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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루이암스트롱(Louis Armstrong· 1901~1971)은 전설적인 트럼펫 연주자로 명성을 날렸다. 특히 '성자의 행진(When the saints go marching in)'을 연주할 때는 큰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면서 부르던 모습의 기억이 새롭다.

1960년대 맹호부대, 백마부대, 청룡부대, 비둘기부대 등 파월장병 환송을 위해 부두에 몇 번 참석했다. 환송식에는 항상 밴드부가 함께했다. 백마부대(白馬部隊) 노래는 '아느냐 그 이름 백마부대 용사들…'으로 시작한다. 이때 모두가 '백마부대 용사들' 하면 바로 트럼펫이 이어서 백마의 울음소리 '이이힝'을 연거푸 냈다. 당시 중학생이였던 필자는 트럼펫으로 말울음소리를 표현한 것이 무척 신기하게 느껴졌다. 부산원예고등학교 밴드부는 유명했다. 매년 온천극장을 빌려 발표회를 했는데 그때 트럼펫으로 말울음 소리를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부원의 기억이 잊혀 지지 않는다.

1974년 아르헨티나 사람 아스토르 피아졸라(Astor Pantaleon Piazzolla·1921∼1992)가 작곡한 리베르탱고(Libertango)가 발표됐다. 반도네온(Bandoneon) 연주도 좋지만, 트럼펫 연주로 들으니 감미롭다.

김인배(전 KBS 악단장)선생도 유명한 트럼펫 연주가이다. 체리핑크맘보를 멋지게 트럼펫으로 불렀다. 이상 나열한 것이 필자의 트럼펫에 대한 몇가지 추억이다.

트럼펫은 금관악기의 하나로 높은 소리를 내는 악기이다. BC 2000년 최초 이집트에서 사용했다고 전한다. 가장 오래된 트럼펫은 60㎝ 정도 되는 곧은 관을 가졌고, 2m에 달하는 곧은 모양의 뷔진(buisine)은 중세 궁중에서 왕의 등장과 화려한 행렬에 사용되었다. 오늘날처럼 고리 모양의 길고 구불구불한 관을 가진 트럼펫은 1500년경에 나왔다고한다. 트럼펫 소리는 군대에서 기상을 알리는 악기로 설명하면 쉽게 이해되리라 생각된다.

학을 왜 훌륭한 트럼펫 연주가라 표현할까? 쉽게 말하면 학은 울음기관이 트럼펫 구조와 비슷하기에 같은 원리로 울음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학의 울음기관은 해부학적으로 긴 코일 형태로 말려 있는 구조로 마치 트럼펫 나팔 모양이다. 스위스 알프스 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긴 길이의 전통악기 알펜호른(Alpenhorn)을 작은 공간 때문에 말아 놓았다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학이 목을 하늘을 향해 길게 빼고 우는 이유도 울음소리를 크게, 멀리까지 확실하게 전달하기위한 방법이다. 그 방법으로 울음소리가 십리 이상에서도 들을 수 있다. 학이 구태여 큰 소리로 우는 것은 울음소리의 크고 높고 낮음에 따라 세력권과 영역 권을 확실하게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긴 관을 통해 발생되는 소리는 멀리까지 전달되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새는 종에 따라 울음기관이 가슴뼈에 살짝 파묻혀 있는 경우와 관통하는 두 가지 형태가 있다.

학은 관통하기에 증폭되어 오디오처럼 멀리서 확실하게 들을 수 있다. 낙엽조차 흔적 없는 거대한 습지 일본 북해도 구시로의 평원은 이미 하얀 눈으로 덮혀 졌고 학은 두 날개와 꽁지깃을 바짝 치켜세웠다. 그것도 모자라 마치 곧게 편 트럼펫같이 목을 쭉 빼 세웠다.  트럼펫 끝에서 울음 속에는 가습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하얀 증기가 그림으로 그려졌다. 부리가 하늘을 향해 우는 것을 곁들인다. 온통 하얀 눈 내린 들판에서 수컷들이 하얀 입김을 뿜어내면서 목을 하늘로 치켜들고 목청껏 소리를 내는 모습은 멋진 모습이다. 학의 수컷들은 자신의 힘을 자랑하기 위해 하늘을 향해 목청껏 우는 경우도 있지만, 날개를 한껏 부풀린 채 부리를 하늘로 바짝 치켜세워 올린 채 경쟁적으로 서로를 과시하는데 그 울음소리는 마치 합창같이 들린다. 학이 태어나면서부터 전형적인 높은 울음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라면서 울음기관이도 함께 발달된 결과이다.

'원님 덕에 나팔 불기', '원님 행차 뒤 나발 불기' 등 나팔과 관계되는 속담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때 나팔은 상황을 '크게 멀리까지 알리는' 기능성 악기이다.

'너희들 앞에서 나팔을 불지 말라'(마6:1-4)는 성경의 말씀이 있다. 이는 나팔의 기능이 큰 소리를 낸다는 의미로 나팔을 비유한 것이다. 유대인들은 기우제 때 군중이  많이 모인 곳, 구제(救濟) 할 때, 성전에 헌금할 때 등 나팔을 불었다. 나팔은 곧, 존재나 행위를 드러낼 때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서양의 트럼펫과 비슷한 동양 악기가 나팔(喇叭)이다. 나팔은 나발이라고도 부른다. '나팔 꽃'과 '나발 꽃'은 모두 나팔과 나발의 모양에서 이름 지어졌다.

과거 산업도시와 현재 생태도시를 병행하는 중심적 사업 중 하나인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지정을 진행하고 있는 시점에서 생물종 다양성의 측면과 학의 고장 학성(鶴城)인 울산의 역사성을 동시에 만족시키고 부각시킬 수 있는 학 서식처 복원 및 개체수 증식 정책사업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다. 학은 사회적·국가적으로 평화(平和)를 상징한다. 상서로운 동물로 인식하는 학의 생태적, 문화적 컨텐츠를 세계 평화정착을 목적으로 울산이 먼저 앞장서 선점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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