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웨덴 소설가 셀마 라겔뢰프(Selma Lagerlof, 1858~1940)는 '닐스의 신기한 여행'(Nils Holgerssons underbara resa genom Sverige)으로 일약 여성 최초, 스웨덴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되었다. 아동 문학 소설이기도 한 '닐스의 신기한 여행'은 사실 셀마 라겔뢰프가 청소년들에게 스웨덴의 지리와 풍습을 알려주기 위해 쓴 지리독본이었다.

위 소설은 마법에 걸려 비록 몸은 작아진 닐스가 동물들의 말을 알아듣게 되고 흰색 거위 모르텐과 기러기 떼를 따라 스웨덴 전국을 여행하게 된다는 동화 같은 이야기다. 내용 중에는 닐스가 해마다 3월 말에 쿨라베리산에서 열리는 동물들만 초대 받을 수 있는 동물 대축제에 인간으로는 처음으로 함께하게 된다. 그리고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두루미 대무도회(stora trandansen)'에서 두루미들의 예사롭지 않은 춤사위를 관람한다는 내용이 있다. 두루미는 한자로 '학(鶴)'으로 표기하고 부른다. 닐스가 있었던 곳은 스웨덴 최남단인 스코네 지역이었으니 우리식으로 명명하면 이 춤을 '스코네 학춤(?)'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아동문학에서도 등장하는 두루미는 우리에게 친숙했던 동물이다. 남아메리카와 남극을 제외한 전 세계 모든 대륙에 서식하며 현재 전 세계에 15종의 종류가 있다. 아마도 닐스가 보았던 두루미는 유럽 등지에 있는 검은목두루미(Eurasian Cranes)로서 정수리에 붉은 피부가 있는 우리네 두루미인 '단정학(丹頂鶴)'과 가장 닮은꼴일 것이다.

우리 울산도 두루미가 서식하고 친숙한 고장이었다. 두루미 즉 학(鶴)과 관련된 설화에서부터 울산의 별칭인 학성(鶴城)과 객사 학성관(鶴城館), 그리고 동헌 남문루인 가학루(駕鶴樓), 학성동과 본관(本官)이 학성(鶴城)인 성씨 등에 이르기까지 학과 관련된 이름은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리고 학이 울었던 울산이 지금은 전국이 주목하는 생태관광지역으로 변모하고 있다. 울산시에 따르면 지난해 11~12월 태화강에 52종 10만 6,600여 마리에 이르는 겨울 철새가 관찰되었다고 한다. 10만 여 마리에 이르는 울산 대표 겨울 철새인 떼까마귀에서부터 4년 만에 울산을 다시 찾은 천연기념물 제201-2호 큰고니 6마리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태화강은 생태 친화적 철새 서식지로 다시 한 번 주목 받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학의 고장이었고, '울산 학춤'이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울산에 우리의 겨울 철새 '두루미'를 만나볼 수 없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지난 1월 울산시는 태화강대공원의 상징물과 같은 십리대숲을 백리대숲으로 조성하는 사업 추진을 위해, 시민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태화강 백리대숲 조성 시민 대토론회'를 열었다. 본 사업은 석남사에서 선바위, 십리대숲을 거쳐 명촌대교에 이르는 총 40㎞ 구간에 대나무 숲을 조성하는 것이다.

앞으로 태화강대공원이 순천만국가정원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 국가정원으로 지정되고, 백리대숲이 태화강변을 따라 푸르게 이어질 수만 있다면, 가히 울산은 '공업도시'에서 완벽한 '생태도시'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그리고 여기 시민과 함께 하는 백리대숲 조성 사업의 한 편에 울산의 옛 이름인 '학성(鶴城)'이 머쓱하지 않도록 두루미를 초대하는 프로젝트까지 이루어 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명촌교와 학성교 사이 태화강과 동천이 만나는 곳에서 닐스의 신기한 여행에서처럼 '두루미 대무도회(stora trandansen)'가 열리고, 그 곳에서 두루미 한 쌍이 스웨그(Swag) 있는 몸짓으로 학춤을 춘다면 그 것이 바로 진짜 '울산 학춤'이라 말 할 수 있지 않을까?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