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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립미술관 사업 부지를 현 북정공원에서 옛 울산초등학교(이하 울산초) 부지 일원까지 확대하자는 의견이 공론화 과정에서 제기됐다. 그러나 이같은 방안을 도입할 경우 200억 원대(추정)의 막대한 금전적 혜택이 중구 북정·교동 B-04주택재개발정비조합에 돌아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울주군 문수산 아파트 특혜의혹'과 매우 유사한 상황이다. 울산시가 면밀하게 검토하고 대비하지 않을 경우 심각한 역풍이 예상된다.

시는 이달초부터 시립미술관 건립 공론화를 진행하고 있다. 당초 9월 착공을 앞둔 시립미술관은 민선 7기 인수위원회격인 시민소통위원회가 건립과정에 여론수렴이 부족했다고 문제를 제기하자, 시가 지난달 초부터 건립 절차를 중단하고 공론화 절차에 돌입했다. 다양한 의견이 나오지만, 핵심 쟁점은 당초 사업예정지인 울산초 부지의 활용 여부다. 공론화 과정에서 인수위원회 출신과 지역인사 일부가 객사터인 울산초 부지를 미술관 건물로 활용하자는 의견을 내고 있다.

지난 17일 열린 시립미술관 건립공론화 2차 전문가 건축분과 회의에서도 이같은 의견이 개진됐다. 인수위 문화예술분과위원이자 문화도시울산포럼 김한태 이사는 "울산초 부지에도 미술관 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시가 문화재청과 협의를 해달라"며 "나선화 전 문화재청장과 국회부의장도 언급한 사항"이라고 요청했다. 앞서 이 단체는 객사를 복원하더라도 공간 내부를 미술관 전시시설로 활용하는 등 특색있는 미술관을 조성하잔 의견을 피력해 왔다.

그러나 울산초 부지 활용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민간에 거액의 특혜를 부여할 수 있는 중차대한 사안이다. 현재 소유권자가 시교육청인 울산초 부지의 소유권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같은 방안으로 미술관 건립이 추진될 경우 재건축조합이 부담해야 할 기부채납 부지를 울산시가 사들이는 꼴이 된다.

울산초 보상대상 부지(도로 포함)는 총 1만 2,231㎡로 당초 감정가는 180여억 원이다. 2014년 객사터 유구가 온전히 발견되기 전 시는 미술관을 이곳에 지으려고 했다. 24억원을 들여 건물을 매입한 뒤 땅은 2015년부터 3년간 60억 씩 분납해 매입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문화재위원회가 2015년 5월 객사터 전체에 현지보존조치를 내렸다. 때문에 소유주 이전 과정이 중단됐다.

이 부지는 2007년 B-04주택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역사공원부지'로 묶여 있는 상태다. 도시계획에 따라 B-04 사업자는 울산초 부지를 역사공원으로 개발해 시에 기부채납해야 한다. 만약 울산시가 이 부지를 미술관으로 개발하면, 재개발 사업자는 기부채납 의무가 상실되면서 막대한 이익을 얻게 된다. 때문에 민선 6기 김기현 시장은 "어차피 기부채납 받을 땅을 공적자금을 투입해 매입할 수는 없다"며 객사복원도 방향만 하는 것으로 정하고 사업 추진을 미뤘다.

이같은 우려에도 민선 7기 시정은 이 부지를 미술관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입장을 정리하는 모습이다. 이날 회의에서 허언욱 행정부시장은 "이 부지를 미술관으로 활용할 지 여부는 내년에 객사복원 여부를 결정할 용역을 거친 뒤 문화재청과 협의해서 방향을 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객사 복원 여부가 나오기 전까진 우선 유구에 영향을 주지 않는 한에서 야외전시장과 임시 주차장 등으로 사용할 방침이다. 때문에 객사 복원 여부를 정하는 것과 별개로 부지에 대한 소유권 정리를 시가 선행한 뒤 사업을 추진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렇지 않을 경우 수 백억 원에 달하는 부지 매입비를 혈세로 부담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한삼건 울산대 건축학부 교수는 이날 회의에서 "B-04재개발조합 일부는 공공연하게 기부채납 부지를 줄여달라는 요청을 하는 상황"이라며 이같은 우려를 뒷받침하기도 했다.

현재 B-04 재개발사업은 2016년 7월 건축위원회 심의를 통과한 뒤 지난 2월 사업시행인가가 접수돼 중구청과 협의중에 있다. 올 하반기 사업시행인가, 2019년 관리처분계획인가, 2023년 준공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때문에 사업시행 후 기부채납까지 수년간 시일이 걸릴 수 있어 그 전에 미술관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이 문제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요구된다.    김주영기자 usk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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