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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공예가 송금숙은 한지를 통해 전통의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담아내는 작가이다. 

대표작 '조화(調和)'에서 보여지는 전통성은 청사초롱의 사실적 묘사와 더불어 동심원을 이루는 전체적 구도가 마치 바실리 칸딘스키의 추상미술을 닮아있다. 전통에서 현대를 아우르는 작품묘사는 우리 옛 문화를 깊이 탐색하고 연구하는 작가정신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작품의 모티브로 적용된 청사초롱은 조선 후기 혼례에 주로 사용되었으며 신랑이 말을 타고 신부의 집으로 갈 때, 그리고 신부가 가마를 타고 시집올 때 길을 비추는 용도였다. 청사초롱에 나타난 음양의 조화는 신랑신부의 화합을 의미하며 홍색은 양[陽]을, 청색은 음[陰]을 상징한다. 더 나아가 우주 만물이 음양의 조화로 이루어졌다는 옛 사상과 맥을 함께 한다.

창작의 동기이자 한국의 정신문화와 전통사상을 담고 있는 청사초롱은 단순한 물체로부터 벗어나 외형적으로는 하나의 조형 오브제로 형성되고 동심원을 이루는 무늬의 기본 단위가 되었다. 따라서 작품'조화(調和)'의 내면적 의미는 음양오행의 원리를 바탕으로 서로 화합하고 모두가 조화로운 둥근 마음으로 행복해지를 바라는 작가의 희망을 나타낸다.

송금숙作 '조화'
송금숙作 '조화'

청과 홍의 색채는 대조적이나 비율과 짜임에서 어색함이 없으며 이는 조화로움을 이루어 시각적인 안정감을 도모하고 있다. 아주 작은 청사초롱을 직접 손으로 하나하나 제작하며 풀칠을 겹겹이 더 해 한지의 내구성을 높이며 반복적인 작업에 나타난 작가의 정성 어린 장인정신과 더불어 작품성을 겸하고 있다.

한지공예는 닥나무의 질기고 튼튼한 성질을 바탕으로 예로부터 족두리, 예단함, 반짇고리 등을 만들어 일상생활에서 사용해 온 전통 공예이다. 가볍고 튼튼하며 아름다운 색을 지닌 한지공예는 선조들의 생활 깊이 스며들었다. 이러한 전통 공예 기법을 바탕으로 오늘날까지 전통문화를 이어나가고 있다. 한지로 전통 작품을 제작하기도 하지만 실생활에 사용되는 현대적 용도로 사용되는 한지공예 들을 다양하게 볼 수 있다.

한편 현대화된 고차원적인 작품으로 전통성을 널리 알리기도 하는데 기존의 작품을 답습하는 단계를 넘어 작가 개인의 사상과 사고방식을 반영한 창작의 수준까지 도달하는 것이다. 송금숙 작가의 작품에서 보여지듯 전통적인 오브제에 음양오행의 의미와 전통문화가 담겨있다. 

더불어 간결하지만 개성이 담긴 창조정신과 장인정신이 더해진 작품이다. 한국의 아름다움은 정형화되어 있지 않으나 소박하고 절제된 아름다움을 내포한다. 송금숙 작가는 한국의 공예문화가 전통 그 이상을 넘어 현대화된 문화로 한걸음 발돋움하는 것에 일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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