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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출신의 작가 신수원은 어린 시절을 경주 오릉에서 보냈다. 그곳에서 맑고 깨끗한 자연을 벗 삼으며 풀과 나무로 둘러싸인 산골 마을의 정취와 고즈넉함을 미술적 감성을 내재하게 되었다. 이러한 환경은 자연을 사랑하는 신 작가에게 무척 행복한 유년 시절이었다. 도심에서 느끼지 못하는 사계절의 변화모습을 비롯하여 고채도의 싱그러움과 다채로움을 작품에 담을 수 있게 되었다.

신 작가는 유년 시절의 기억이 현재의 상황과 오버랩 되어 지나온 시간을 기록하는 자기 서술적 방식의 작업을 하고 있다. 일상의 이미지들과 기억 속의 느낌들을 다양한 색상과 유려한 감각으로 현실과 무의식의 세계를 화폭에 옮기고 있다. 경주에서 자랐으나 오랜 시간 프랑스 파리의 유학 생활로 신 작가의 그림은 한국적이면서 이국적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어린 시절의 기억들은 시간이 지나며 점차 희미해지지만 시각적 이미지는 그림을 통해 다시 재현될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바로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단초라 할 수 있다. 작품 <풍경을 따라서>는 신 작가의 삶의 터전이었던 한국적 아름다움을 간직한 경주와 제주여행, 그리고 프랑스 유학 생활을 통해 받아왔던 여러 감정과 이미지를 혼용해 시각예술로 표현했다.

작품의 우측 하단부터 경주 오릉 지역의 석탑과 석등을 반추상적으로 표현하고 역시 이곳의 벚꽃과 새, 그리고 살아왔던 본인의 집을 간결하게 표현함으로 시간적 메시지와 장소를 나타내고 있다. 행복했던 시간들은 새의 지저귐으로 울려 퍼지고 길을 따라 거슬러 가면 이국적 나무들이 손짓을 한다. 프랑스의 집에서는 꽃이 핀 집이라는 상징적 의미는 다가올 밝은 기대와 희망을 전함을 알 수 있다.
 

신수원 作 '풍경을 따라서'
신수원 作 '풍경을 따라서'

그러나 작가로서의 고된 길은 멀게만 느껴지고 꽃이 핀 집을 지나 또 하나의 작은 집은 풍광의 아름다움 속에서도 타지의 생활에서 오는 힘든 감정을 표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어서 보이는 밝은 논과 밭의 이미지와 어렴풋이 보이는 산과 시원한 바람을 맞는 풍성한 나무는 성공 후 귀국한 신 작가의 내면을 고스란히 담아주고 있다.

제주를 배경으로 한 뒤쪽의 풍경은 아름답고 밝다. 귀국 후 제주를 여행하며 경이로운 경치에 심취했으며 그림으로 이를 표현하며 더불어 즐거운 생활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함께 드리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상적 질서에서 벗어나 시간의 여행, 장소적 변화로 시각적 여행의 즐거움을 주는 초현실주의적이며 아름답고 탄탄한 작품이다. 

작품 속 낮에는 뜨거운 햇빛을 등지고 여행하며 밤이 되어 산산한 바람을 맞으며 지나가는 모습이다. 구불구불한 길로 하나둘 스쳐 가는 풍경들은 실존하는 풍경의 이미지보다는 신 작가의 관념과 사상, 사고방식 등이 혼재된 세계이기도 하다. 자연과 풍경이 준 영감으로 사랑과 환희의 색채로 관람객과 소통하며 깊어지는 겨울, 따스함을 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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