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경영 악화로 지역 상권 몰락 '탈출구가 안 보인다'
현대重 경영 악화로 지역 상권 몰락 '탈출구가 안 보인다'
  • 울산신문
  • 2018.07.25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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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조선업 침체 위기의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이 경영 위기를 맞으면서 울산 동구는 그야말로 '쑥대밭'이 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에서 나서 다양한 대책을 수립하고 있지만 해결책이 되지는 않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오는 8월 현대중공업 해양사업이 가동 중단을 하게 되면 그 여파는 더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어려움 속에 회사와 노조는 여전히 대립각을 세우고 있고, 하나 둘 주민들이 떠나면서 동구 상권도 끝없는 수렁에 빠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지속된 경영위기로 동구 지역 경제가 한없이 침체되고 있다. 더군다나 오는 8월이면 현대중공업 해양사업공장의 가동이 중단돼 경영 위기는 한층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사진은 수주 물량이 없어 텅 빈 현대중공업 해양사업공장 전경.
현대중공업의 지속된 경영위기로 동구 지역 경제가 한없이 침체되고 있다. 더군다나 오는 8월이면 현대중공업 해양사업공장의 가동이 중단돼 경영 위기는 한층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사진은 수주 물량이 없어 텅 빈 현대중공업 해양사업공장 전경.

# 31개월째 인구유출…주택가격도 전국 최대 낙폭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됐지만 동구 일산해수욕장은 한산하기 그지 없다. 현대중공업의 경영 위기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데다 다음달 해양사업부가 가동 중단을 앞두고 있으면서 전반적으로 상권이 침체된 탓이다. 

여름 한철 반짝 특수를 노리던 인근 상인들은 벌써 울상이다. 해수욕장 인근에서 식당을 하고 있는 A씨는 "18년 장사 기간 동안 올해가 최악"이라며 "3년 전부터 매출이 줄어들기 시작했는데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반토막이 났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마저 올라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일산해수욕장 일대 점포 곳곳에는 '임대' 문구가 눈에 띄어 지독한 불경기를 대변하고 있다. 

이 같은 경기 침체 분위기는 통계 지표로도 나타난다. 

동구 인구는 지난 2014년 18만 3,587명에서 지난해 17만 3,096명으로 줄었고, 지난달에는 16만 9,673명으로 17만 명 선마저 붕괴됐다. 31개월째 하락세다. 인구 유출은 자영업의 폐업률을 끄집어 올리고 있는데 2015년 대비 올해 동구지역의 식품위생업과 공중위생업의 폐업률은 각각 29.6%, 40%로 늘어났다. 올해 상반기 동구의 주택가격도 4.1% 하락해 전국 최대 수준의 낙폭을 기록했다. 여기에 해양 공장마저 가동 중단에 들어가면 지역 경제도 한층 더 침체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동구 지역 경기를 실제로 견인하는 현대중공업은 그야말로 '풍전등화' 상태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제작 중인 각종 해양설비로 발 디딜 틈조차 없었던 현대중공업 해양 공장은 현재 대부분이 휑하게 비어 있다. 

2014년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마지막으로 수주한 나스르(Nasr) 원유생산설비만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다음 달 이 설비가 출항하고 나면 해양 공장은 완전히 비게 된다. 1983년 준공된 이후 35년 만에 초유의 가동 중단 사태가 벌어지게 된 것이다. 언제 다시 가동을 할 수 있을지조차 기약이 없다. 현대중공업이 2014년 11월 이후 44개월째 단 한건의 해양 공사도 수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 해양플랜트 수주해도 2020년에야 건조 가능
배럴당 100달러가 넘던 국제유가가 2014년 이후 급락하면서 해양에서 원유와 천연가스를 채취하는 해양 설비 시장은 급격히 얼어붙었다. 이로 인해 지난 4년간 현대중공업이 입찰에 참여한 해양 공사는 8건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들 공사는 대부분 싱가포르와 중국의 업체가 수주했다. 현대중공업이 잇따라 해양 공사 수주에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다름 아닌 인건비 등 고정비용이 높아 가격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의 해양플랜트 업체인 셈코프마린은 지난해 쉘(Shell)이 발주한 FPU(부유식 원유생산설비)와 스타토일(Statoil)이 발주한 FPSO(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의 선체 공사를 잇달아 수주했다. 셈코프마린은 한국보다 15~20%가량 낮은 가격에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노동 시장 개방으로 싱가포르의 인건비가 저렴해 저가 입찰이 가능했다는 분석이 많다. 셈코프마린에 근무하는 직원의 약 70%는 인도, 말레이시아, 파키스탄 등 제3국인이다. 

