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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대교육(隔代敎育)이란 말이 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손자, 손녀를 맡아 함께 생활하면서 부모를 대신해 교육시키는 것이다. 격대교육은 오랫동안 지속된 가정교육의 한 방식으로 세대를 뛰어넘는 소통의 한 방식이다. 

부모가 자신의 아이를 키우다 보면 귀하고 사랑스러운 것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감정들로 인하여 아이의 잘못된 점이나 그릇된 행동들에 대해 너그러워지게 된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귀한 자식일수록 엄하게 키우고 그렇지 못할 때는 조부모님의 도움을 받거나 다른 집에 자녀를 맡겨 교육하였다.      

최근 들어 가족의 구성 형태가 다양해지고 특히, 핵가족화가 되면서 바쁜 부모들은 아이를 돌볼 시간이 부족하다. 그리하여 부모들은 아이와 함께 하는 동안이라도 듣기 싫은 말을 하지 않으려 한다. 또한 자녀의 학업능력을 개선시키는데 급급하여 아이의 인성과 예절교육에는 특별한 애정을 쏟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는 아이들이 성장기를 거쳐 성인이 되면서 여러 가지 사회문제를 야기하게 되는 원인으로 작용함과 동시에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요하게끔 인식하게 되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바쁜 부모를 대신하여 삶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은 조부모에게 자녀를 맡기는 것도 지혜로운 방법이 아닐까 여겨진다.  

퇴계 이황(退溪 李滉, 1501~1570)은 손자인 안도(李安道, 1541~1584)를 교육하였다. 손자와 무려 16년 동안 편지를 주고받으며 사람과 삶 또는 정치와 시대를 논하고 있었다. 특히 이황은 말로 교육하기보다는 글로 생각을 묻고 답하기를 즐겼다. 글은 말로 표현했을 때 보다 오랜 시간 생각을 정리할 수 있고, 최소한의 감정을 담고 있기에 냉철한 사고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손자에게 보낸 125통의 편지는 '안도에게 보낸다'라는 책으로 엮어져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다. 

빌 게이츠(Bill Gates, 1955~ ) 또한 외할머니의 교육을 받고 자랐다. 그의 자서전 '게이츠'에 의하면 로펌회사를 운영하는 아버지와 자선사업을 하는 어머니를 대신하여 외할머니의 보살핌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외할머니와 독서를 하며 수시로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독서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깨달았다. 그는 성공한 이후에도 외할머니와 함께한 것처럼 자녀들에게도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항상 책을 가까이한다고 얘기한다. 

이처럼 격대교육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나부터 어른을 섬기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조부모님과 정기적인 만남을 가지고, 서로의 육아 방식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하겠다. 

나 또한 부모님들과의 갈등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이는 서로 다른 환경 때문이었다. 평소에 아이들 교육에 대한 대화 없이 상황에 따라 갑작스럽게 아이의 육아를 전적으로 책임지시니 부모님은 부모님대로 힘들고, 나는 나대로 불만이 쌓여갔던 것이다. 그때는 섭섭한 마음으로 지나쳤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왜 표현을 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의 삶은 점점 더 바빠지고 관계 또한 복잡하게 된다. 부모들은 자식을 살뜰히 살핌 여유로움이 없다. 하지만 결코 타협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 자녀교육이다. 그 해답을 조부모님에게서도 찾고, 지혜를 빌려 아이의 육아를 슬기롭게 해결해 나가길 바란다. 

지나친 애씀은 오히려 좋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꾸준하게 하지 않으면, 한결같이 하지 않으면 오히려 불균형이 올 수도 있으니 말이다. 결국 교육이란 한 세대와 다음 세대의 협업인 것이다. 새 학기를 시작하는 시점인 이쯤에 격대교육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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