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뱁새 이야기를 하면 항상 따라붙는 새가 있다. 황새이다. 뱁새는 작은 새의 대표종이며, 황새는 대형 조류의 대표종이다. 뱁새는 키 작은 나무 곁가지 하나에 작은 사발 모양의 둥우리를 짓는다. 반면 황새 둥우리는 키 큰 나무 꼭대기에 둥근 멍석같이 넓고 크게 짓는다. 키 큰 나무에는 결코 둥우리를 짓지 아니하는 뱁새는 주로 작은 나무 사이로 옮겨가면서 먹이를 찾는다. 벌레와 씨앗을 주된 먹이로 하는 뱁새는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다.

<뱁새〉는 방탄소년단(BTS)이 부른 노래 제목이기도 하다. 2013년 6월에 데뷔한<빅히트엔터테인먼트〉소속의 7인조 보이 그룹이다. 뱁새의 가사에는 황새와 뱁새가 등장한다. 큰 새와 작은 새는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로 각각 상징되고 있다. 작은 새가 결코 큰 새를 따라 할 수 없는 현실을 말하고 있다. "우린 뱁새야 실망 안 시켜 우린 뱁새야, 이름값하네 우린 뱁새야 같이 살자고, 우린 뱁새야 뱁새야 뱁새 욕봤지 이 세대 빨리, 황새 덕에 내 가랑인 탱탱 뱁새 욕봤지 이 세대"(방탄소년단의 뱁새 가사 중 일부) 황새와 뱁새의 비교는 금물이다. 

5월 말이다. 일루(一壘)로 달려가는 타자(打者)처럼 무척 세월이 빠르다. 무학산, 문수산, 연화산, 장구산에는 오월의 철새 뻐꾸기, 꾀꼬리 세상이다. 그들보다 늦게 도착한 풍각쟁이 파랑새는 해 돋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종일토록 허공에 선 긋기에 바쁘다. 

백리 태화강 모래톱에는 붉은귀거북이 가지런하게 줄지어 해바라기하고 있다. 백리대숲에는 왜가리, 백로, 황로, 해오라기가 자식 키우기에 긴 오월 하루해가 짧다. 

뱁새 한 쌍에 작은 규모의 필자의 키 작은 오죽(烏竹) 밭에서 자주 목격됐다. 숨어서 관찰하니 작은 입에 지푸라기가 물려있었다. 살펴보니 둥우리가 반쯤 지어져 있었다. 그 후 며칠이 지난 뒤 다시 찾아보니 완성된 둥우리에는 뱁새는 보이지 않았다. 궁금하여  팔을 뻗어 둥우리 속을 더듬었다. 알 세 개가 손가락 끝으로 다가왔다. 

억지로 오죽잎으로 고개를 들이댔다. 그 속에는 푸른빛이 선명한 알을 확인했다. 그리고는 바쁜 일과로 한동안 잊었다가 문득 생각이 나 찾았다. 어미 새가 외출한 틈을 타서 다시금 둥우리를 살펴보니 여섯 개의 알이 있었다. 그 후 뱁새는 둥우리를 떠나지 않았다. 긴 꼬리는 좁은 둥우리 탓에 수직으로 세우고, 머리는 밖을 경계하고 있었다. 작고 까만 눈은 뜨있지만 작은 움직임도 없이 숨죽이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마주하는 시선을 애써 외면하고 살며시 자리를 피했다.

열흘이 지났을 때, 어미 새가 간간히 둥우리를 비우기 시작했다. 외출한 틈을 기다렸다가 다가갔다. 둥우리 속에는 엉성한 솜털로 덮혀진 새끼들이 목을 가누지 못하고 울음소리도 내지 않으면서 담겨있다. 

신기한 것은 오죽을 흔들 때마다 작은 노란 부리를 잠시 잠깐씩 벌렸다, 오므렸다를 반복했다. 어미 새는 부화 며칠간은 벌레를 잡아오지 않는다. 어미 새가 먹이를 먹고 소화를 시킨 우유 같은 즙을 토해 새끼에게 먹이기 때문이다. 새끼들도 생존전략을 선천적으로 타고 나서 소리를 내지 않는다. 목을 끝까지 세워 노란 부리를 한껏 벌리기만 했지 제비 새끼처럼 결코 먹이 달라는 큰 울음소리를 내지 않는다. 결국 제비는 사람의 보호가 있다는 것을 새끼들도 알고 있는 것 같지만 뱁새 새끼들은 제비보다 위험한 자연환경에서의 생존하려면 지켜야 할 철칙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여섯 마리 새끼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매일 변화의 연속이다. 하루가 다르게 입가에 노란색이 점차 희미해져갔다. 이윽고 몸집도 자꾸 커져 둥우리는 마치 제사상의 메처럼, 시루의 콩나물같이 소복하다. 드디어 며칠 전부터 새끼들은 잘 찐 계란찜처럼 한껏 부풀어 올라 깊은 사발 모양의 둥우리도 모자라 봉분으로 넘치고 있었다. 초파일을 사흘 앞둔 아침 여덟 시경, 작은 오죽숲속에는 어미 새와 새끼 새의 화답(和答) 울음소리가 한동안 이어지더니, 이윽고 잠잠했다. 뱁새 가족이 둥우리를 떠났다. 

'뱁새 눈'이라는 표현은 동그랗고 까만 작은 눈이 놀란 듯 바라보는 모습을 말한다. 비슷한 비유로'산초 눈(혹은 제피 눈)'으로도 표현한다. 산초가 익을 때면 까만 씨앗이 유난히 돋보이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시어미가 말하는데 어디 산초 눈을 뜨고 쳐다보나'라고 하는 표현이 있다. 이는 어제같이 갓 시집온 며느리가 생활방식이 다른 시댁의 생활에서 쉽게 이해되지 않는 언어에 당황하는 표정에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깜빡거리며 시어머니를 빤히 쳐다보는 행위이다. 이러한 행동을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시어미에게 반항하는 행위로 오해하기 일쑤이다. 그 결과 생긴 속담이 이어진다. "어디서 배웠나. 시어머니 말에 뱁새눈을 뜨고 빤히 쳐다보는가". 

'뱁새 눈'과'산초 눈'의 공통점은 '까만 작은 눈'을 의미한다. 뱁새는 몸집이 작으니 크게 보일려고 무리를 지어 모여 다닌다. 모여 다녀도 무서우니 서로를 찾아 재잘거린다. 어쩌다 떨어지면 겁이나 큰 소리로 '비비'하며 동료를 부른다. 겁에 질린 울음소리가 슬프게 들린다. 그래서 추가된 이름이'비비 새'이다. 작은 몸과 재잘거림이 특징인 뱁새는 민속에서 체구가 작지만 알찬 앙증한 며느리로 비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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