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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라 가을바람∼ 솔솔 불어오니∼."
노래를 읊조려봅니다.
사계절 중에 가을을 제일 좋아하지는 않지만, 곱게 물든 가을 단풍을 보기 위해서라면 시간이 아깝지 않습니다.

# 단풍

                               박일

불꽃을 모읍니다.
빨강,
파랑,
노랑….

빛나게
전시하겠습니다.

눈부시게
가슴 벅차게
꾸며 놓겠습니다.

가을 산
올림.

가을 산이 빨강, 파랑, 노랑 불꽃을 모아 빛나게 전시한다니 단풍 구경을 가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이번 주는 '박일 동시선집'에 실린 시들을 옮겨봅니다.
박일 선생님은 퇴직 후 부산에서 '아름다운 동시교실'을 무료로 운영하고 계십니다.

# 지우개

                               박일

내몸이

닳아져도 좋다.

내몸이
모조리
으스러져도 좋다.

틀린 것부터
하나씩

비뚤어진 것부터
하나씩

하나씩
하나씩
고치는 일이라면

아낌없이 주는
나무이고 싶다.
그러고 보면 박일 선생님은 지우개 같은 분이십니다. 제자들을 위해 자신이 저축해둔 동시의 비법들을 아낌없이 나누어 주시니까요.

# 비 오는 날

                               박일

하늘 세탁기
돌리는 날

가로수도
마을도
어둑어둑한
앞산
뒷산까지

그대로
집어넣고
세탁기를 돌린다.

흙탕물이


빠진다.
 

최봄 아동문학가
최봄 아동문학가

비가 오려는지 하늘이 꾸물거립니다. 비가 오면 나무들도 집들도 옷을 깨끗하게 갈아입습니다.
비 오는 날, 제 마음에도 비가 내려 구석구석 묵은 때를 씻어내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봅니다.
 최봄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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