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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울산시립교향악단과 함께하는 울산경찰 열린음악회에 다녀온 적 있다. 

울산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로비에는 울산경찰 역사 사진전이 열렸고 한눈에 보는 기억 속의 경찰사를 감상할 수 있었다. 외조부와 부친과 부군이 모두 경찰관인 특별한 가족사를 지닌 나에게 경찰 70주년 기념음악회는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파우스트, 투란도트, 라트라비아타의 오페라 곡으로 시작해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 으로 웅장한 클라이막스를 선사했고 영화 메인 테마곡 '사운드 오브 뮤직'으로 흥을 돋워 위풍당당 행진곡으로 마무리 되었다. 시립교향악단 지휘자의 넘치는 재치와 유머가 일품이었던 음악회는 시작부터 끝까지 경찰 70년사를 잘 보여준 한 편의 격정적인 장편 드라마 같았다.

올 봄 또 한 번의 감동이 내게로 찾아왔다. 오스트리아 여행 중에 만난 음악의 도시 비엔나! 베토벤이 연주했다는 역사적인 오페라 극장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순간이 내 앞에 펼쳐졌다. 

뼛속까지 전율을 흐르게 한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공연의 배경에 불과했고 발레리나와 발레리노가 무대를 광활히 휘저으며 발레의 진수를 보여주었고 오페라 배우도 중저음과 고음을 오가는 가곡으로 공연의 품격을 높여주었다. 

드럼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단원은 분위기가 고조될 때 드럼채를 높이 들어 관객들이 함께 호응하며 박수를 치도록 했고 잔잔하고 조용한 음악이 나오면 드럼채를 아래로 내려 박수를 멈추도록 하여 관객들이 연주자와 함께 호흡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때로는 우스꽝스런 삐에로 복장을 한 연기자가 작은 공을 들고 나와 여러 개의 공을 돌리는 고전적 장면도 연출하며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해 주었다. 음악회 중간에 잠시 쉬어가는 인터미션 시간에는 미리 주문해 두었던 와인과 샴페인으로 호사로운 서비스까지 받으며 유럽의 음악회 문화를 맘껏 누렸다. 

울산 경찰의 열린음악회에서도 연주되었던 '사운드 오브 뮤직' 과 '위풍당당 행진곡'을 비엔나 음악회에서 다시 만났을 때의 감격은 말로는 표현 할 수 없는 감동으로 승화되었다. 음악의 본고장 오스트리아 빈에서 내가 느낀 문화는 혁명과도 같았다. 음악회가 끝나자 관객 모두는 기립박수로 보답하였고 브라보를 외치며 주위를 둘러보니 동양인은 우리가족 뿐이었다.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을 모티브로 지었다는 황금빛의 쉔부른 궁전, 모차르트가 생활했던 짤즈부르크, 길거리에서 마주한 지휘자 카라얀 동상, 도레미 송을 부른 미라벨 정원, 유람선과 산악 케이블카를 타면서 가슴이 탁 트였던 짤즈캄머굿, 아름다운 동화 마을 할슈타트, 비엔나 카페의 커피와 달콤했던 마카롱은 내 맘속 보물창고에 아련히 저장되어 있다.

어린 시절 경찰의 날이면 경축기념 행사가 대서 특필되어 신문 1면을 대문짝만하게 차지했었다. 어느 순간부터 신문에서도 사라지고 뉴스 메인에서도 물러났다. 마치 김영란법 이후 스승의 날 참의미가 더욱 퇴색되어 버린 것처럼. 대민 치안으로 밤낮 고생하시며 북한 간첩까지 직접 검거한 경력을 가진 경찰관이셨던 아버지는 경찰의 날 만큼이라도 온 국민이 경찰의 노고를 알아주길 바라셨기에 국민들의 가슴 속에 경찰의 날이 사라져 버리는 것을 못내 아쉬워하셨다. 

10월 21일은 경찰의 날이다. 이날 하루만큼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는 경찰관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민생치안에 지친 경찰관의 마음을 헤아리는 배려의 날이었으면 한다. 보이지 않는 경찰관의 숨은 노력이 있기에 자전거 도둑에서 오토바이 도둑으로 넘어가려는 청소년들이 정신을 차리게 되고 가출했던 학생들이 가정으로 되돌아가게 되고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학생들을 구출할 수 있지 않은가? 스쿨폴리스라는 학교전담 경찰관 덕분에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경찰과의 소통채널 창구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가?

경찰의 날 하루 전날인 10월 20일은 문화의 날이다. 매년 셋째 주 토요일을 문화의 날로 정해 문화의 사회적 가치를 새롭게 하고 문화예술 진흥을 위해 행사를 한다. 

내가 몸담고 있는 중학교는 얼마 후면 영화 보는 가을 현장체험학습을 실시한다. 잠시 학업에서 벗어나 친구들과 영화도 보고 태화강도 거닐며 단풍 든 가을을 느끼는 소중한 교육문화의 날이 되었으면 한다. 학창시절 다채롭고 풍부한 문화체험은 앞으로 다가올 인생을 더욱 풍요로운 장밋빛으로, 더욱 싱그러운 초록빛으로 가꾸어줄 자양분이 되어주기에.

마법처럼 알록달록 단풍으로 자연의 자태를 뽐내고 있는 시월은 경찰의 날과 문화의 날로 깊어가는 가을을 더욱 아름답게 물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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