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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나온 강기원 시인의 동시집에 풍덩 빠졌어요. 시인은 자신의 동시가 어른들에겐 어린 시절의 기억들을 소환해 주고, 어린 독자들에겐 계단이 있는 다락방 그 자체여서 마음껏 놀다 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책장의 귀를 가만히 쥐여 줬어요. 아래 시를 보고 탄복하여 동시를 쓰는 문우들에게 읽어 주었어요. 한번 볼까요.


# 김을 재우다

                                           강기원

비금도 바위를
긁어
씻어
말려
보내온 김들을
엄마는
들기름과 소금에
재운다

새 이불 덮어 주듯
자장자장
노긋노긋
재운다

가슴에 품은 파도 소리
우럭과 홍합, 거북손과 놀던 시간들
그리운 비금도
그만 잊으라고
서로의 등에 가슴을 대고
가만가만 잠들라고

늦은 저녁
엄마는
하나하나
다독다독
조근조근
밀물처럼
김들을 재운다

어때요? 시인은 놀이와 유희로서의 동시를 들려주며 김들을 재우듯 속상하고 경직된 우리 마음에 부채질을 하며 가만가만 마음을 재웁니다.
 

# 병아리가 태어날 때

                                           강기원

똑똑!
나가도 돼요?

방 안에서
노크하는 놈은
처음 봤다
 

김이삭 아동문학가
김이삭 아동문학가

또한 시 마디마디를 섬세하게 그려 낸 그림에는 마음을 골라 주는 힘이 담겨 있어요. 공기의 숨결이 감도는 나무숲에 신비한 일이 벌어질 것 같고 길을 걷게끔 해요. 시어와 행간이 화가의 손끝에서 녹아 풀어지며 또 다른 우주로 벋어 나가는 느낌이 들어요. 시와 그림이 우리에게 세상을 유영할 지느러미를 달아 준 이 동시집으로 시원하게 여름을 견디어 봐요.  김이삭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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