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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없는 불경기에 최저임금 인상, 폭염까지 겹치며 울산지역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삼중고'를 겪고 있다. 요식·서비스, 건설, 중소기업 등 분야도 가리지 않는다. 하루 12시간, 한 달 하루도 못 쉬는 등 '인간다운 삶'마저 포기한 업주가 태반이다. 그럼에도 국세청 통계상 자영업자 폐업률은 지난해보다 10%나 늘어 역대 최고치인 87.9%를 기록했다. 지역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처한 현실을 두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 정부지원금도 포기하고 '해고' 택해
현대중공업과 하청업체 작업복 등을 세탁해 온 북구의 한 사회적기업은 올 1월 직원 26명 중 3명을 해고했다. 경기 악화로 물량이 줄면서 경영난과 최저임금 인상분을 감당 못해서다. 1명이라도 해고할 경우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분을 보전해주는 1인당 9~13만 원의 일자리안정자금을 못 받는다.

업체 관계자는 "1명 월급이 190만, 3명이면 570만 원이다. 해고밖에 방법이 없었다"며 "이번 인상으로 직원수를 또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간다운 삶을 포기한 이들도 많다.
울산과학대 인근에서 커피숍을 하고 있는 정 모(33) 씨는 하루 12시간, 한 달 하루도 못 쉬고 가게에 나온다. 휴가는 반나절 부산에 잠깐 놀러갔다 온게 전부다.

해마다 오르는 임대료에 폭염으로 한달 전기세만 40~50만 원 나간다. 알바 채용은 꿈도 못꾼다. 정 씨는 "원래 한 달 2번 쉬지만 손님 많은 여름철 수익을 만회하려고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애완견 미용실 한 곳 역시 기존 직원 1명을 줄이고 딸이 미용기술을 배워 일을 돕고 있다.

# "내년 최저임금 또 오르는데 어쩌나"
남구 한 편의점주는 "편의점 인수한 지 3년간 가족여행도 한 번 못 갔다"며 "남는 돈도 200만 원이 채 안되는데 내가 왜 이러고 사나 생각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중구 혁신도시 한 편의점주는 "알바를 못 써서 부인과 2교대로 일을 한다. 부부간에 제대로 대화나 식사도 못한다. 야간 2~3시간이라도 문닫게 해주던지 업무특성에 맞게 최저임금을 조율해주던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경영난에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은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들에게 더욱 큰 부담을 안기고 있다. 정부는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을 7,530원으로 올린 데 이어 내년에는 8,350원으로 올린다.

외식 자영업자들의 체감 경기는 더욱 좋지 않다. 남구 한 삼계탕 전문점 주인인 최 모씨는 "복날 등에는 잠깐 매출이 좋았지만 사람들이 외식을 안 한다. 폭염 때문에 채소값도 올라서 남는 게 없다. 임대료도 해마다 올라 주방 이모도 세 명에서 한 명으로 줄였다. 이제는 한 명도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일대에서 제법 장사가 된다는 한 한정식집은 종일 근무 주방 이모들을 모두 피크시간대인 4~5시간 시급제로 돌렸다.
 
# 울산 소비심리 바닥…외식업계 더 심각
동구지역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현대차 정문 인근에서 안경점을 하는 김 모 씨는 "20년만에 이런 불경기는 처음이다. 사람들이 지갑을 안 연다"며 "1년 더 보고 이 상태면 고향 목포로 돌아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인테리어·건축업체를 운영 중인 최 모씨는 "동구 경기가 안좋아지면서 예정된 상가 신축 공사 등이 줄줄이 취소됐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부 일당도 함께 인상돼 하루 11만 원으로 올라서 남는 것도 더 없어져 이 바닥 사람들도 모이면 어렵단 얘기다"고 말했다.

최근 통계청 서비스업동향조사를 보면 전국적으로 올 상반기 식당과 술집 매출액(소매 판매액지수)이 6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2012년 상반기 -2.7%를 기록한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울산 소비심리도 7월 올들어 최저치를 나타내는 등 각종 통계지표도 밝지 않다. '7월 울산지역 소비자동향조사' 결과 울산지역 소비자들의 경제상황에 대한 종합적 인식을 나타내는 지수는 4개월째 기준치(100)를 밑돌고 있다. 현재 경기판단CSI도 60(-9p), 향후 경기전망CSI는 78(-6p)로 모두 올들어 최저치로 약화됐다.

울산 중소상인살리기 이승진 사무국장은 "물가나 임대료 등이 같이 조정돼야 되는데 제도 개혁없이 최저시급만 올리면 자영업자나 알바생이나 다같이 힘들어질 뿐이다"며 "다양한 루트의 현실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주영기자 uskjy@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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