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울산지역 소상공인의 체감경기가 사상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생존을 위해 부채를 짊어진 영세사업자들이 형편이 어려울수록 올라가는 금융권의 '가산금리'에 시달리며 고통받고 있다. 이들은 은행마다 기준이 제각각인 '가산금리'가 사실상 해당점포의 손익기점을 맞추기 위한 비공개 통로로 변질되면서 서민들만 옥죄고 있다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 "은행 대출이자 규제" 국민청원
2년 전 동구에 상가주택을 구입한 이모(63)씨는 1일 "은행 대출금리를 규제해 달라"며 청와대에 국민청원을 냈다. 대기업을 퇴직한 이씨는 국민청원에서 당시 K은행으로부터 8억 원을 대출받아 4층짜리 건물을 구입했는데, 예기치 못한 금리 인상으로 생계를 위협받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당초 매달 178만 원이던 대출 이자가 2년 새 220만 원으로 불어났다. 알고보니 기준금리와 별도로 책정되는 가산금리가 있었고 이것이 꾸준히 늘어난 결과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기가 악화되면서 임대조차 제때 나가지 않아 수익이 지난해 대비 반 이하로 줄었는데, 이자는 턱없이 불어나고 있다"며 "막연한 노후를 위해 어렵사리 마련한 생활터전이 송두리째 무너질 위기에 놓였다"고 분노했다. 이 씨는 "누구나 이같은 은행 가산 금리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며 "은행들이 매년 일방적으로 올리는 가산금리를 규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씨처럼 은행권에서 받은 대출금에는 기준금리 외에도 별도의 가산금리가 포함돼 있다. 기준금리는 은행연합회 등이 결정하지만 가산금리는 자본비용과 업무원가, 마진 등을 감안해 개별 은행이 자율적으로 정한다. 산정방식도 공개하지 않는다. 때문에 대출을 받고도 가산금리가 어떻게 부과되는지 조차 모르고 이자를 물고 있는 경우가 상당수에 이른다.

# 가산금리 올려 수익…서민만 피해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산금리는 사실 고무줄 금리다. 신용이라는 잣대를 두고는 있지만 이자율을 해당 점포에서 임의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람마다 들쭉날쭉한 것이 사실"이라며 "때문에 다수 은행은 연말께 적당한 손익기점을 맞추기 위한 방식으로 가산금리를 조정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요즘처럼 저금리 기조에서 손해를 보지않기 위해서 모든 은행이 가산금리 인상 방식을 쓴다"며 "자산가치가 상대적으로 낮거나 형편이 어려워 이자 조차 갚지 못하는 서민의 경우 신용이 낮게 평가되기 때문에 금리가 많이 올라갈 수 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이 씨도 경기 침체 때문에 건물의 자산가치가 떨어지면서 이자가 올라간 경우다. 실제 감정원의 집계를 보면 울산은 7월 한달동안에만 아파트 값이 0.7% 하락했고, 특히 조선업 직격탄을 맞아 빈집이 늘어가고 있는 동구는 1.03% 떨어졌다.

가산금리는 담보대출 때보다 신용대출일 경우에 더 높게 적용된다. 가계부채 중 신용대출 비중이 급증하기 시작한 울산의 경우 가산금리가 높아지기 좋은 구조를 이루고 있다. 지난 5월 울산의 주택담보대출은 정부의 강력한 대출규제 여파와 주택가격 하락 등으로 전월보다 311억 원 감소한 11조 5,895억 원까지 내려가며 5개월 연속 감소했다.

올들어 5월까지 울산지역 주택담보대출(전월 대비) 감소액은 1월 -860억 원, 2월 -218억 원, 3월 -424억 원, 4월 -278억 원 등을 합쳐 3,091억 원 규모에 달한다.

반면 울산의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전월보다 750억 원 증가한 8조 8,510억 원으로 2월부터 4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올 5월까지 울산의 기타대출(전월 대비) 증가액은 1월 -88억 원, 2월 +58억원, 3월 +271억 원, 4월 +851억 원 등을 포함해 1,842억 원에 이른다. 강력한 정부 규제로 주택담보대출 요건이 까다로워지자 종전 이용자들이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은 신용대출로 대거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 금융권, 불경기 불구 역대급 실적 눈총
가산금리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금융권은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역대급 실적을 올리고 있다. 실제 6대 시중은행의 올해 상반기 이자이익은 15조 8,083억 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1% 증가했다. 6대 은행의 반기 기준 이자이익이 15조 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B국민은행의 이자이익은 2조 9,675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4% 늘며 6대 은행 중 가장 많았다. 신한은행이 2조 7,137억 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순이익이 14%나 늘어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11.8% 증가한 2조 5,825억 원, IBK기업은행은 7.9% 증가한 2조 5,395억 원, 농협은행은 13.9% 증가한 2조 5,101억 원의 이자이익을 각각 기록했다. 우리은행은 8.1% 늘어난 2조 4,950억 원을 기록했다.

은행은 이 때문에 대출금리는 쉽게 높이면서, 예금금리는 낮게 유지해 이익을 늘리는 '이자장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일방적인 가산금리 인상은 사기에 해당된다는 판례도 나오기 시작했다. 대법원 3부는 지난 2월 판결에서 '은행이 대출 고객의 동의 없이 대출금 기준 금리에 신용도에 따라 추가로 붙는 가산 금리를 일방적으로 인상했다면 사기죄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재판부는 당시 "가산금리 인상은 대출 채무자의 동의를 받거나 적어도 대출 채무자에 대한 개별통지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당국도 이같은 가산금리의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은행을 향한 세간의 비난을 의식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대출금리 모범 규준을 개선해 불합리한 가산금리 운용을 손보겠다는 의지를 시사한 바 있다. 최 금융위원장은 당시 "은행의 수익이 은행권 내에서만 향유되는 게 아니냐는 사회적인 비판에 귀 기울여야 한다"며 "은행이 적극적으로 사회공헌에 임하는 게 은행의 이익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하주화기자 usjh@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