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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여름은 참 모질게 더웠다. 누진제로 인한 전기요금 폭탄이 두려우면서도 '살기 위해' 에어컨을 켜야만 했다. 이내 시원해진 실내에서 역시 사람이 살고 봐야한다는 생각을 하며 며칠은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 그리고 집으로 날아든 전기요금 고지서를 봤을 때, 설마하며 조마조마 하던 기분을 잊을 수 없다. 다행스럽게 올해도 혹서기 요금 인하 시행 덕분에 큰 부담 없이 전기요금을 납부할 수 있었다.

제대로 할인이 반영된 건지 전기요금 고지서를 자세히 들여다보다가 TV 수신료라는 2,500원이 적힌 항목을 발견했다. 그러고 보니 대학교 재학 시절 자취방에서도 이것을 냈던 기억이 난다. 보통의 민영방송사는 광고 수입으로 운영 자금을 마련하지만, 공영방송사는 TV 수신료를 받아 광고 수입을 대신한다.

스스로 자금을 마련할 수 있으니 광고주의 입김을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자연히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가질 수 있고, 돈 안 되는 시사·교양 프로그램도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제작할 수 있다. 사실 사는 일도 그렇다. 돈 주는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정치도 마찬가지다. 집 밖으로 나서는 순간 돈이 들게 마련인데, 정치하는 데도 당연히 돈이 필요하다. 그런데 정당이 이를 자발적 당비만으로 모두 조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사람 마음이라는 게 어렵다 보면 합리화를 하기 마련이고, 결국 정치인은 자신의 입지를 이용해 돈을 받고 싶은 유혹이 생긴다. '사람이 큰일 하려면 어느 정도는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말은 어쩌면 그 합리화의 전형일 것이다.

심지어 먹을 것 있는 곳에 파리가 꼬이듯 각종 이권이 대립하는 곳에는 언제나 돈을 주고 무언가를 챙기고 싶은 사람들까지 있으니, 유혹을 뿌리치기 쉽지 않다. 꼭 검은 돈이 아니더라도, 특정인이나 특정 단체에 정치자금을 의존하게 되면 그 입김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서 편향된 정치활동을 할 우려 또한 상존한다.

그래서 정치 후원금이라는 제도가 있다. 이 제도는 국민이 소액 다수의 정치후원금을 선거관리위원회에 기부하면, 선거관리위원회가 국고보조금 배분율에 따라 각 정당에 기탁금을 배분해 주는 것이다. 특정 계층에 의존하지 않고 합법적이고 투명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면, 정당과 정치인은 더이상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 없이 오로지 유권자인 국민만 생각할 수 있다. 정치 후원금을 기부를 통해 좋은 정치를 돌려받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기부라고는 하지만 돈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어서 10만 원까지는 연말정산시 전액을, 10만 원 초과분부터는 일정한 비율에 따라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다. 기부 방법도 다양해서, 정치후원금센터 홈페이지(http://www.give.go.kr)에 접속하면 계좌이체, 신용카드, 휴대폰 결제는 물론 카카오페이, PAYCO를 이용해서도 손쉽게 기부할 수 있다.

이것조차 힘들다면 신용카드 포인트로도 기부할 수 있다. 얼마 모이지 않아서 당장 사용할 수는 없지만, 쌓인 지 오래돼 곧 소멸되는 포인트를 정치 후원금으로 기부할 수 있다. 어느 기사에 따르면, 올해 국감에서 소멸되는 카드 포인트가 얼마인지 알아봤더니 한 개 카드사에서만 무려 400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 카드사가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므로 총액을 따져보자면 실로 어마한 양이다. 이 중 반의 반이라도 정치 후원금으로 기부하는 문화가 정착된다면 세상이 바뀌는 속도가 조금은 빨라지지 않을까 싶다.

최근 몇 해가 지나는 동안 우리 정치는 다이내믹한 변화를 거듭해 왔고, 국민들은 정치가 곧 생활이라는 값진 교훈을 얻었다. 이제 또 하나의 참여가 필요하다. 고사리 손을 잡고, 지팡이를 짚고 투표소로 가는 한 걸음이 행복한 동네로 가는 밑거름이 되듯, 내가 먼저 시작하는 정치 후원금 기부는 아름다운 선거 행복한 대한민국을 위한 초석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국민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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