싱가포르의 외국인 근로자 임금은 한 달 약 80만 원 수준에 불과하다. 중국 조선소의 한 달 임금도 약 170만 원으로 한국에 비해 크게 낮다. 싱가포르와 중국 업체들은 낮은 인건비를 바탕으로 뛰어난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유럽의 엔지니어링 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기술력까지 확보함으로써 해양플랜트 시장을 빠른 속도로 잠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조선업계에서는 해양플랜트 시장이 싱가포르와 중국 등 후발주자에게 거의 넘어간 것 아니냐는 비관적인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 지난 4년간 현대중공업은 신규 수주를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가격 등에 밀려 번번이 실패했다.
 

中 등 가격 경쟁력 밀려 연이은 수주 실패
해양사업부 35년만에 사상초유 가동 중단
5년 연속 노조파업 노사갈등도 산 넘어 산
범정부 차원 실효성 있는 지원 대책 필요

# 市 제안 풍력발전 사업 수익성 낮아
더 큰 문제는 현대중공업 해양 공장의 가동 중단 장기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해양 공사의 특성상 수주에서 착공까지 최소 1년에서 길게는 2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복잡한 설비의 설계에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이 올해 하반기에 신규 수주에 성공해도 빨라야 2020년에나 해양 공장이 다시 가동된다는 의미다.

노조의 파업도 문제다. 노조는 사상 초유의 위기 상황에도 강경 투쟁을 굽히지 않고 있다. 7월 13일 올해 첫 파업에 나서며 2014년 이후 5년 연속 파업을 벌인데 이어 19일 부분 파업, 20일부터 24일까지 전면 파업을 벌였다. 회사 압박 강도를 높여 고용보장과 임금인상 등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조의 투쟁 방식을 두고 회사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금은 투쟁이 아닌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할 때라는 것이다.

올해 임단협에서 노조는 기본급 14만 6,746원 인상(호봉승급분 별도) △자기계발비 20시간(약 28만원) → 30시간 인상 △성과금 250%+α, 총고용 보장(고용안정협약서 작성) 등의 요구를 하고 있다. 이를 두고 호황기 때보다도 많은 요구여서 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대해 회사는 기본급 동결과 경영 정상화 시까지 기본급 20% 반납 등으로 맞서고 있어 올해 현대중공업 임단협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년째 불황과 구조조정으로 수만 명이 직장을 잃고 동구 지역경제가 휘청거리자 정부는 지난 4월 울산 동구를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 1년간 전 업종 고용유지와 일자리 창출 등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이라는 거대한 대기업의 위기를 되돌리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김종훈 국회의원(민중당)은 최근 울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자리를 지키고 기업과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노사민정 대화를 촉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지난 5일과 6일,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정천석 동구청장과 송철호 울산시장을 만나 현대중공업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를 공감하면서 조선해양플랜트연구원의 동구 유치, 정부가 추진하는 풍력발전을 현대중공업과 울산시가 협력하는 등의 대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녹록치 않다. 풍력발전 사업은 과거 현대중공업이 수익성 부족으로 손을 놓은 사업이다. 더군다나 당장 다음달부터 4,300명 가량의 직원(하청업체 직원 포함)이 일손을 놓아야 하는 현시점에서, 개발단계에만 수년이 소요되는 풍력발전 사업이 제대로 수혈을 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동구 경제를 살리고, 현대중공업의 경영 위기를 지원하기 위해 보다 현실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그에 앞서 경영위기 돌파를 위한 노사 간 화합이 절실한 시점이다.  정혜원기자 usjh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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