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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교육에서 울산지역 학부모들은 선택권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울산의 국공립유치원 취원율이 16.8%에 그쳐, 유아 10명 중 1~2명만 국공립유치원에 입학할 수 있고 나머지 8~9명 가량은 사립유치원에 다니는 게 현실이다. 저조한 국공립유치원 취원율이 사립유치원 비리를 키우는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공립유치원이 적다보니 사립유치원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학부모들이 을의 위치이고 시교육청 역시 사립유치원 반발과 표를 의식해 제기능을 못한다는 분석이다.

# 울산지역 사립 115곳·국공립 80곳
22일 울산시교육청에 따르면, 울산의 국공립취원률은 16.8%(2018년 9월 1일 기준)이다. 울산지역 유치원은 모두 195개(원아수 1만 5,921명) 가운데 국공립 80개(원아수 2,687명), 사립 115개(원아수 1만 3,234명)로 사립 의존율이 월등히(5배 가량) 높다. 

더구나 학부모 요구가 높은 단설 공립유치원은 현재 7개에 불과하다. 지난 2013년 중구 내황유치원 이후 지금까지 한 건도 건립되지 않다가(향산초·길천초·궁근정초 병설유치원을 통합한 상북유치원 제외), 5년만에 올해 북구 강동유치원이 개원했을 정도다.

울산은 타 지역과 비교해도 현저히 낮은 국공립 취원율을 나타냈다. 울산보다 낮은 국공립유치원 취원율인 지역은 부산(15.8%)뿐이며 세종(96.2%), 전남(52.2%), 제주(49.2%), 경기(24.4%) 대전(18.8%), 대구(17.5%), 광주(18.3%) 등 대부분은 울산보다 높았다.

# 비리 적발 알아도 다른 곳 보낼데없어
울산보다 낫다고는 하지만 세종·전남·제주를 제외하면 20% 안팎에 그치는 국공립취원율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전국적으로 유아교육에서 사립유치원 의존은 불가피한 현실이다. 올해 전국 지역교육청별 국공립유치원의 취원율은 25.5%에 불과했다.

상황이 이렇자, 저조한 국공립 유치원 취원율이 사립유치원 비리를 키운 가장 큰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예로, 울산 동구 남목 주변 아파트에 사는 이모(46) 씨는 지난해 공립 유치원에 자녀를 보내고 싶었지만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경쟁률이 워낙 높은 데다 통원버스가 자신의 거주지 인근까지 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부가 맞벌이를 하는 입장에서 매일 등하원을 시킬 수도 없었다. 이 씨는 할 수 없이 사립유치원에 아이를 등록했다. 그나마 2~3년 전부터 사립유치원에 다녀도 정부의 누리과정비를 받을 수 있다는데 위안을 삼았다.

# 국공립유치원 확대 목소리 높아져
이처럼 유치원 자녀를 둔 학부모 입장에선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이 '비리 적발'을 받았다고 해도 그만 두고 다른 곳에 보낼 선택권이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다른 학부모도 "근처 공립은 어마어마한 경쟁률 때문에 추첨에서 떨어졌다"며 "내 아이가 다니는 곳이 이른바 '비리 유치원' 명단에 올라도 참고 보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국공립유치원이 적어 학부모들이 사립유치원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사립유치원의 독단적 운영, 불투명한 운영이 싹 텄다는 것이다. 학부모들은 공립유치원에 맡기고 싶지만 찾기가 힘들어 상대적으로 을(乙)의 위치에 놓였고 관리감독해야 할 시교육청 역시 사립유치원들의 반발과 '표'를 의식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사립유치원의 부정비리 실태를 둘러싼 사회적 공분이 큰 가운데, 유아를 둔 부모 중심으로 사립유치원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도 중요하지만, "학부모에게 제대로 된 선택권을 주는 차원에서 국공립유치원 확대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다.

하지만, 문제는 무작정 국공립유치원을 증설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유아 수는 줄거나 한정적이고 사립유치원 수는 그대로인데, 국공립유치원 수만 마냥 늘릴 수 없기 때문이다.

# 저출산 등 현실적 확충 난관 예상
정부는 2020년까지 '국·공립 유치원 비율 40%' 달성을 추진할 예정이지만, 부지 확보와 출생률 감소 및 저출산, 도심공동화 등 만만찮은 걸림돌들이 상존해 현실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사립유치원 죽이기 정책'이라는 반발로 난관에 봉착한 상황.

교육계 한 관계자는 "유치원의 경우 시장 논리도, 국가 책임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학부모가 제대로 된 선택권을 갖기 위해선 국공립유치원을 늘리는 게 답이지만, 저출산과 학력인구 감소, 기존의 사립유치원 반발 등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인데, 실효성 있는 증설 계획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는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과 공공성·책무성 강화를 위한 종합 대책을 25일께 발표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앞으로 유치원 상시감사 체계를 확립하고  △비리 신고 접수 유치원 △대규모 유치원 △고액 유치원 등에 대해 내년 상반기까지 감사를 벌일 계획이다.  김미영기자 myida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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