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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 신선세계를 가보신 적이 있나요?
꿈속에 천국을 가보신 적이 있나요?

꿈에 바다 위 산으로 둥실 오르니
산은 모두 구슬과 옥이었고
푸른 구슬과 흰 옥이 밝게 빛나
쳐다볼 수가 없었다.

시냇물을 따라 굽이굽이 올라가니
기화이초(奇花異草)가 곳곳에 피었는데
이루 이름할 수 없고
숲 저편에선 온갖 향기가 진동하였다.

미국부용
미국부용

 

중국부용
중국부용

 

팔루스트리스미국부용
팔루스트리스미국부용

 

 

단풍잎부용
단풍잎부용

 

허난설헌이 1585년 꿈에 선계(仙界) 십주(十洲) 중 가장 아름다운 광상산(廣桑山)을 유람하고 지은 몽유광상산시(夢遊廣桑山詩)의 서문 중 일부입니다.
부용삼구타(芙蓉三九朶) 부용꽃 27(3*9)송이 붉게 떨어지니 이는 몽유광상산시의 한 구절입니다. 실제로 난설헌은 이 시를 쓰고 스무 일곱의 젊은 나이에 요절합니다.

문제는 이 시에 나오는 부용은 어떤 꽃일까? 하는 것입니다. 태화강대공원에 피는 미국부용일까요? 아니면 우리나라에선 제주도 서귀포에 자생한다는 중국부용일까요? 아니면 연꽃일까요?

부용(芙蓉)은 한자로 풀이하면 연꽃부(芙)와 연꽃용(蓉)으로 중국에서는 연꽃을 달리 부르는 이름입니다. 물론 한국에서도 조선시대 한시에 나오는 대부분의 부용은 연꽃을 이르는 말입니다. 연(蓮) 중에서도 꽃을 이르는 말입니다. 때가 조선 선조 때이니 이 시에 나오는 부용도 분명 연꽃입니다. 상사별곡( 相思別曲)을 쓴 평양명기(平陽名妓) 부용, 김이양을 사랑한 성천(成川)명기 부용. 예부터 부용이라는 이름을 가진 기생이 더러 있었습니다. 흙탕물 속에서도 곱고 우아하게 절개를 지키며 피는 연꽃의 아름다움을 닮고 싶어서일 것입니다. 여기에 나오는 부용도 물론 그 의미가 다 연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날 부용을 목부용(木芙蓉), 연꽃을 수부용(水芙蓉)이라 부릅니다.
그럼 연꽃이 아닌 부용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최근에 우리가 알고 있는 부용은 대부분 미국부용(Hibiscus moscheutos)입니다.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이며 원예용으로 개량되어 1970년대 초 우리나라에 도입되었습니다. 꽃이 크고 화려하며 꽃의 색이 흰색, 빨강, 분홍 등 다양하여 최근에 조경용으로 많이 재배하고 있습니다. 울산 태화강대공원에 자라는 부용도 바로 이 미국부용입니다.
반면 중국부용(Hibiscus mutabilis)도 있습니다. 중국부용은 중국이 원산지이며 목부용으로 키 작은 떨기나무입니다. 추위에 약해 우리나라에는 제주도 서귀포에서만 자생하며 꽃은 연분홍색으로 화려함과 당당함의 고운 자태를 갖추고 있습니다.

또 다른 부용으로 팔루스트리스 미국부용(Hibiscus moscheutos plustris)이 있습니다. 영어 이름은 'Swamp Rose Mallow'이며 늦은 봄, 이른 여름에 꽃이 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밖에 꽃집에서 물무궁화로 알려진 단풍잎 부용, 애기부용 등이 있습니다.
부용은 모두 속명이 Hibiscus(히비스커스)입니다. Hibiscus는 이집트의 hibis신과 그리스어의 isco(같다)라는 뜻의 합성어로써 신에게 바치는 꽃이란 뜻을 가지고 있으며 아욱과 무궁화속 식물을 통칭하는 속명입이다. 학명(scientific name)에 Hibiscus가 속명인 식물은 우리나라 국화인 무궁화와 모두 형제뻘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우리나라에는 말레이시아 국화인 하와이무궁화(H. rosa sinensis), 무궁화(H. syriacus), 중국부용(H. mutabilis), 미국부용(H. moscheutos), 닥풀(H. manihot), 황근(H. hamabo) 등의 식물이 Hibiscus라는 속명(H)을 갖고 살고 있습니다.

이 식물들의 특징은 대부분 여름에 크고 화려한 꽃을 피워 지친 길손에게 청량감을 줍니다. 그리고 아침에 꽃을 피우고 저녁이면 꽃송이가 지는 하루살이 꽃이 대부분입니다.
올여름 태화강대공원에 부용아씨들이 찬란하게 펼치는 춤사위를 보러 가야겠습니다. 태화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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