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어 낚시
루어 낚시
  • 울산신문
  • 2019.05.16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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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옥연 수필가

붕어 한 마리가 펄떡이고 있다. 낚시에 걸려 춤추듯 요동친다. 제법 큰놈이다. 한 TV 프로그램에서 민물낚시 대회를 벌이는 중이다. 참가자는 프로 낚시꾼도 있고 연예인도 있다. 물고기를 잡은 사람은 전문 낚시꾼이 아닌 연예인이다. 낚시에는 미끼가 없었다. 눈 멀쩡히 뜨고 공갈낚시에 걸렸다. 

미끼에 걸리는 것이 비단 물고기뿐이겠는가? 많은 사람들이 아름답거나 먹음직스러운 미끼를 의심하지 않고 물기도 한다. 좀 더 나은 삶, 막연한 행복을 위해서도 그렇다. 더 많은 일을 해야 많은 부를 누릴 수 있다고 믿는 듯하다. 행복할거라 행각하는 것 또한 막연한 미끼의 일종이라 생각한다. 

남편은 낚시 광이다. 때문에 잡아온 생선이 밥상에 오르는 일이 흔하다. 친정이 바닷가다 보니 생선을 자주 먹게 되는데 남편까지 보태니 가끔은 생선 반찬이 물리기도 한다. 낚시광인 남편과 고향에서 루어낚시를 간 적이 있다. 배를 타고 낚시를 했던 것도, 남편과 같이 낚시를 간 것 또한 처음이었다. 

공갈미끼로 낚시를 한다는 것이 미끼지 않았다. 반신반의 하면서도 작은 물고기 모양의 공갈 미끼를 몇 차례 던졌다가 당기기를 반복했다. 시큰둥하게 서서 기다렸다. 공갈 미끼에 걸려들 눈먼 물고기가 있겠냐 싶었다. 

낚시꾼들은 손맛으로 물고기를 잡는다고 하는데 나는 그 손맛은커녕 짠맛도 못 느끼고 끝내지 싶었다. 먼 바다만 바라보는 잠깐 사이에 내 낚싯대에 농어 한 마리가 걸려들었다. 눈 먼 물고기가 아니면 그럴 리가 없는데 멀쩡한 놈이었다. 처음 한 마리를 잡고 나자 몇 마리가 더 걸렸다. 공갈 미끼를 무는 물고기가 있는 것처럼 사람 사는 것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았다. 미심적음이 한순간에 날아갔다. 아주 잠깐이지만 짜릿한 손맛도 느꼈다. 

사람이 누군가를 속이려면 어떻게든 속게 된다. 속이려고 해서 속기도 하지만 주고받는 말에서도 속기도 한다. 진실이 아닌 것이 진실처럼 포장되면 그것이 진실이라 믿게 되는 경우도 더러 있다. 감언이설이나 달콤한 말의 솔깃함에 빠져들게 된다. 누군가를 모함해도 그것이 진실인 것처럼 받아들여질 때가 있다. 포장된 거짓 때문이다. 그런 것들이 무서운 말의 역기능이 아닌가 싶다. 

아이러니 하게도 루어 낚시를 하기 전까지는 낚시의 미끼는 살아있는 생물이어야만 한다고 여겼다. 적어도 물고기에게 일시적이더라도 밥이 되는 것만이 바늘에 걸려 있어야 한다고 여겼다. 한낱 미물일지라도 그것이 자연의 순기능이라고 생각했다. 갯지렁이나 작은 물고기 등이. 그런 것들만이 물고기를 유인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물고기는 공갈 미끼를 덥석 물어버린 것이다.

나의 무지는 도처에 널려있다. 그로 인해 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세상사는 이치를 깨달아가고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언어에도 루어처럼 그럴듯한 말의 유혹들이 있다. 지나온 시간들을 곰곰이 새겨보면 나에게 일어났던 일련의 일들 중에는 정말이지 루어처럼 의심 없이 물었던 말의 허상들이 있었다. 왜 그랬는지를 짐작해보면 대체로 나는 처음부터 사람을 있는 그대로 잘 믿는 편이다. 내 마음이 그 또는 그들의 마음이려니 여겼다. 때대로 그것이 상처로 남기도 했지만 내가 상대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살았던 것에 다소 위안을 삼는다. 

삶도 그런 것 아닐까싶다. 또 다른 뭔가가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하루하루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 아닐까 한다. 같은 것 때문에 실체가 보이지 않는데도 앞으로 달려가게 되는 것 같다. 때론 등한시 여기는 미물보다 사람이 어리석을 때가 있다. 미물이 그랬던 것처럼 그러면서 또 살아가게 된다. 한 걸음 한 걸은 내 디디며 살아갈 수 있는 힘이라면 조금 솔깃한 유혹이라도 마다하지 않으련다. 

그래서일까, 나는 아무래도 또 언젠가 루어 같은 말의 미끼를 사정없이 물게 될 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언어의 관능인 줄도 모르고 바보처럼. 바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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