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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문화재 제37호 송호유집 책 일부.
유형문화재 제37호 송호유집 책 일부.

'송호유집(松壕遺集)'은 임진왜란 때 울산지역에서 의병장으로 활동한 류정(柳汀, 1537~1597)의 임란일기와 시문이 수록된 책이다.

#류정의 임란일기와 시문 수록
류정의 자는 여원(汝元), 호는 송호(松壕), 본관은 문화(文化)이다. 그는 1546년 부친이 울산 반구정으로 유배 될 때 함께 내려와서 울산에 정착했다. 1592년 왜적이 쳐들어오자 류정은 아들 영춘(榮春)과 조카 백춘(伯春), 손자 태영(泰英) 등과 함께 울산과 경주 등지에서 항전하며 전공을 세웠다. 순국 이후 선무원종공신 3등에 서훈돼 양산 칠현사에 제향됐다. '송호유집'은 불분권(不分卷) 2책의 필사본으로, 책의 크기는 세로 27.2cm, 가로 18.8cm이다. 판심은 송호유집이고 계선이 있으며 반엽은 11행이며, 행마다 20자로 되어 있다.


서문은 없고, 말미에 저자의 증손 류천좌의 간략한 발문이 있다. 이 책에는 저자가 쓴 시문과 일기, 그리고 조카와 손자가 기록한 일기기 수록돼 있다. 문체별 수록순서는 일반의 사례와 달리 맨 앞에 산문인 표(表), 다음에 시(詩)와 일기 순으로, 말미에 지헌유집(智軒遺集)이란 표제를 별도로 설정해 저자와 손자 류태영의 시문을 수록했다. 시는 오언과 칠언, 절구와 율시 순으로 편집했고, 일기 속에 수록된 시와 편지 등은 따로 발췌하지 않았다. 상(上)책에는 임진왜란 전인 1590년 3월 20일부터 1591년 11월 28일 사이의 기사가 수록돼 있고, 하(下)책에는 임진왜란이 시작된 1592년 4월 14일부터 1636년 12월 29일까지의 기사가 수록돼 있다. 류정의 저술은 138제(題) 168수의 시문과 1590년 3월 20일부터 1597년 9월 22일까지 7년 6개월에 이르는 일기이다.

#50년 동안의 국난 관련 기록
류정이 순절한 날인 1597년 9월 23일부터 1598년 12월 9일까지는 조카 류백춘이, 1599년 1월 9일부터 1636년 12월 29일까지는 손자 류태영이 기록한 것으로 류정의 기록과 합치면 거의 50년 동안의 국난과 관련한 기록이다. 후손 류병진, 류관모 등이 1830년 4월 24일 울산부사에게 올린 글과 '사의사실기'(四義士實紀)에 수록된 13세손 류종렬의 '송호일고 발문, 1831년 7월 경주 유림 이복한 등이 올린 글 등을 종합해보면 류정의 시문과 일기는 증손 류천좌가 수습해 정서해 뒀던 본이 200여년 동안 타인의 소장품으로 전전하다가 1830년 경 후손들이 찾아낸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에 수록된 시문의 내용은 류정이 세거한 울산의 양정과 가장 많이 머무르며 생활한 경주의 별장인 심원에서 읊은 시와 경주 분황사, 청도 운문사, 치술령 등 사찰탐방과 산행을 유람하면서 경치를 읊은 것들이다. 일기의 내용은 울산과 경주를 중심으로 임란의 세부적인 상황을 자세히 다루고, 난중에 느끼는 의분시가 주류를 이룬다. '송호유집'은 개인의 서정을 읊은 시문은 물론, 의병참전을 기록한 일기로  4백여년 전의 항일의 역사를 재조명할 수 있는 귀중한 기록이다. 특히 울산을 중심으로 한 영남지역의 임란 의병과 전투 상황을 알려주는 기록물로써 지역사 연구에 매우 소중한 가치를 지닌 자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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