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만나면 무심히 질문을 던진다.
"넌 꿈이 뭐야?"
그 질문에 답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도대체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고, 아예 하고 싶은 게 없다는 아이들도 있다. 왜 그런지는 좀 더 깊이 따져봐야 할 일이지만 '용을 물리치는 기사가 되는 법'은 그 질문에 대해 알 듯 모를 듯 어렴풋하게, 뭔가 생각할 만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야스오는 달걀프라이에 뿌려먹을 후추를 사서 오는 길에 우연히 유키를 만난다. 유키는 어린이집을 같이 다녔고, 1·2학년 때까지 친했지만 그 이후로 관계가 서먹해진 친구다. 야스오는 유키를 보자 과제물 종이를 학교에 두고 온 게 생각이 났는데, 둘은 그것을 가지러 학교로 간다.
그날 선생님은 6학년 졸업반인 아이들에게 언젠가 내가 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하는 것을 쓰고, 그 꿈을 위해 지금 할 일이 무엇인지 과제물로 적어오라고 했다.
'꿈이 없는 사람은 어쩌지…….'
그때 유키가 한 혼잣말이 야스오의 마음속에서 메아리쳤다.
야스오와 유키가 교실에 들어섰을 때 기사 옷을 입고 칼을 들고 있는 남자가 있다. 남자는 자신이 용을 물리치는 기사라며 제리라고 이름을 말한다. 야스오는 제리가 내일 있을 연극공연을 위해 학교에 온 배우라고 생각을 한다. 야스오는 제리의 황당한 말을 분석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하려 하지만 유키는 제리의 말과 행동에 점점 빨려 든다.


"용이 어디에 있어요? 어떻게 용을 물리쳐요?"
제리는 용을 물리치는 기사가 되기 위해 스스로 화장실 슬리퍼를 정리했다고 한다. 슬리퍼를 정리하며 아무렇게나 또는 가지런히 벗어놓은 아이들의 마음을 생각해 봤다고 한다. 참된 마음으로 슬리퍼를 정리하면 다음 과제를 찾을 수 있다고 한다.
결국 교실에 나타난 용을 야스오와 유키도 보게 되고, 용을 물리치자 용은 연기처럼 사라진다.
눈앞에 공포로 다가오다가 물리치는 순간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용은 도대체 정체가 무엇일까? 제리는 용이란 존재가 온갖 사악한 마음으로 만들어진 것이기에 사람의 마음을 모르고서는 용을 찾아낼 수가 없다고 한다.


용이 무엇이고, 어떻게 용을 물리치는 기사가 될 수 있는지 은유적인 질문과 답변들이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사람들 마음속의 불편하고 어두운 감정, 두려움 같은 것들이 용의 형상으로 나타난 것일까? 아주 사소한 실천이 변화의 파도를 만들어 용을 물리칠 수 있다는 것일까? 용을 물리치면 꿈을 가질 수 있을까?
꿈은 없는 사람은 어쩌지……? 라고 말했던 유키는 다음 날 용을 물리치는 기사가 되겠다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화장실 슬리퍼를 정리하겠다고 과제물에 적어낸다.
 아동문학가 임순옥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