을 동그랗게 살짝 오므리고 발음을 터트리듯 내는 그 느낌이 좋다. 괜스레 기분까지 좋아진다.

쇼팽<Frederic Chopin 1810-1849>의 <빗방울 전주곡:Prelude op.28/no.15>은 대중에게 많이 사랑받는 곡으로 왼손의 반복되는 음이 떨어지는 빗방울을 연상시키며 폭풍이 휘몰아치는 것만 같은 어둡고 우울한 부분을 지나 다시 날이 개며 빗방울이 떨어지는 그런 모습들이 그대로 머릿속에 그려지는 곡이다. 그래서일까? 이곡이 유명해지자 모두가 이곡을 빗방울 전주곡이라고 불렀는데 사실 쇼팽이 제목을 붙이진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곡을 지을 때 그의 연인 조르쥬 상드가 외출해서 돌아오지 않고 비는 쏟아지니 걱정도 되고…

그렇게 탄생한 곡이니 비와 관련된 곡임은 틀림이 없다. 하지만 이곡 전에 상드와 쇼팽 그들 사이에 '빗방울'이라고 불리었던 다른 곡이 있었는데 <전주곡 op.28/no.6> 이다. 이곡은 오른손의 반복되는 음형이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를 표현하고 있는데 15번 보다 훨씬 어둡고 서정적이랄까... 비 오는 밤 그들이 이야기하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 일까? 사람들은 이곡의 별칭을 빗방울이 아닌 <향수>라고 붙였다. 이 두곡 모두 장마철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 질 것 만 하루 종일 흐린 하늘과 어울리는 그런 곡이다.

그 시간이 지나고 찌는 듯한 더위가 찾아오면 끊임없는 폭염주의에 시달려야 할 텐데 그때면 갖은 종류의 물이 떠오를 테지? 시원한 소나기, 광장의 분수, 얼린 생수, 수영장, 계곡 등등…. 경쾌한 물소리가 생각나기 마련이다. 난 오늘 프랑스 작곡가 라벨 <Maurice J.Ravel :1875-1937>의 피아노작품 <물의희롱:Jeux d'eau>이란 곡이 떠올랐다. '물의유희, 물의장난, 물의희롱' 이렇게 3가지로 해석되어 불리 우는데 해석하면 조금씩 의미가 다르다.

'유희'는 즐겁게 놀며 장난하거나 어린이들의 육체적 단련과 정서교육을 위한 활동 등 긍정적인 의미가 강한데 반해 '장난'은 아이들이 재미로 하는 짓 또는 짓궂게 하는 못된 짓으로 약간의 부정적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면 '희롱'은 말이나 행동으로 실없이 놀리거나 제멋대로 가지고 놂 등 부정적인 뉘앙스가 훨씬 강하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작품의 서문에는 프랑스 시인 앙리 드 레니에 <Henri de Regnier:1864-1936>의 "물의 신은 물결이 간지럽혀 웃고 있네" 라는 구절이 적혀있는데 라벨은 이구절의 이미지를 표현해 내기 위해 피아노의 여러 가지 주법으로 물의 움직임을 그려냈다. 곡을 들어보며 뭔가 기분 좋은 간질간질함이 있기도 하고 물방울이 빠르게 맺혔다 떨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물결이 세차게 움직였다 이내 돌아오는가 하면 잔잔한 물결 등의 여러 가지 물의 움직임의 모습들이 그려진다. 이런 것들을 모아본다면 가장 어울리는 해석은 '물의 유희 혹은 장난'이라고 함이 맞을 수도 있겠지만 난 발음이 경쾌하고 피아니스트에게 조금 더 매력적으로 표현해 내도록 어필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물의희롱'이 가장 맘에 든다. 왜 제목해석이 3개나 되는지 알겠다.  인상주의 음악이라고 하면 섬세한 표현과 색채감 있는 화성의 사용으로 들었을 때 뭔가 모호하고 몽롱한 흐릿한 그림이 그려지는 그런 음악이라고 할 수 있는데 라벨의 이 작품은 그 당시 이렇다 할 만 한 피아노작품이 없던 프랑스의 인상주의 음악에 스타일을 많이 확대시킨 성공한 작품으로 초연과 동시에 출판되며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사실 라벨은 부분적으로 인상주의음악을 받아들였는데 드뷔시의 인상주의 피아노어법과 자신만의 독특한 어법을 잘 표현했으며 물을 피아노음악으로 표현했던 프란츠 리스트 <Franz Liszt:1811-1886>의 '에스테광장의 분수'란 작품에 나타난 리스트의 표현 또한 자신의 것으로 잘 받아들여 이뤄낸 성과였다. 이작품은 인상주의의 선두주자인 드뷔시에게도 영향을 끼쳤는데 이것이 라벨의 음악과 드뷔시의 음악이 비슷하지만 다른 이유 일 것이다.

이렇게 오락가락 변덕스럽게 6월이 흐지부지 마무리되고 7월이 어느새 또 뛰어서 도망가 버리는 것만 같다. 그렇게 닥쳐올 무더위 속 물장난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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