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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검이 양심적 병역거부자 검증을 위해 총을 쏘거나 전쟁을 하는 게임 이용 기록을 확인키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게임과 실제 병역거부 연관 짓는 것은 억지라는 비판이 일고 있지만 검찰은 양심을 굽혀 입대한 사람들과의 형평성을 따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울산지검은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11건의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 담당 재판부에 최근 '온라인 게임 가입과 이용 사실'에 대한 사실조회 신청을 했다. 재판부는 11건의 신청을 모두 수용했으며, 8개 게임을 출시한 5개 업체에 병역거부자들의 게임 가입 여부, 가입 시기, 이용 기관과 시간 등을 요청했다.

검찰이 지목한 게임은 배틀그라운드, 서든어택, 스페셜포스, 콜오브듀티 블랙옵스4, 오버워치,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리그오브레전드 등 총 8개다. 총 쏘는 게임과 총 없이 유저간 전략을 겨루는 게임이다. 

검찰은 이용자가 가상 공간에서 캐릭터를 조작해 상대방 캐릭터를 죽이는 것을 승리 목표나 수단으로 하는 게임으로써, 이용자 상호 간 전투나 경쟁을 기반으로 한다는 며 이들 게임이 폭력적 성향과 연관이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대해 특정 게임을 한다는 것을 개인 양심이나 폭력성향을 평가하는 잣대로 삼는 것은 억지스럽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게임은 취미생활이자 지극히 사적인 영역일 뿐 아니라 검찰이 지목한 스타크래프트나 리그오브레전드 등은 특별히 잔인한 설정이 없는 전략 게임이어서 폭력성향과는 상관없다는 것이다. 결국 검찰이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려는 것에 매몰돼 스스로 논리 비약의 함정에 빠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반면 평소 살상·전쟁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가 집총거부 등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게 검찰 판단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라면 온라인 게임과 같은 가상 공간에서도 그 신념에 따라 행동해야만 양심의 깊이와 진실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군사훈련을 거부하는 특정 종교의 경우 '폭력적인 성향을 자극하는 게임을 주의하라'는 것을 교리로 삼고 있어 게임 이용 여부를 살펴볼 근거가 충분하다는 게 검찰의 논리다. 

울산지검 관계자는 "호기심으로 게임에 한두 번 접속한 사실 만으로 병역거부의 정당한 사유를 부정하려는 의도는 없다"면서 "그러나 이용시간, 횟수, 게임 방식 등에 비춰 폭력적 성향이 드러나면 병역거부 사유가 없다는 근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정 종교 신도가 아니라도 개인적 양심을 굽혀 자신을 희생해 병역의무를 지는 사람들이 많다"며 "이런 사람들이 상실감을 느끼지 않도록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검증은 엄격히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창훈기자 usj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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