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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란 인간만이 갖고 있는 표현의 수단이다. 말을 잘 표현한다는 것도 일종의 기술이다. 논어에 '교언영색'이란 말이 있다. 낯빛을 좋게 하면서 사람을 속이는 행위는 좋지 않은 행동임을 경계하였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옛말도 있다. 이 의미는 말 표현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것이다. 이처럼 말은 쓰는 효능에 따라 약 아니면 독이 될 수 있다.

이와 관련된 조선시대 명재상이며 청백리인 류성룡의 일화를 소개한다. 한양에서 벼슬하던 중 인사이동 차 고향인 안동에 내려왔다가 마침 소 두 마리로 쟁기를 끌며 밭갈이 하던 농부인 삼촌을 만났다. 그는 "두 마리 소 중 어느 소가 일을 못하나요"라고 묻자 삼촌은 재빠르게 류성룡의 입을 막으면서 한쪽 구석으로 데려간 후 나직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자네 잘 들어라. 아무리 미물인 소라 할지라도 듣는 귀가 있는데 어떻게 차별된 이야기를 할 수 있겠는가!"

집으로 돌아와 가만히 삼촌 말을 되뇌어 보았다. 미물인 소가 듣는데 어느 한 마리가 일 못한다고 빈정거리면 열심히 일하는 능력부터 저하되는 등 몇가지 불합리한 문제가 초래되는 것을 삼촌은 조용히 알게 해준 것이다. 류성룡은 평소 글과 거리가 먼 농업에만 종사해 교양이 부족한 것으로 여겼던 삼촌의 지혜로운 말 표현에 감명받았다.

이처럼 말은 장소나 주변 환경에 크게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말은 인간만이 소통하는 유일한 기능이라 할 수 있다. 매일같이 일상생활을 통해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영국, 독일에서 실시되고 있는 말의 표현과 환경 요인에 관한 교육의 한 사례를 살펴보자. 다양한 분야를 현장에서 인터뷰하면서 체험하는 학습 방식인데, 20대 학생이 90세 가량의 백발인 2차 대전 참전 노장군을 인터뷰한다.

노장군의 말투는 투박하면서도 호수의 잔잔한 물결처럼 카리스마를 자아내는 듯하다. 많은 주름이 잔잔한 노장군 얼굴 자체가 노련한 역사의 한줄기처럼 주변을 압도하는 분위기이다. 말 한마디 마다 큰 산을 주무르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인터뷰는 근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 일어난 곳 노르망디에 대한 것이다. 1944년 6월 6일 그 사건의 명칭은 '오퍼레이션 오버로드'이며 작전 개시일 암호는 D-day, 작전 개시 시간 암호는 H-Hour로 명명된 노르망디 상륙작전.

6월 막다른 곳에 몰린 영·프 연합군은 도버해협의 작은 항구 마을 뒹케르크에서 치욕적인 철수를 하게 된다. 한편으로는 독일군이 추격하지 않아 33만 8,000여 명의 연합군이 영국 본토로 군함과 민간 선박까지 동원해 병사를 철수하는 기적도 일어났다. 이 당시에 연합군을 추격하지 않은 것은 히틀러의 가장 큰 실수라고 평가되기도 한다.

이처럼 집과 강의실에서 늘상 듣는  '휼륭한 사람이 돼야 한다'는 반복 용어보다 학생들에게는 비극의 전쟁터에서 살아남은 생생한 경험담이 충격의 교육효과를 배가시키는 또다른 표현의 상승효과인 것이다. 이런 체험교육이 다양하게 이루어지는 교육방식을 거쳐 성장한 서구인들이 기성세대가 됐을 때 각종 국제회담에서 터득된 말의 기술로 인해 흑백논리를 지양하면서 우위의 측면에서 결론을 이끌어 내는 말의 기술자가 되는 배경인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말 한마디로 의사를 표현한다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같은 말이라도 전달자의 품위나 인격에 따라 받아들이는 자에게는 다양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매일 사용되는 말 한마디도 지혜롭게 구사할 수 있는 성숙한 기술로 변화시켜야 한다. 모름지기 말의 표현은 때와 장소에 따라 적절하게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이 바로 말의 기술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존엄이나 가치는 말의 표현 기술과 비례한다. 이래서 말을 구사하는 행위를 표현이라기보다는 기술의 단계까지 상승시켜야 할 이유인 것이다. 이처럼 말 한마디가 아름다운 일상 생활의 주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상대방을 존중해 주는 자세로 말의 기술을 높인다면 존중받는 대가로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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