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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로운 오후, 여느 때와 같이 아이들을 만나러 가는 길에 문화예술회관 공원 한 모퉁이에 시원하게 핀 수국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참 곱다 생각하다가 문득 어느 한 탤런트가 쓴 책의 제목이 생각이 났습니다.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 이는 분명 아동을 대상으로 한 폭력에 대한 경고 메시지인데 뜬금없게도 그 좋은 말에 딴지가 걸고 싶어졌습니다. '뭐 그럼 꽃으로는 때려도 된다는 말인가!'


필자는 주기적으로 크고 작은 문제를 지닌 청소년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무턱대고 아이들을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좀 남다른 그 친구들에게 세상을 안내하고 나처럼 이해하는 어른도 있으니 힘내라는 응원의 마음이 크기 때문에 주저함 없이 시간을 쪼개어 보탭니다. 아이들이 원해서 온 자리가 아닌 탓에 무기력하고 지루함이 얼굴 가득 역력하지만, 조금씩 바뀌어 가는 표정에서 이해와 공감의 힘을 또다시 증명 받습니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고 말합니다. 누구나 다 하는 말입니다. 그렇지만 이 원인과 결과 사이에 쉽게 고려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원인과 결과에 가려진 그것 바로 '맥락'입니다. 사람의 삶도 원인과 결과만을 따지자면 태어남과 죽음으로 간단하게 정리가 되지만 삶은 주름만큼 복잡하고 깊어 함부로 다룰 수가 없습니다. 다수의 정책들은 예를 들어 인구감소를 문제로 놓고 볼 때, 산아제한 정책에서 출산 장려정책으로 바뀐 것과 같이 나타난 결과 즉 실적에 의존하여 원인을 수정하고 보완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정책을 해결하는 것에는 유효할 수 있지만 정책과 달리 우리 아이들에겐 그보다 인심을 더 썼으면 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지금 서 있는 자리 말고, 왜 거기에 그렇게 서있게 되었을까를 고려되어야함이 우선한다는 생각입니다. 우리 아이들을 건강하게 잘 키워내는 것이 국가적으로 얼마나 도움이 되는 일인지 다 아시지 않습니까. 90년대 초반에 있었던 충격적인 사건인 '지존파' 이야기를 기억하실 겁니다. 지존파의 6멤버들은 사회와 가정에 불만을 가진 20대 초반으로 사회부유층을 대상으로 납치, 강도, 성폭행 후 살인하여 소각하는 무서운 행동을 스스럼없이 자행했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삶의 기준, 부의 기준이 그들이 시선이었기에 허무하게 범행의 대상이 된 사람들은 산전수전 육전택전을 경험하며 열심히 산, 그래서 고급 승용차를 구입할 수 있었던 50대의 서민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지존파 멤버들의 착각과 실수는 범행의 대상이 된 사람들은 자기네와 다르다는 착각과 그들에게 주어진 30년의 시간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 실수라는 생각입니다. 열심히 살았다면 그들은 어쩌면 50대에 더 좋은 차를 타고 다닐 수도 있을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니까요.


단 몇 초 만에 결정되는 첫인상과는 달리 개인의 삶은 몇 초의 순간으로 이해되고 평가되는 것이 아닙니다. 크고 작은 사고를 치고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의 삶도 그러합니다. 그래서 제 생각은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아이들의 삶의 맥락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람의 일이라 물론 해결이 쉽지 않고 꼬리에 꼬리를 물어야 하는 해결책들이 필요 할 지도 모르지만 시선을 바꾸려는 노력 정도는 하고 아이들을 볼 일 인 듯합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라는 대중적인 질문에 어른들은 관심과 사랑이라고 쉽게 답합니다. 이 쉬운 답도 아이의 삶의 맥락을 이해하면 전달마저 쉬어집니다. “네가 그래서 이런 일을 했구나, 네가 그렇게 살아왔구나!" 맥락은 살아 숨 쉬는 것 같습니다. 이 맥락에 대한 적절한 고려는 다음 세대의 맥락에 영향을 주고 그들의 미래를 딴판으로 만들지도 모를 일입니다.


삶은 맥락입니다. 우리가 내딛어 온 한 걸음 한 걸음 삶이 힘들었건 힘들지 않았건 내 살아온 흔적이기에 귀한 것임을 잘 압니다. 그러기에 바쁘다고 시간이 없다고 빨리 해결해야 할 일이 산더미라고 원인과 결과만 따지고 넘어갈 일은 아니지 않나 싶습니다. 다시 한 번 생각해 주면 좋겠습니다.  다음번엔 꽃들을 보고 아름다워 보기가 좋다 라며 감탄만 하고 싶습니다. 아이들을 향한 폭력은 어디에서나 무엇으로도 정당화 되지 않습니다. '꽃으로도'가 아니라 그 무엇이라도 안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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