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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다보니 더 넓은 인간관계가 생기고 새로운 것들을 깨달으며 살고 있다. 특히 인간관계가 넓어진 점은 엄마로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든든한 천군만마를 얻은 것과 같았다. 일 때문에 여느 아이 엄마처럼 모임에 자주 참여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시간을 쪼개어 한 번씩 모여 학부모들과 담소를 나누곤 한다.

이들은 대부분 주부로 아이를 키우며 평범하게 살고 있지만 과거의 그녀들은 능력이 뛰어나고 장래가 촉망되는 인재였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아이를 키우다보니 자신의 커리어를 포기해 평범한 주부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학창시절 수재였다는 한 주부는 필자가 가늘게나마 커리어를 이어나가고 있고 하고 싶은 공부를 끝까지 했다는 부분을 부러워하고 있었다.

도움을 주고자 관련된 제반 사항과 방법들을 자세히 알려드렸다. 그러나 그녀는 본인도 알고 있지만 행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유는 그만한 에너지와 체력이 되지 않는다는 점, 본인에게 해야 할 시간·물리적 투자를 자녀에게 할애하고 싶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리고 수재였던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며 평범한 주부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자신의 상활을 아쉬워하며 자녀에게 못 다한 에너지를 쏟고 있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니 많은 부분이 공감이 갔다. 필자는 일과 육아를 양립하느라 아이에게 전적으로 에너지를 쏟지 못하고 있다. 나름대로 잘 자라주는 아이가 무척 기특하지만 반대로 전업주부의 삶을 살고 있다면 아이에게 더 큰 신경과 에너지를 쓸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커리어를 이어 나가는 부분들도 그녀가 피력하는 대로 체력적인 소모와 함께 신경 써야 할 일로 에너지 또한 많이 소요되고 있다.

일 특성상 수업이나 강의는 준비해야 할 자료들이 많아 아이를 재우고 밤에 작업을 하게 된다. 자료 정리나 수업 준비를 마무리하지 못하면 다음날 지장이 생기거나 일이 밀려 어린이집 하원 후 아이를 돌보며 마무리 작업을 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늘 잠이 부족하고 만성피로에 시달리고 있다. 아이에게 더 신경 쓰고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줄이려면 커리어를 포기해야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경력단절 여성은 지난해 대비 1만 5,000명 늘어난 184만 7,000명으로 집계되었다. 특히 육아를 이유로 경력이 단절된 경우가 33% 늘었다고 한다. 직장에 근무하는 경우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에서 아이를 데려가야 하는 시간에 퇴근을 해야 하므로 남아서 잔업을 하거나 회식 등을 참여하지 못한다.

일이 마치기 무섭게 마음을 졸이며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한다. 뿐만 아니라 아이가 급작스레 아플 때 회사에서 진행되는 업무로 인해 월차나 휴가 등을 쓰기가 난감한 경우도 있다. 퇴근 후 집으로 돌아와서도 아이를 씻기거나 저녁식사 준비로 분주하고 설거지나 정리 정돈, 청소 등 남아있는 집안일을 마무리해야 한다. 따라서 일에 대한 연구나 잔업을 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들을 모두 겪어내지 않는다면 경력단절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유아기 아동은 움직임도 많고 신경이 많이 쓰이는 시기라 엄마로서 육체적으로 힘들다는 점을 체감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여러 이유로 많은 여성들이 본인의 꿈을 포기하곤 한다. 필자는 하루에도 몇 번씩 여성으로서의 성공된 삶, 그리고 훌륭한 엄마로서의 삶 가운데 어떤 인생이 더 후회 없는 삶이 될지 고민해 보곤 한다. 정답을 찾을 수는 없지만 화려했던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는 주부들에게서 아쉬움이라는 긴 여운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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